KS 우승 향한 KIA 통 큰 결단, 5G 1승 외인에 '직접 볼 배합' 계속 맡긴다

광주=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9.0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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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라우어.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KS) 제패를 위한 통 큰 결정을 내렸다. KBO 리그에 익숙지 않은 '미지의 외인' 에릭 라우어(29)에게 남은 경기에서도 직접 볼 배합을 맡기기로 했다.

라우어는 지난달 6일 윌 크로우(30)를 대신해 입단한 좌완 투수다. 크로우가 지난 5월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되자, KIA는 캠 알드레드(28)를 대체 외국인 선수로 데려왔고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아 라우어로 교체했다.


라우어는 메이저리그에서만 통산 36승을 거둔 커리어가 꽤 있는 외인이었다. 키 190㎝ 체중 94㎏의 큰 체격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151㎞의 빠른 공과 낙차 큰 커브가 위력적이란 평가였고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모습은 기대 이하다. 데뷔전이었던 8월 11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홈런 2개를 맞고 3⅓이닝 4실점 한 것을 시작으로 8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87을 거뒀다.

우타자 상대 전적이 좋지 않은 것이 이유였다. 8월 한 달간 좌타자에는 피안타율 0.192, 피OPS(출루율+장타율) 0.554로 좋았던 반면, 우타자에는 피안타율 0.380, 피OPS 1.126으로 최악이었다. 주 무기 커터가 번번이 맞아 나갔고 커브는 밋밋해 걷어내기 쉬웠다.


고심 끝에 KIA는 지난 5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포수가 아닌 라우어에게 볼 배합을 맡겼다. 포수들의 볼 배합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KBO 리그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해 나가는지 보고 싶어 했다. 만약 라우어의 구위를 믿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위험 부담이 큰 도박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변화를 더 줬다. 투구판을 밟는 위치도 조금 수정하면서 변화구의 각도도 조금 더 살리려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경기서 라우어의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 존 경계선에 살짝 걸칠 정도로 날카로운 궤적을 보였다. 커브 역시 입단 당시 기대대로 뚝 떨어져 한화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그 결과 6⅓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KBO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시즌 성적은 5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6.20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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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라우어(맨 오른쪽)가 포수 김태군(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6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만난 이범호 감독은 "선수가 다른 리그에 오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잘 던지고 싶은데 초반에 안 풀리면 올라갈 때마다 긴장이 되고 두려움도 생길 수 있다"고 초반 부진을 이해했다.

이어 "5일 경기에서 (직접 볼 배합해) 던지면서 어떤 구종이 우타자한테 더 유리한지 겪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떤 패턴이 본인한테 가장 유리하다는 걸 알고 던질 것이다. 이 정도의 피칭이면 우리가 라우어에게 바라는 최상의 피칭이다. 좌타자한테는 피안타율이나 이런 게 상당히 좋기 때문에 우타자 상대 방법만 조금 연구하면 남은 경기도 잘 던져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계속 라우어에게 볼 배합을 맡길 뜻을 밝혔다. 이범호 감독은 "이번에 잘 던졌으니까 본인의 주도하에 던지게 하려 한다. 라우어는 본인이 생각했던 패턴을 유지하고 (김)태군이는 라우어가 어떻게 던지는구나를 머릿속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전에도 태군이가 '라우어가 이런 유형의 공을 던지는 것 같다'고 말한 부분이 있어서 앞으로 조금씩 포수들과 타이밍도 잘 맞아 들어갈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라우어의 호투는 정규시즌 우승을 넘어 한국시리즈 제패를 꿈꾸는 KIA에 간절하다. 지난달 불의의 턱관절 수술로 재활 중인 1선발 제임스 네일이 여전히 한국시리즈 복귀가 불투명하다. 최근 입국한 에릭 스타우트는 대체 외국인 선수 신분으로서 정규시즌 경기만 뛸 수 있다. 확실히 계산이 서는 포스트시즌 선발 자원이 양현종밖에 없는 상황에서 라우어의 반등은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있어 꼭 필요하다.

남은 정규시즌도 일정이 드문드문 있는 만큼 KIA는 라우어-스타우트-양현종을 주로 투입해 최대한 승리를 따낼 생각이다. 이범호 감독은 "이제부터는 우리도 간절히 라우어가 잘 던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본인도 잘하길 원했고 5일 경기 결과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그 경기를 통해서 긴장감보단 자신감 있는 마음가짐으로 변했을 거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좋은 피칭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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