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선수들이 지난 13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꺾고 ALCS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올 시즌 개막일 기준으로 MLB 30개 구단의 팀 연봉 총액을 살펴보면 메츠, 양키스, 다저스가 각각 1~3위를 기록했다. 클리블랜드는 28위였다.
메츠와 양키스의 팀 연봉 총액은 3억 달러(약 4054억 원)가 넘는다. 반면 클리블랜드는 9300만 달러(약 1257억 원)에 불과해 메츠와 양키스의 3분의 1 수준이다.
팀 연봉 총액만 놓고 보면 클리블랜드의 2024 시즌은 기적이다. 클리블랜드는 올 시즌 AL 중부지구에서 92승 69패로 1위를 차지했다.
흥미롭게도 클리블랜드는 2년 전에도 기적을 만들었다. 당시 클리블랜드의 팀 연봉 총액은 27위(약 6600만 달러)였지만 AL 중부지구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의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클리블랜드는 AL 디비전 시리즈에서 당시 팀 연봉 총액 3위(약 2억 3900만 달러)였던 양키스에 패했다.
뉴욕 양키스 선수들. /AFPBBNews=뉴스1 |
지난 20년(2004~2023년) 동안 개막일 기준으로 팀 연봉 총액 15위권 밖에 있던 팀이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이 올 시즌에도 맞아 떨어진다면 1948년 이후 단 한 번도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클리블랜드의 '우승 가뭄'은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지난 20년간 초저예산으로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 팀은 존재했다. 2008년과 2020년 각각 팀 연봉 총액 29위와 28위를 기록했던 탬파베이 레이스가 대표적이다. 1998년 창단한 탬파베이는 낮은 연봉이지만 팀 기여도가 좋은 젊은 선수를 육성해 21세기 '머니 볼' 야구의 대표 팀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원조 머니 볼 구단인 오클랜드 애슬래틱스가 그랬듯 가을 야구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근본적으로 탬파베이는 워낙 예산이 적은 구단이다 보니 가을 야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량감 있는 선수를 트레이드로 모셔오기 힘든 구조였기 때문이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 2번째)가 14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와 NLCS 1차전에서 득점한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뉴욕 메츠 선수들. /AFPBBNews=뉴스1 |
하지만 당시 보스턴의 팀 연봉 총액은 전체 MLB 구단 가운데 3위였다. 3년 뒤 다시 한 번 보스턴이 월드 시리즈 정상에 올랐을 때도 팀 연봉 총액은 2위였다. 한 마디로 월드 시리즈 패권을 잡으려면 상당한 구단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20년 동안 팀 연봉 총액 5위권 이내의 구단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9번이었고 6~10위 사이의 구단이 우승한 경우는 3번이었다. 팀 연봉 총액 10위권 이내 구단의 우승 확률은 60%(12/20)였던 셈이다.
한편 팀 연봉 총액 11~15위 사이의 구단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지난 20년간 8번이었으며 16위 이하 15개 구단의 우승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16위 이하 구단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지난 20년 동안 7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연봉 총액 상위 팀에 패했다. 이른바 '머니 볼'의 기적이 월드 시리즈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셈이다.
올 시즌 클리블랜드가 과연 확률 0%를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