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에 돌아온 20세 KIA 좌완, 왜 '척추 피로 골절' 아찔한 부상에도 오히려 "마음 편했다" 말했나

광주=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9.2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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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윤영철이 23일 광주 삼성전을 마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KIA 타이거즈 좌완 영건 윤영철(20)이 약 2개월 만에 복귀전에서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한국시리즈를 향한 기대를 높였다.

윤영철은 23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KIA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7월 13일 광주 SSG 랜더스전에서 허리 통증으로 강판당한 후 72일 만의 1군 등판이었다. 윤영철은 올해 부상 전까지 16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4.30으로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던 5선발이었다. 그러나 척추 피로 골절이란 아찔한 진단과 함께 최소 3주 이상의 재활 소견을 받았다.

민감한 부상 부위인 만큼 KIA는 신중하게 재활을 진행했다. 지난 6일에야 첫 불펜 피칭을 가졌고, 17일 김해 상동에서 롯데 자이언츠 퓨처스팀을 상대로 실전 복귀전을 치렀다. 이때 직구 구속은 평균 시속 134㎞, 최고 136㎞가 나왔고 허리 통증도 없어 21일 1군에 콜업돼 22일부터 선발 투수로서 대기했다.

22, 23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이 모두 우천 연기됐으나, KIA 이범호 감독은 윤영철을 3연속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윤)영철이를 중간(불펜)에 넣으려다가 스타우트가 다치면서 영철이를 선발로 먼저 출전시켰다. 공 개수는 똑같이 던지더라도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공 개수는 40개 정도 생각하고 있다. 영철이는 선발로 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김)도현이, (황)동하와 함께 끝까지 던지는 걸 체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마침내 치러진 1군 복귀전서 윤영철은 공백이 무색할 정도의 완벽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3이닝 동안 총 37구(직구 14구, 슬라이더 8구, 커터 7구, 체인지업 6구, 커브 2구)를 던지면서 직구 구속은 평균 시속 138㎞, 최고 140㎞가 나왔다. 1회 초 1사 1루에서 디아즈를 병살타 처리해 이닝을 끝냈고, 2회 초에는 박병호, 김영웅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3회 초도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윤영철은 4회 초 수비를 앞두고 김기훈과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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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윤영철이 23일 광주 삼성전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경기 후 만난 윤영철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나름 만족스러운 피칭이었다. 마운드에서 오랜만에 던지는 거라 신경 쓰이는 것이 많았다"며 "퓨처스에서 첫 실전을 가지면서 두 가지를 점검했다. 난 변화구를 직구보다 많이 구사하기 때문에 변화구 구종들을 다 점검했다. 직구는 높은 코스로 던지며 상대를 공략하는 것을 체크했다. 그때 연습을 거쳤던 것이 오늘(23일)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무리 미세 골절이라지만, 척추라는 중요한 곳을 다친 만큼 어린 선수에게 지난 2개월은 걱정의 나날일 수 있었다. 하지만 윤영철은 오히려 중학교 때부터 괴롭히던 원인 모를 통증의 정확한 병명을 찾을 수 있어 기뻐했다.

윤영철은 "두려움은 없었다. 심하면 걷지도 못하는 부상이라 들었는데 난 그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쉬면서 운동도 많이 해서 금방 나았다"며 "사실 중학교 때 안 좋았던 부분이 재발한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도 안 좋은 날이 있었고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초까지 계속 치료받으면서 던지다가 갑자기 심해졌다. 매번 통증이 있을 때마다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었는데 병명이 나왔다. 차라리 그편이 마음이 더 편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지금은 괜찮다. 피로 골절이 계속 던지다 보면 또 재발할 수 있다고 해서 걱정은 있지만, 트레이너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운동도 많이 시켜주셔서 불안감은 크게 없다"고 활짝 웃었다.

올해 KIA는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 이의리, 윤영철 등 투수들의 연이은 부상 이탈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심재학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가 대체 외국인 투수 영입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김도현, 황동하 등 어린 투수들이 그 공백을 잘 메웠다. 그 결과 지난 17일에는 정규시즌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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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윤영철이 23일 광주 삼성전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정규 1위를 확정한 날 김해 상동에서 그 장면을 지켜본 윤영철은 "KIA 경기는 계속 챙겨봤다. 1위 확정 당시에는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 자리에 함께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재활이 길기도 했고 매번 같은 운동만 반복하기 때문에 지루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마운드에 다시 올라갈 날만 생각하고 재활에 몰두했다. 내가 빠져 있는 동안 다른 선발 투수들도 로테이션에서 빠지며 김도현, 황동하 선수가 그 자리를 대신했었는데 팀에 큰 도움이 되었던 두 선수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쉬움을 삼킨 아기 호랑이의 다음 목표는 한국시리즈 등판이다. 윤영철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것 자체가 내 나이대에는 너무 큰 경험이다. 어떤 보직이든 상관없이 그 압박감 속에 마운드에 올라 한 번 던져보고 싶다"며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은 과정을 떠나 일단 결과가 좋아야 한다. (삼진이든 승리 투수든) 따로 하고 싶은 건 없다. 결과가 나와야 자신감도 붙을 테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 최대한 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던지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2만 500명의 만원 관중 앞에서 던질 수 있었던 이날 하루는 윤영철에게 무척 뜻깊었다. 그는 "관중분들이 많다고 경기력이 달라지면 안 된다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팬이 찾아온 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응원과 박수 소리가 나올 때 (나도 모르게)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더 던질 수 있었지만, 코치님이 다음 등판도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자고 하셨다. 어차피 오늘만 날이 아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가게 되면 더 던질 기회가 많기 때문에 코치님 말을 따랐다. 정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 한국시리즈라는 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에 끝까지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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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윤영철이 23일 광주 삼성전서 3회 초 수비를 마친 뒤 미소 짓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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