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봉도 가능했는데...' 원태인, '서스펜디드→5이닝 무실점 둔갑'... 너무 완벽해 더 아쉽다 [KS1 현장]

광주=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10.2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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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원태인(왼쪽)이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위기를 막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 완벽한 투구로 팀에 첫 승을 안길 수 있었던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이 허무하게 투구를 마치게 됐다.

원태인은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66구만 던져 2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삼성에 1차전은 매우 중요했다. 1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무려 71.4%(30/42)에 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플레이오프(PO)를 4경기 치렀고 두 차례 우천 취소로 인해 하루의 휴식만 갖고 KS에 올라와 체력적인 열세 속에 남은 경기를 치러야 했고 선발진의 무게감에서 밀려 1,2선발 등판 때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원태인은 올 시즌 28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ERA) 3.66, 159⅔이닝 119탈삼진, WHIP 1.20, 피안타율 0.245를 마크했다. 공동 다승왕에 오른 원태인은 1차전엔 지난 15일 PO 2차전 6⅔이닝 동안 104구를 던지며 1실점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고 이후 닷새를 쉬었다.

원태인의 체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2차전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황동재 혹은 좌완 이승현이 출격할 예정이다. 광주에서 최소 1승 1패를 거두고 안방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원태인의 어깨가 무거웠다.


올 시즌 KIA전엔 2경기에 나서 승패 없이 12이닝 동안 3실점, ERA 2.25로 매우 강했다. 팀이 4승 12패로 절대 열세를 보였지만 원태인 만큼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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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이 KS 1차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상대 전적에서 강했다고는 하지만 중심 타선엔 철저히 공략 당했다. 이날 3~5번에 배치된 김도영의 상대 타율은 0.500(4타수 2안타 2볼넷), 최형우는 0.500(6타수 3안타), 나성범은 0.600(5타수 3안타 1볼넷)으로 매우 강했다.

1회말 원태인의 미끄러운 그라운드 상황을 고려해 기습 번트를 시도했지만 원태인은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침착한 송구로 박찬호를 잡아냈다. 소크라테스는 좌익수 파울 플라이, 김도영은 3루수 땅볼, 삼자범퇴로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2회 최형우와 나성범을 2루수 뜬공, 헛스윙 삼진으로 완벽히 제압했지만 김선빈에게 던진 속구가 가운데로 몰리며 장타를 허용했다. 김선빈은 홈런을 직감한 듯 세리머니를 했고 원태인은 맞는 순간 고개를 떨궜지만 타구는 펜스 위 철망을 맞고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결국 3루타가 됐고 이후 최원준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아찔했던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3회도 순탄히 넘어가진 못했다. 선두 타자 김태군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서건창의 희생번트로 다시 한 번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냈다. 박찬호를 루킹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폭투가 나오며 주자는 3루를 밟았다.

그럼에도 좀처럼 쉽게 실점하지 않는 원태인의 에이스 본능은 여전했다. 소크라테스에게 3구 연속 슬라이더를 던졌고 볼카운트 2-1에서 체인지업을 던져 파울을 유도했다. 2-2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원태인은 몸쪽 하이 패스트볼을 뿌려 2루수 뜬공으로 다시 한 번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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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곤(왼쪽)이 6회초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려낸 뒤 강민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4회 선두 타자 김도영에게 높은 공 승부로 일관하다가 5구 만에 볼넷으로 내보내며 시작한 원태인은 최형우를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손 쓸 수 없을 정도의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패스트볼로 나성범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4구 루킹 삼진.

이후 2회 대형 3루타를 맞았던 김선빈을 상대로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앞선 기억 때문인지 좀처럼 쉽게 승부를 펼치지 못했고 2사 1,2루를 자초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는 올 시즌 원태인 상대 5타수 무안타, 앞서도 좌익수 뜬공으로 돌아섰던 최원준이었고 원태인은 땅볼을 유도한 뒤 한 차례 글러브에 맞은 공을 침착히 잡아내며 직접 토스해 이닝을 매조졌다.

5회엔 단 8구만 던지고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5회까지 원태인의 투구수는 66구, 이닝당 13.2구에 불과했다. 9이닝을 모두 던진다고 하더라도 산술적으로는 118.8구.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 원태인에 대해 "길게 던져줬으면 좋겠다. 투구수도 많이 던질 수 있는 상황이다. 100개에서 110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두 주자를 내보냈던 2,3,4회를 지나 5회 삼자범퇴로 안정을 찾는 흐름이었기에 경우에 따라 완투 나아가 완봉, 적어도 7이닝, 8이닝까지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페이스였다.

득점 지원도 따랐다. 6회초 김헌곤이 상대 선발 제임스 네일의 스위퍼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기며 1-0으로 앞서갔고 이후 르윈 디아즈에게는 볼넷을 내준 채 강판됐다. 바뀐 투수 장현식을 상대로 강민호까지 볼넷으로 걸어나가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완전히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

여기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앞서 비로 인해 66분 지연 개시된 경기는 결국 경기 도중 내린 비로 인해 다시 중단됐다. 중단 시간은 오후 9시 24분. 40분 이상 경기가 지연됐고 개시를 위해선 정비 시간이 추가로 필요했다. 결국 심판진은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경기는 마무리됐다.

원태인의 눈부신 호투에도 활용도를 극대화하지 못해 삼성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승기를 가져올 수 있었지만 경기가 22일로 미뤄지며 원태인으로선 사실상 1차전 투구를 5이닝에서 마치게 됐다. 현실적으로 다음날 다시 등판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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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왼쪽)이 이닝을 마치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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