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 사진=YG엔터테인먼트 |
8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이하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배우 유승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종, 정치, 종교, 성향 등을 이유로 소외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분의 대서사시 연극으로, 유승호는 '프라이어 월터' 역을 맡아 연인과의 이별 후에 불치병으로 야위어가는 캐릭터를 애절하게 그려냈다.
유승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데뷔 후 첫 연극 도전에 나섰다. 그는 "사실 그동안 여러 제안도 있었지만,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도 아니고, 관객들 앞에서 제 연기로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안 생겨서 거절하다가 30대에 진입하면서 든 생각은 '내가 편한 것만 하면 무슨 발전이 있을까?'였다. 겁이 나지만, 한 번쯤 부딪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이 극을 함께 한 많은 베테랑 배우들이 도와주셔서 할 수 있었다.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어서 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첫 공연 때와 마지막 공연 당시 느낀 감정의 차이가 컸다는 유승호는 "저는 매체 배우였고, 첫 공연 때는 단순히 '안 틀려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뿐이었다. 너무 떨어서 손발에 땀이 난 적이 처음이었다. 근데 결과적으로 저는 너무 못했고,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 무대를 배우로서 제 발전을 위한 연습의 무대로 삼은 건 아니지만, 더 발전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 연습할 때 모든 수를 다 써봤고, 제가 초반에 연기한 '프라이어'의 감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점점 인물과 친해지고, 긴장이 줄어들면서 무대 위에서 마주보고 있는 배우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 '이런 여유를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5회차 정도 남겨놓고 처음으로 떨리지 않고 빨리 무대에 나가고 싶었다. 그제서야 무대가 적응됐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공연이 끝나면 다시는 무대에 서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일주일 지나고 보니까 무대 위의 떨림이 그립더라.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저에게 또 연극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데뷔 25년간 매체 연기에만 매진했던 유승호의 첫 연극 도전이 마냥 꽃길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카메라 앞이 아닌 관객 앞에 선 그에게 냉혹한 평가들도 이어졌다. 그는 "배우들이 반응 보는 법을 알려주셔서 X(옛 트위터) 검색해 봤는데 슬펐다. 전적으로 제 잘못이다.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를 떠나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빨리 수정해서 조금이라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부족한 걸 너무 인정하고, 제가 좀 더 노력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극장에서 좀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럼 용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연극에 도전한 데 대해 후회는 전혀 없다. 분명한 건 유승호라는 사람이 얻은 건 몇 가지 있다고 본다. 사실대로 얘기하자면 저는 배우로서 가져야 할 스킬이 아주 부족했다. 다른 선배님들처럼 연극배우 출신도 아니고, 현장에 무작정 가져다 놓고 성장한 배우인데 스킬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부분과 한 캐릭터의 감정을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