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까지 3주 공백' 똘똘한 테이블세터 있어 KIA는 걱정 없다 "투수 보는 눈 탁월해", "얘기가 통한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10.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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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왼쪽)와 최원준.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한창 한국시리즈를 준비 중인 KIA 타이거즈에도 고민은 있다.

KIA는 지난달 17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1위를 확정하고 9월 30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이후 3일의 휴식 뒤 지난 4일부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을 시작했다. 21일 열릴 약 3주의 공백기 동안 실전은 단 세 차례다. 9일 국군체육부대(상무), 14일 롯데 자이언츠와 예정된 연습 경기와 18일 예고된 자체 청백전이 그것이다.


최대한 발품을 팔아 두 차례 연습 경기를 잡긴 했지만, 실전 공백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타자들의 타격감이 걱정이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팀들보다 체력적인 면에서는 우위에 있겠지만, 살얼음판 같은 토너먼트 경기에서 살아남은 매서운 타격감은 무시할 수 없다.

1위 팀 KIA 이범호 감독도 이 부분은 생각해두고 있었다. 더욱이 현역 시절인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다 만루 홈런으로 살아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 감독은 "첫 타석에서 어떤 타구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빗맞더라도 안타가 되면 크게 부담이 덜할 수 있는데 잘 맞은 타구가 아웃이 되면 꼬일 수가 있다. 그래서 한 경기, 한 경기 끊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만큼 한국시리즈 첫 경기 첫 타석에 나서는 테이블세터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KIA는 박찬호(29)를 1번 타자, 최원준(27)을 2번 타자로 각각 80회, 40회로 가장 많이 썼다. 최원준의 경우 9번 타자로서도 54회 나섰는데 어떤 상황이든 최원준-박찬호가 테이블세터에 가장 어울린다는 뜻과 같다.


최근 야구 트렌드는 가장 잘 치는 타자를 1~3번 상위 타순에 순서대로 배치하는 것이다. 반대로 전통적인 야구관에 따르면 1번 타자는 상대 타자의 공을 잘 골라내고 2번 타자는 발 빠르고 작전 야구에 능한 선수를 배치하는데 박찬호-최원준은 후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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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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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박찬호는 올 시즌 134경기 타율 0.307(515타수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 출루율 0.363 장타율 0.386을 기록했다. 올해 도루 실패가 13번에 달하지만, 이미 두 차례 도루왕(2019년, 2022년)을 차지한 적이 있는 만큼 상대 배터리에 위협적인 존재임은 분명하다.

최원준도 올 시즌 136경기 타율 0.292(438타수 128안타) 9홈런 56타점 75득점 21도루, 출루율 0.371 장타율 0.420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특히 올해 7번의 희생번트 기회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을 만큼 작전수행에 능하다. 그보다 번트를 더 잘 대는 KIA 선수는 총 12회 중 11회를 성공한 포수 김태군(35)뿐이다.

이들의 테이블세터로서 가치는 단순히 성적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드러난다. 코치들에 따르면 이들처럼 똘똘한 테이블세터도 보기 드물다. 가령 박찬호의 경우 올 시즌 유독 많은 도루 실패를 경험했는데 조재영 KIA 1군 주루코치는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지난달 광주에서 만난 조재영 코치는 "올해 (박)찬호가 많이 죽긴 했는데 시즌 초반 6~7번의 도루 실패 때는 포수들의 송구가 좋았던 적이 많았다. 아무래도 그렇게 몇 번 죽다 보니 본인도 도루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감싸며 "찬호는 경기와 투수를 관찰하는 눈이 탁월하다. 투수들의 미세한 습관이나 타이밍 등 그런 걸 캐치하는 것이 빠르다. 찬호가 스피드에 비해 많은 도루를 해낸 이유"라고 극찬했다.

박찬호가 먼저 출루해 읽어낸 투수의 습관과 미세한 경기 흐름은 뒷 타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순전히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도루를 감행하던 김도영도 그 덕에 선수를 보는 눈과 경기를 읽는 경험이 많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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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찬호(오른쪽)가 투수를 지켜보며 도루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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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원준이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박찬호와 또 다르게 최원준은 코치들과 대화가 되는 선수였다. 조승범 KIA 1군 전력분석 코치는 상황별 대처 능력이 뛰어난 선수로 베테랑 김선빈(35)과 함께 최원준을 꼽았다.

조승범 코치는 "2스트라이크 이후나 노아웃 2루 등 상황에 맞게 콘택트가 필요할 때가 있다. 보통은 타자들에게 타석에서 자신 있는 공에 공격적으로 나가라고 하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칠지 생각하고 들어가라고 주문하는 편이다. 그렇게 상황에 맞춰 잘 대처하는 선수가 김선빈"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선빈이뿐 아니라 베테랑 선수들은 아무래도 그런 상황을 잘 읽는 편인데 어린 선수들은 그게 어렵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원준은 잘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최원준 본인과 조승범 코치에 따르면 국군체육부대(상무) 시절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 정립과 타격 루틴 등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같은 나이대 선수들보다 성숙한 야구에 대한 태도와 해박한 지식은 어린 선수들이 최원준을 찾는 이유가 됐다. 상무에서처럼 KIA로 복귀해서도 최원준은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걸 알려주는 멘토가 됐다.

조승범 코치는 "(최)원준이가 제대하고 이야기하면서 놀랐던 것이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이해도였다. 보통은 그 나이때에도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원준이는 처음부터 이야기가 잘 통했던 선수"라며 "원준이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어린 나이부터 많은 경험을 쌓고 점점 자신만의 것을 정립한 것 같다. 그걸 토대로 다른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하는 모습을 보고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두 사람 덕에 올해 KIA 타선은 하위 타선에서 상위 타선으로 매끄러운 흐름을 이어가면 폭발적인 타격을 자랑했다. 이 장점이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는 어떻게 발현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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