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가 뒤집혔다" 키움은 왜 '160㎞ 예약' 정우주 아닌 152㎞ 정현우를 선택했나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9.12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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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 정현우가 11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의 전체 1번으로 지명을 받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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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2025 신인 드래프트'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렸다.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정현우가 2순위 정우주와 장난을 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히어로즈에는 조상우(30) 이후 12년 만의 전체 1라운드 1번(창단 우선 지명 및 1차 지명 제외) 지명권 행사였다. 그만큼 신인드래프트 막판까지 신중했고 결국 고민 끝에 덕수고 '시속 152㎞' 좌완 정현우(18)를 선택했다.

키움은 11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털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라운드 1번으로 정현우를 지명했다.


예상대로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키 184㎝ 몸무게 87㎏ 체격의 정현우는 완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준수한 제구를 바탕으로 최고 시속 152㎞의 직구와 포크볼이 주 무기다. 또한 각이 짧고 긴 두 가지 슬라이더와 그냥 커브와 파워 커브, 서클체인지업 등을 골고루 던진다. 특히 2학년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발전한 경기 운영 능력은 1군에서도 빠르게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8월 초까지만 해도 정현우의 전체 1번 지명은 장담하기 어려웠다. 지난겨울 급성장해 2600rpm이 훌쩍 넘는 회전수와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 파이어볼러 정우주(18·전주고)가 있었기 때문. 정우주는 유연한 몸과 탄력으로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쥐어짜서 던지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쉽게 던지는 남다른 선수였다. 불펜으로 던진다면 충분히 시속 160㎞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평가로 사실상 문동주(21·한화 이글스) 뒤를 이을 파이어볼러로 예약한 선수였다.

키움도 정우주의 재능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인지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고민하는 정우주를 잡기 위한 나름의 노력도 했다. 청룡기까지 정현우는 어디까지나 정우주의 대항마 신분이었다.


그런데 8월부터 그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내·외 어디든 갈수록 좌완이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구단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이유였다. 8월 초 키움 스카우트 A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정현우가 5.5 대 4.5로 정우주보다 높다. (정우주에 대한 평가가 더 높았다가) 뒤집힌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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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 정현우(위)와 전주고 정우주. /사진=SSG 랜더스 제공


그렇다고 해도 확신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때마침 대만에서 열리는 2024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위해 '대만통'으로 불리는 키움 스카우트 B에 전력분석원 합류 요청이 왔다. 이걸 기회로 키움은 신인드래프트 사흘 전 끝나는 이 대회 끝까지 정우주와 정현우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후 고형욱 단장을 비롯해 스카우트 팀이 장시간 논의를 거친 결과, 키움의 선택은 정현우였다. 제구된 시속 152㎞를 던지는 좌완이면 시속 156㎞ 우완 파이어볼러 못지않은 재능이라는 판단이 섰다. KBO 구단 관계자들 다수가 3라운드 내 좌완 투수 풀이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인정하는 상황에서 정현우는 그중에서도 구위와 제구 면에서 톱이었다.

또한 키움 선수단 구성상 우완 투수는 풍부했다. 안우진(26), 하영민(29)이 중심을 잡고 있고, 우완 투수 풍년이라 불렸던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준표(19), 김윤하(19) 등 좋은 자원을 대거 확보한 것이 컸다.

무엇보다 키움은 정현우가 스스로 찾아서 성장하는 팀 문화에 잘 적응할 성격이라고 확신했다. 최근 키움이 주목하고 있는 리더십과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라는 조건에도 완벽히 부합했다. 정현우는 선수층이 두꺼운 명문 덕수고에서 2학년 에이스로 활약했다. 지난해 이마트 배에서는 결승전에서 구원 등판해 6⅔이닝(105구) 1실점(비자책)으로 덕수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올해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득표율로 주장에 선임, 덕수고의 이마트 배, 황금사자기 2연패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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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마트배 결승전 당시 정현우. 2학년 신분으로 강릉고와 결승전에 등판, 6이닝 1실점(무자책) 투구로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사진=김동윤 기자


아마추어 31년 경력의 명장 덕수고 정윤진 감독도 인정한 워크에식과 인성이다. 정윤진 감독은 올해 이마트 배 결승전에서 "정현우는 주장 역할을 너무 잘해줘서 정말 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농담하며 "코치가 필요 없는 선수다. (정)현우는 스스로 알아서 뭐든지 노력하고 연구하는 선수다. 주장 선임 때 득표율이 95%가 나올 정도로 리더십도 있고 선·후배를 잘 챙기는 보기 드문 선수"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드래프트 지명 후 만나본 정현우는 과연 뭐가 달라도 달랐다. 지명 당시 그는 "전체 1순위로 지명돼 너무 영광스럽다. 오랫동안 지켜봐 주시고 믿고 뽑아주신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 정말 감사드린다. 이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연습했는데 그 결과가 오늘(11일) 나온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1순위 지명이 한없이 기쁘긴 하지만, 팬들께서 신인에 대한 기대감도 크실 거 같아 책임감도 느껴진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서 저를 뽑아주신 기대에 맞게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구단 이름처럼 히어로로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진중하고 센스 있는 소감을 남겨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알고 보니 하루 전부터 준비한 멘트였다. 정현우는 "지난해 드래프트 영상을 어제(10일) 찾아봤다. (어디에 지명될지 몰라) 키움과 한화로 두 가지 소감을 준비했다. 1순위든 2순위든 너무 영광스러운 자리라 좋게 생각했고 어딜 가든 잘할 자신이 있어서 상관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지명받고 싶던 구단이 키움이었다. 항상 키움 경기를 많이 챙겨보고 좋아하는 팀이었는데, 가게 돼서 정말 좋다"고 어필했다.

키움이 고심 끝에 선택한 정현우는 내년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목표로 한다. 계획대로 정현우가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 잡는다면 키움은 2026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할 안우진과 발맞출 토종 원투펀치를 갖게 된다.

정현우는 "이번 겨울에 완벽하게 준비해서 내년에 바로 1군 무대에서 선발 투수로 뛰는 것이 목표다. 데뷔전 무실점 선발승을 하고 시즌 10승을 하고 싶다"며 "안우진 선배님이 지금 히어로즈에서 가장 좋은 투수라 생각한다. 많이 배우고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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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2025 신인 드래프트'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렸다. 전체 1순위로 키움에 지명된 덕수고 정현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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