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 '또' 코치 6명 잃었다, "타격코치가 4명" 자신→WC 무득점 '최초 업셋패' 결과는 코치진 물갈이였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10.2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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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감독(오른쪽)과 박흥식 전 수석 코치.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놀랍도 지난해와 닮았다. 2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음에도 모두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아쉬운 결과를 남겼고 관중들의 야유를 받았다. 그리고 시즌 종료 후 많은 코치진이 팀을 떠나게 됐다.

두산 베어스는 19일 "박흥식 수석코치 등 6명의 코치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구단은 "최근 박흥식 수석코치, 김한수 코치와 면담을 진행해 상호 합의 하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퓨처스팀 이광우 코치, 강석천 코치, 김상진 코치, 정진호 코치와도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박흥식(62) 코치와 결별이 가장 눈길을 끈다. 박 코치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현역 은퇴 후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등 다양한 구단에서 능력을 증명한 베테랑 지도자인 그는 올해 초 두산의 수석코치로 합류했다. 현역 시절 사제의 연을 맺었던 이승엽(48) 감독의 요청에 옆에서 보좌를 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보 사령탑인 이승엽 감독을 앞세워 5위로 마친 뒤 가을야구에 오른 두산은 WC에서 아쉬운 경기 운영으로 패했다. 시즌 막판 아쉬운 성적 등을 이유로 홈 최종전에선 일부 관중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월 창단 기념식에서 "지난해 10월 19일 창원(WC)에서 패배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코치진에도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선수들이 정말 좋은 퍼포먼스를 내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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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호주 시드니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돕고 있는 박흥식 전 수석코치.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코치진을 꾸리는 게 쉽지 않았다. 무려 이번과 마찬가지로 6명의 코치진이 이탈했다. 물론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당시엔 고영민, 김주찬, 유재신 코치가 전임 사령탑인 김태형 감독을 따라 롯데 자이언츠 부임과 함께 행보를 같이 했고 정재훈 코치는 러브콜을 받고 KIA로 향했다. 김우석 코치는 한화 이글스, 정수성 코치와는 작별을 결정했다.

옛 스승인 박흥식 수석코치를 직접 모셨고 조인성·가득염 잔류·재활군 코치, 퓨처스(2군) 작전·주루 김동한 코치를 영입했다. 김한수 코치를 수석에서 타격코치로, 고토 코치를 3루 코치(작전·주루)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하기도 했다.

당시 이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나간 분들도 있고 새로 온 코치도 있다. 신중을 기했다. 원래 수석코치였던 김한수 코치가 타격코치로 간 것도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한 결과였다"며 "지난해 타격이 부진했고 김한수 코치가 원래 타격코치를 오래하며 좋은 성과를 냈고 나도 제자로 있었다. 좋았던 기억을 하고 있어 보직이 변경됐다. 수석 코치에도 김한수 코치가 있지만 좌타자도 많기에 박흥식 코치도 타격에 대해서도 공유하면서 나아갈 수 있도록 신중하게 보직을 정했다"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박흥식 수석 코치는 "2명의 타격 코치에 나와 고토 코치까지 사실상 타격 코치가 4명인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두산이 지난해 타격에서 크나 큰 아쉬움을 남겼던 터라 기대감이 컸다. 이 감독은 "투수진이 막판 힘이 부쳤던 이유는 타선에서 제대로 돕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며 "화끈한 야구를 하려면 타선에서 힘이 더 필요하다. 캠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지난해 좋지 않았던 타격지표들을 전체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올 시즌 타격 지표 향상이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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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양의지(왼쪽부터)를 지켜보는 박흥식 전 수석 코치, 이승엽 감독, 김한수 전 타격 코치.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분명히 좋아진 부분도 있었다. 팀 타율은 0.255에서 0.276까지, 팀 홈런은 100개에서 150개로 급등했다. 득점권 타율이 0.242에서 0.280으로 상승한 것도 큰 변화였다. 특히나 중심 타선의 부활이 돋보였다. 양석환이 34홈런 107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김재환도 29홈런 92타점으로 반등했다. 강승호도 커리어 최다인 18홈런을 날리며 한 단계 성장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젊은 타자를 키워내는 데엔 실패했다. 여전히 30대 베테랑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특별하게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를 꼽기 어려웠다.

가장 결정적인 건 WC였다. 4위로 시즌을 마쳐 1승 어드밴티지를 안고 나선 WC였지만 두산은 충격적인 2연패를 당했다. 역대 9차례 WC에서 4위 팀이 시리즈를 내준 건 사상 처음이었다. 투수진은 2경기 5실점으로 잘 버텨줬지만 타선이 18이닝 무득점이라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졌다. WC 최초 업셋패 이후 성난 두산 팬들은 잠실구장 앞에서 '이승엽 나가'를 외치며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고 김한수 타격 코치와 타격 부분에 일가견이 있는 박흥식 수석 코치가 그 대상이 됐다.

부임 후 2시즌을 보낸 이 감독은 2025시즌 계약 마지막 해를 맞는다.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그만큼의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상황 속 지난해와 형태는 다소 다르다고 하더라도 코치진이 줄 이탈하게 된 것만큼은 똑같은 상황이다. 새로운 코치를 구해야 하고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게 된 이승엽 감독과 두산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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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 2차전에서 패하고 관중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두산 선수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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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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