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이 없으면 '베테랑'도 없다" [★FULL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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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사진=CJ ENM


무려 9년 만에 돌아왔다. 1340만 명을 모은 '베테랑'의 속편 '베테랑2'가 추석 관객몰이에 나섰다.

류승완 감독은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 황정민이 9년 만에 다시 한번 죄짓고 사는 놈들 잡아내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로 돌아왔고 정해인이 새로운 얼굴로 합류했다.

류승완 감독은 10여년 만에 시장에 내놓은 자신의 최고 히트작 속편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베테랑2'의 개인적인 만족도에 대해 "완성된 영화는 제가 오케이 한 장면의 집합체다. 그럼에도 나중에는 '내가 왜 이 장면을 오케이 했을까' 하는 게 나오기도 한다. 지금 현재의 만족도를 표현하는게 쉽지는 않다. 좋으면서도 싫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든다"라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의 작품 중 '베테랑'으로 처음 속편을 만들었다. 류 감독은 "저는 속편으로 된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나 스스로가 속편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별로 없다. 마치 속편을 예고하는 듯 했던 '베를린'도 현장에서 배우들과 이야기는 나눴지만 나는 '이것의 속편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 비해 '베테랑'은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의 호흡도 그렇고, 저 스스로가 인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도도 그렇고. 어떤 사건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시리즈가 요구되는 것도 있지만 인물 자체의 매력이 끌고 가기도 한다. '베테랑'은 후자다. 서도철이라는 형사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베테랑'은 당시 개봉하기도 전에 현장에서 만든 사람들의 애정도가 커서 이 작품이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속편을 꼭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그때 서도철이 입던 의상도 의상부가 가져가서 보관하기도 했고. 그렇게 속편을 만들기로 한 것인데 9년이나 걸릴지는 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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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사진=CJ ENM


'베테랑'의 성공이 속편을 낳았지만, 예상외의 큰 성공으로 인해 속편이 나오는데 더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의 경우 관객수 400만 명이 목표였는데 그 3배가 넘는 흥행 스코어를 거두니 좋기도 했지만 불안하고 겁도 났다 .사실 그 전에도 '베테랑2' 스토리를 만든게 있었지만 그대로는 못 가겠더라. '이렇게 가는게 맞나' 고민하는 사이 제가 다른 것이 하고 싶어서 하고 황정민 선배도 다른 것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베테랑'에서 저를 분노하게 했던 몇가지 사건이 모티브 돼서 영화 안에서 복수의 쾌감을 이루고 싶었다. 그후로도 어떤 사건에 대해 비난하고 분노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비난한 사람이 범인이 아닌 경우도 있었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제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며 스스로 무서웠다. 나의 분노는 옳은 것인가, 나의 정의는 옳은 정의인가 하는 생각들이 9년의 시간 안에 쌓였다. '베테랑'이 쉬운 방식으로 가려운 것을 긁어서 사랑 받은 것을 알지만 그 방법이 옳을지 계속 고민했다. 저도 1편이 왜 성공했는지도 알고, 대중이 속편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저 스스로 혼란스러운데 이것을 무시하고 가는 것이 힘들었다. 황정민 선배는 처음 제 이야기를 듣고 '자기야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해'라고 하더라. 그래서 더 나이 들기 전에 힘든길을 가보자고 했다. 그렇게 생각이 많다보니 속편까지 시간이 걸렸다"라고 털어놨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의 중심이 되는 황정민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전했다. 류감독은 "여러번 말했듯이 황정민은 서도철 그 자체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베테랑'의 서도철과 함께이기에 용기내서 할 수 있었다. 아예 새로운 판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어려웠겠지만, 적어도 그 주인공이 내가 알고있는 인물이라면 빠른 방식으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 손에 잡히기 쉬운 방식으로 악을 처단하는 것은 서도철이 아니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황정민이 빠진다고 했으면 '베테랑' 속편은 종결이다. 뭐 외전 같은게 나올 수 는 있겠지만 이제 '베테랑'에서 저는 빠져도 되지만 황정민은 빠지면 안되게 됐다"라고 웃었다.

류승완 감독은 반듯하고 바른 이미지의 정해인에게 "불쾌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류승완 감독은 정해인의 어떤 지점에서 그런 모습을 발견했냐는 질문에 "해맑은 모습이 되게 불쾌하지 않나?"라며 "아침부터 어떻게 저렇게 해맑을 수 있나 생각이 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류 감독은 "영화 '시동' 현장에서 정해인 배우를 처음 만났는데 마치 세상 큰 어른인 것 같았다. 박정민 배우와 서서 농담을 하는데, 그 옆에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자세로 서서 미소 짓고 있었다. 짝다리도 안짚고, 그렇게 흐트러짐 없기가 쉽지 않는데 '이 재수없는 젊은이는 뭐지?' 그랬다. 저는 이렇게 흐트러짐 없이 살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을 했다"라며 "'베테랑' 제안을 하려고 만나서 술을 한잔 하는데, 이 친구가 언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나 궁금했는데, 흐트러지지 않더라. 그런데 대화 하다보면 화가 있다. 너무 정직하게 살려고 하고 좋은 사람이고 바른길로만 가고 실수 안하려고 하는 이런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실수를 이해하는 범위기 좁다. 정해인에게 어떻게 화를 다스리냐고 하니 운동을 한다고 하더라. 아무리 피곤해서 집에서라도 쇳덩이를 든다고 해서 저는 좀 무서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류 감독은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이 용광로 같은 뜨거움이 있는데 그것을 보여주는 데는 어떤 또라이 연기도 필요없다. 목소리가 차분하고 딕션도 정확하다. 그래서 다산(정약용)의 자손이 보여주는 이 정직한 광기가 되게 좋았다"라며 "전작의 조태오가 너무 큰 사랑을 얻고 각인 돼 있는 상태였지만 정해인은 그것과 비교해서 연기하지 않았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의 쿠키영상을 통해 3편을 암시했다. 과연 3편은 돌아올까.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류 감독은 "사실 '베테랑3'는 이미 명확한 이야기가 있다. 해치의 이야기를 담았고 스크립트도 있다. 황정민 정해인 배우와도 이야기를 했다. 다만 '베테랑2'가 잘 돼야 '베테랑3'도 가능한 이야기다. 손익은 일단 넘겨야 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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