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1군 코치 새출발' 정찬헌 "허리 수술만 3차례... 난치병에 다른 건강도 장담 못했다" [인터뷰]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10.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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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헌.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내 의지만으로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가족들은 더 이상의 수술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7일 키움 히어로즈 구단을 통해 현역 은퇴를 선언한 정찬헌(34)이 17년간 버텨온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순간을 떠올렸다.


정찬헌은 송정동초-충장중-광주제일고 졸업 후 2008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고졸 신인으로서 데뷔 시즌부터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잦은 부상이 아쉬웠다. 특히 2016년 발병한 황색인대골화증(척추를 굽히고 피는 황색인대가 뼈처럼 단단하고 두꺼워지는 희귀병)이 결정적이었다. 이 병으로 인해 2016년, 2019년, 2023년 3차례 경추 수술을 받아야 했고 끝내 은퇴까지 한 해 120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정찬헌은 14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많은 수술을 하다 보니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편으로는 수술한 지 1년이 지났고 내년이면 수술 2년 차가 되니까 2025시즌은 조금 더 잘 해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었다"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키움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올해 정찬헌은 1군 4경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88, 퓨처스리그 14경기 1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5.27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시즌 종료 후 그에게 코치직을 제안했다. 정찬헌은 "솔직히 올해 시즌을 치르면서 정리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다. 1년을 더 하고 싶은 마음으로 면담에 임했는데 구단에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사실 선수로서 마음이 앞서다 보니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키움 구단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프로 생활은 수술과 재활 그리고 극복의 연속이었다. 잦은 부상에 무너지면서도 2018년에는 마무리로 발탁돼 66경기 5승 3패 27세이브, 평균자책점 4.85로 LG의 뒷문을 막았다. 2020년에는 19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51, 110⅓이닝 85탈삼진으로 선발로서 마운드를 지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또 한 번 황색인대 제거술로 기나긴 재활을 겪고 나자, 조금은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가까이서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걱정이 가장 컸다.

정찬헌은 "조금 더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완치가 어려운 난치병이다 보니 재발 위험을 계속 안고 공을 던져야 했다. 벌써 (경추 부위를) 3번이나 열었는데 4번째가 되면 허리뿐 아니라 다른 건강조차 보장할 수 없었다"며 "가족들도 더 이상 수술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나도 내 의지만 가지고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난 이제 한 집의 가장이고 내가 건강해야 가족들을 책임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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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헌.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구단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그에게 파격적으로 1군 불펜 코치를 제안했다. 키움은 평소 상대 팀과 경기를 치를 때 코치들의 모습도 담아두는 구단. 정찬헌을 비롯해 올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주루코치로 활동했던 김준완 코치가 1루 및 외야 수비 코치로 복귀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이승호 현 1군 투수코치를 보좌하는 역할로써 정찬헌이 선수들과 코치진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정찬헌은 선수 시절 어린 선수들과 소통이 잘 되고 유대관계가 특히 좋았던 선수였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능력이 뛰어나 리더 역할을 잘했다. 그런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뜻밖의 제안에 정찬헌도 놀란 건 사실. 그는 "나도 구단으로부터 처음 1군 코치 제안을 들었을 때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아직 코치로서 제대로 된 역량을 갖춘 게 없는데 과연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걱정됐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구단에서는 내가 선수들의 멘탈과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잘 잡아주길 바랐다. 또 이승호 코치님이 내가 LG 신인 때 첫 룸메이트셨는데 그때처럼 함께 이곳에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보자고 격려해 주셨다. 나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해줄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고, 전체적으로는 선수들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일단 접근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2021년 7월 합류해 햇수로 4년을 키움에서 보낸 정찬헌에게 키움 선수단은 열정이 넘치는 동생들이었다. 많은 나이 차에도 자신에게 거침없이 궁금한 점과 고민을 물어봤고, 그런 동생들 덕분에 자신도 순조롭게 팀에 적응해갈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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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헌.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정찬헌은 "키움에는 젊은 선수가 많다. 아직 힘과 열정이 많은 선수가 많다 보니 더 잘하려거나 강하게 던지려는 욕심이 많다. 하지만 야구는 경험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순간이나 경기도 있다. 그런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 보니 경기마다 분위기도 많이 탄다"고 진단하며 "나도 어렸을 때 그랬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일이지만, 내가 잘 컨트롤할 수 있게 도우면 그 시기가 더 단축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단 선수마다의 특색을 살리고 존중해주는 코치를 지향했다. 정찬헌은 "지금의 난 아직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코치이기 때문에 백지장 상태다. 주변 코치님들께 많은 걸 여쭤보고 대화하면서 내가 가진 야구 지식과 가치관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정리한 걸 단순화해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는 화법과 어법도 배우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들마다 힘을 쓰는 방법이나 고유의 느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마다 신장, 체중, 운동 감각이 다 다르다. 그에 맞춰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해, 선수가 필요하고 궁금한 걸 해소해 줄 수 있는 코칭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자신을 그동안 응원해준 LG 팬들과 키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찬헌은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팬들 덕분에 내가 있었다. 그 외의 모든 팬분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키움 팬들에게는 내가 트레이드로 와서 나만의 야구를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크다. 지난해 수술하고 와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지만, 또 한 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이대로 마무리하게 돼 나도 아쉽고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팀은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돼서 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선수 때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만큼 지도자로서는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 경험이 어린 선수들이 좋은 선수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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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수술 후 고척스카이돔을 첫 방문한 정찬헌의 모습.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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