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감독 D 씨에게 폭행 피해를 당한 방송작가 A 씨 /사진=김나라 기자 |
왼쪽부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 방송작가 유니온의 박선영 수석부지부장 /사진=김나라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정문 앞에선 미술 예능 프로그램 방송작가 폭행·계약해지·임금체불 고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 방송작가 유니온의 박선영 수석부지부장, 권리찾기 유니온 정진우 위원장을 비롯해 방송작가 A, B, C 씨 등이 참석했다.
이날 A 작가는 6월 28일 첫 출근 이후 6월 30일 촬영 현장에서 촬영감독 D 씨로부터 당한 폭행 피해에 대해 밝혔다. 그는 "6월 28일 첫 출근 당시 전체 회의 때도 제작총괄이 칠판을 두드리면서 저희 작가 에게 '작가의 본분을 다하라'라며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했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6월 30일 부산에서 미술 예능 프로그램 촬영이 진행됐다. 이 팀에서 저는 구성 작가를 담당하고 있었다"라며 "전체 오프닝을 끝낸 뒤 일반인 출연자 동선에 관해 메인 PD, 메인 작가가 논의 중에 있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기술팀 촬영감독 D 씨가 끼어들더니 메인 작가에게 '너는 빠져 있어' 하며 호통을 쳤다. 제가 '뭐 하는 거냐' 물었더니 제게 달려와서 제 목을 조르며 '죽어버려' 했다. '너 뒤로 따라나와', '너 죽여버린다', '당장 서울로 올라 가' 등의 거친 말들을 했다"라고 충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A 작가는 "이 사건 직후 작가들이 제작사 대표에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요구했고, 7월 2일까지 답을 달라했다. 그 후 저는 해당 현장에서 빠졌다. 그런데 저희 몰래 다른 작가들을 세팅했다. 제작사는 7월 4일 피해자인 제게 'D 씨와 개인 대 개인으로 해결하라. 제작사는 관계없으니 더는 말을 꺼내지 말라. 사건을 키운 건 A 작가 당신이다'라는 말을 했다"라고 토로했다. 폭행 피해를 입은 A 작가를 비롯해 작가진 6명 전원이 문제의 제작사로부터 돌연 계약해지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빛센터 김영민 센터장은 "가해자 D 씨에 관해 형사 조치를 밟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청에 제작사의 직장 내 괴롭힘, 불이익 처우, 임금체불 등에 관해 처벌을 원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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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던 게, 30명 앞에서 D 씨로부터 목졸림을 당했다. 연예인 출연자 1명, 일반인 출연자 20명에 스태프들까지 약 30명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당한 거다. 현장엔 CCTV도 없었다. 결국 불면증에 공황장애 증상이 와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3주간 약처방을 받았다. 한 달 정도는 현장 일도 못했다. 모르는 스태프들을 본다는 게 무서웠고 또 그들 앞에서 목을 졸리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불안했다. 면접 볼 때 이런 말씀을 드렸더니 '현장에 못 나가면 곤란하다' 하여 작가 일에도 지장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은 재택근무로만 일을 하고 있다. 오늘도 새벽 2시부터 직전까지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왔다. 재택근무인 만큼 페이도 당연히 낮다. 그런데 가해자는 '책임을 못 진다'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가해자의 보복성 발언으로 2차 피해까지 입었다고. A 작가는 "D 씨가 고발을 당한 뒤 되려 '맞고소하겠다. 원만히 합의하자. 이 바닥 좁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해 당사자가 사과를 한다는 게 '이 바닥 좁다'라는 거다. 그래서 마지막 연락은 8월 22일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였는데, 읽지 않았다"라고 얘기했다.
경력 20년 차가 훌쩍 넘었다는 베테랑 작가 박선영은 "방송판에서 노동법 실태는 엉망진창이다. 노동법의 무법지대여선 안 된다"라고 외쳤다.
이어 박 작가는 "임금체불 및 해고, 폭행을 진행한 제작사를 규탄한다. 걸핏하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책임을 미루기 바쁜 제작사, 숨어있는 가해자를 규탄한다. 폭행, 체불, 불법해고를 저지른 제작사를 꾸짖긴커녕 보호받아야 할 작가들을 압박한 당신들을 규탄한다. 노동청에서 정당한 권리리조차 받지 못한 작가들에게 당장 사과해라. 방송작가는 부당해고를 당해선 안 되는 노동자이다. 임금체불을 당해선 안 된다. 폭행당해선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