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4년 걸린' PS 첫 선발승→부친상 슬픔 후배 챙긴 베테랑의 품격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 저 역시 그랬기에..."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10.0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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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KT전이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선발 임찬규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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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KT전이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선발 임찬규가 6회초 1사에서 대타 천성호에게 안타를 허용한 후 에르난데스와 교체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트윈스의 베테랑 임찬규(32)가 무려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챙겼다.

임찬규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 5⅓이닝 7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를 펼쳤다. LG가 7-2로 승리하면서 임찬규는 승리 투수가 됐다.


'프로 14년차' 임찬규의 개인 통산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이었다. 임찬규는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6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6.52를 마크했다. 이 1승은 2020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당시 챙긴 구원승이었다. 그리고 이날 감격의 가을야구 첫 선발승을 맛봤다. 2차전 데일리 MVP(최우수선수)도 그의 몫이었다.

이날 임찬규의 총 투구 수는 92개. 속구와 체인지업을 각 32개씩 뿌렸으며, 커브는 25개, 슬라이더는 3개를 각각 구사했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나왔다.

임찬규는 앞서 1차전에서 팀이 2-3으로 패한 가운데, 중책을 떠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KT 상대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강했던 임찬규였다. 출발은 다소 좋지 않았다. 임찬규는 1회 2사 후 장성우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으나, 후속 강백호를 투수 앞 땅볼로 솎아냈다. 2회 첫 실점이 나왔다. 2사 후 배정대에게 8구째 좌전 안타를 내준 뒤 도루와 포수 실책이 겹치면서 2사 3루가 됐다. 여기서 황재균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3회에도 또 한 점을 내줬다. 김민혁과 로하스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맞으며 1, 3루 위기에 몰린 임찬규. 1사 후 강백호의 좌익수 희생타가 나왔다. 4회에는 2사 후 황재균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실점 없이 막았다. 5회는 삼자 범퇴.


임찬규는 6회 마운드에 올라 1사 후 대타 천성호에게 9구째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여기까지였다. 팀이 4-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에르난데스에게 넘겼다.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임찬규를 향해 LG 팬들은 '임찬규'를 연호했다. 에르난데스가 실점 없이 이닝을 삭제했고, 결국 팀이 승리하면서 임찬규도 웃었다.

임찬규는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가을야구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팬 분들께서도 아실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운드에서는 좀 침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비들의 도움과 (박)동원이 형의 좋은 리드가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번 승리를 계기로 가을에 새로운 커리어를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임찬규는 "한 점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진 않았다. 빅이닝만 허용하지 말고, 천천히 줄 건 주면서 그러다가 맞으면 내려온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닝을 길게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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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 경기에서 LG 임찬규가 5회초를 삼자범퇴로 막아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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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초 LG 임찬규가 KT 장성우의 타구를 호수비로 처리한 3루수 문보경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6회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 팬들의 환호성에 대해 임찬규는 "일단 6회를 막고 내려가면, 손도 한 번 흔들어 드리고 분위기를 띄워보고 싶었다. 그런데 큰 점수 차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주자를 내보내고 내려와 그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환호성을 들으니까, 또 이 맛에 야구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행복했다. 팬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인사했다.

이어 임찬규는 "2선발이라는 생각보다, 상대 전적이나 그 상황에 맞게 감독님께서 내보내 주셨는데, 그 믿음에 꼭 보답해드리고 싶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희의 (이번 가을야구) 목표는 10승이다. 지금 1승을 했고, 앞으로 남은 9승까지 팀원들이 똘똘 뭉쳐서 1승씩 소중하게 가져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찬규가 말한 10승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3승씩 6승, 그리고 한국시리즈 4승이었다. 그러면 LG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다.

지난 2021년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임찬규는 최근 부친상을 당한 유영찬을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유영찬은 이날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책임지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임찬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정말 가슴 아픈 일인데, 영찬이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바로 복귀했다. 정말 힘들었겠지만 기특하고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선수들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큰일을 겪고 나서, 생각보다 정말 긴 시간 마음이 아프고 힘들 거다. 저 역시 그랬고, 지금도 힘든 상황이다. 영찬이가 팀을 위해서, 또 팬들을 위해서, 본인의 가족을 위해서, 이렇게 좋은 피칭을 했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가족들에게도 큰 위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 또 힘냈으면 좋겠다"며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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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마무리 유영찬이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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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KT전이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선발 임찬규가 '데일리 MVP' 수상 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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