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빛났다" 다르빗슈 클래스, '1조 3813억 듀오' 오타니-야마모토 앞 제대로 증명했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10.0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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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다르빗슈 유(가운데)가 7일 LA 다저스와 NLDS 2차전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다르빗슈가 샌디에이고가 가장 필요로 할 때 환상적인 2차전 선발로서 눈부시게 빛났다."

다르빗슈 유(38)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구해냈다. 적으로 만난 '10억 2500만 달러(1조 3813억원) 듀오' 오타니 쇼헤이(30)와 야마모토 요시노부(26·이상 LG 다저스)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했다.


다르빗슈는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PS)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82구로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 승리 투수가 됐다.

다저스는 올 시즌 N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샌디에이고의 시리즈 우세를 점쳤다. 가장 큰 이유는 선발진의 무게감 차이 때문이었다. 다저스는 타일러 글래스나우와 클레이튼 커쇼가 부상, 워커 뷸러와 바비 밀러 등의 부진 때문이었다. 반면 샌디에이고는 딜런 시즈와 다르빗슈, 조 머스그로브, 마이클 킹 등이 건재했다. 머스그로브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여전히 샌디에이고의 무게추가 쏠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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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하는 다르빗슈. /AFPBBNews=뉴스1
1차전에서 믿었던 선발 시즈가 3⅓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고 오타니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뼈아픈 5-7 역전패를 당했고 위기의 순간 다르빗슈가 등장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인해 16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7승 3패 평균자책점(ERA) 3.31을 기록한 다르빗슈는 샌디에이고의 희망이었다.


타선은 무려 6개의 홈런으로 화끈한 득점 지원에 나섰고 다르빗슈는 이에 화답하는 짠물 투구를 펼쳤다. 경기 초반부터 기분 좋게 시작했다. 1회말 선두 타자 오타니를 상대로 1,2구 볼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으나 3구 스위퍼로 카운트를 잡은 뒤 4구 몸쪽 빠른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더니 5구 백도어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2회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맥스 먼시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고 윌 스미스에겐 볼넷까지 허용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개빈 럭스에게 뜬공 타구를 유도해 아웃카운트 하나와 1점을 맞바꿨고 이후 토미 에드먼에게 높은 코스의 스위퍼를 던져 1루수 방면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MLB 통산 110 베테랑의 위엄을 확인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이후엔 이렇다할 위기 한 번 없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스플리터 모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결정구가 됐다. 7회까지 투구수는 단 82구에 불과했고 4-1로 앞선 상황에서 굳이 무리해서 8회까지 끌고 갈 필요가 없었다. 샌디에이고 타선은 8,9회 4홈런을 몰아치며 6점을 더 추가해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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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빗슈의 투구에 오타니(왼쪽)가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AFPBBNews=뉴스1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다르빗슈가 샌디에이고에 영입된 이후 4시즌 동안 파드리스가 이날 만큼 그를 필요로 한 적은 없었다"며 "다르빗슈는 처음부터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었으며 다저스의 무서운 라인업을 상대로 경기를 시작했다. 오타니를 백도어 슬라이더로 잡아내며 다르빗슈의 훌륭한 커리어에서도 가장 좋은 포스트시즌 시작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전했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그는 환상적이었다. 타선의 모든 부분, 오타니 상대를 포함해 공을 매우 잘 던졌다"며 "7번째 이닝을 끝낼 수 있도록 집중력을 유지한 것에 대해서도 큰 찬사를 보낸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부담감도 큰 상황이었다. 일방적인 응원 속에 경기를 치렀고 경기를 내줄 경우 시리즈의 패색이 짙어질 수 있었다. 심지어 다저스 팬들은 좌익수 주릭슨 프로파를 향해 물병 등을 투척해 경기가 10분 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7회말 시작부터 테오스카와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이후 6구 만에 세 타자를 요리하며 이닝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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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마치고 박수를 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다르빗슈.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갈무리
다르빗슈로서도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경기 후 다르빗슈는 "그런 일을 경험한 적이 없다"며 "그 이닝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경기 흐름이 바뀌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여기서 막아내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쉴트 감독은 "투구는 타자의 균형과 타이밍을 방해한다"며 "다르빗슈는 그것에 정말 능숙하다. 앞뒤는 타이밍이고 인 앤 아웃은 균형이다. 그는 오늘밤 그것들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칭찬했다.

머스그로브를 잃은 상황이었기에 다르빗슈의 호투가 더 값지게 느껴졌을 샌디에이고다. 직접 공을 받은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는 "그는 훌륭한 일을 했다. 특히 경기 초반 피해를 최소화했다"며 "그런 다음엔 안정감 넘치는 투구를 펼쳤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샌디에이고는 1승 1패로 균형을 맞춘 채 안방으로 돌아가게 된다. MLB에서 뜨고 있는 다저스의 고액연봉 듀오 앞에서도 일본 전설의 투수가 제대로 본때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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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빗슈(오른쪽)가 승리 후 멀티홈런을 날린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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