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픈 데야 많지만..." 인생투 놓친 원태인, '배영수급' 4·7차전 투혼 뽐낸다 [KS1 현장인터뷰]

광주=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10.2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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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원태인이 22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내일 6회부터 던지라고 해도 준비가 돼 있습니다."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이 한국시리즈에 모든 걸 걸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1차전에서 66구만 던진 채 뜻하지 않게 투구를 마치게 됐지만 하루 휴식 후 바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우승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다.


원태인은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이 우천 순연된 뒤 취재진과 만나 "(4차전과 7차전에도) 당연히 던져야 한다"며 "그만큼 모든 걸 바치기 위해 최종전에 단독 다승왕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159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 6패 평균자책점(ERA) 3.66으로 커리어 첫 다승왕에 올랐다. 다만 마지막 한 차례 더 등판 기회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단독 다승왕이 될 수도 있었지만 가을야구에 집중하기 위해 욕심을 버렸고 결국 곽빈(두산)과 함께 공동 타이틀 홀더가 됐다.

그만큼 원태인에겐 소중한 가을 기회였다. 2019년 삼성의 1차 지명 투수로 큰 기대를 받고 입단한 원태인은 14승 ERA 3.06으로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급부상한 2021년 가을야구에서 쓴맛을 봤다. 플레이오프(PO)에 나선 그는 1⅓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삼성은 2위로 나선 PO에서 두산에 업셋을 당했다.


그 사이 더 많은 경험이 쌓였다. 올 시즌 가을은 완전히 다르다. 지난 15일 LG와 PO 2차전 선발로 나선 그는 6⅔이닝 동안 1실점 호투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그리고 21일 열린 KS 1차전 선발로 낙점됐고 5회까지 66구만 던지며 2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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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KS 1차전에서 역투를 펼치는 원태인. /사진=김진경 대기자
문제는 1차전 6회초 삼성이 1-0으로 앞선 무사 1,2루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됐고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는 것이다. 역대 가을야구 사상 최초의 사례다. 이날도 다시 우천 순연됐지만 원태인이 이어서 투구를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삼성으로선 크나 큰 타격이다.

다만 이날 우천 취소로 나흘 휴식 후 4차전에 나서고 다시 사흘을 쉰 뒤엔 선발 혹은 불펜 투수로도 7차전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원태인은 몸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어떤 상황에서든 올라갈 수 있다. 원래 오늘 경기를 했어도 사흘 쉬고 4차전에 등판을 하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저희에게 좋은 쪽으로 됐다"며 "투구 수를 절약했기 때문에 나흘 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4차전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고 7차전에도 사흘 쉬고 선발 등판하라면 그럴 것이고 불펜 대기를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들은 부상을 달고 산다고 한다. 원태인이라고 몸 상태가 100%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사실 아픈 데야 정말 많지만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이지 않나"라며 "그래서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저뿐만 아니라 저희 선수들 모두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배영수가 오버랩된다. 원조 '푸른피의 에이스'였던 배영수(43·SSG 랜더스 투수 코치)는 통산 499경기에서 138승을 거둔 전설적인 선수로 선수시절 대부분을 삼성에서 활약하며 맹활약으로 삼성에 우승 반지도 안겼던 기억이 있다. 다만 2006년 KS에서 5경기에 등판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부상 여파로 커리어가 내리막 길을 탔던, 삼성 팬들로선 아픈 기억도 있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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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를 펼치는 원태인. /사진=김진경 대기자
원태인은 "우승을 한다면 뭐든 못 바치겠나. 그런데 솔직히 지금은 그때만큼의 혹사는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고 최대한 좋은 컨디션으로 오래오래 야구할 수 있을 정도로 있게 스스로 관리를 잘 하고 있다"며 "언제 다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안 다치고 오래 선수 생활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전날 경기의 아쉬움이 크다. "컨디션도 너무 좋았고 피칭도 제 생각대로 잘 되고 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다"며 "어떻게 보면 제 야구 인생에서도 정말 기억될 만한 피칭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는 날이었는데 그렇게 끝나 아쉬움이 정말 컸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남은 경기에서 더 에이스의 역할을 해내겠다는 각오다. 원태인은 "토종 1선발로서 몇 년 동안 계속 팀을 이끌다시피 했지만 큰 무대에선 아직 제가 증명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정말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큰 경기에 타이브레이크도 그렇고 몇 번 던져봤지만 포스트시즌이라는 무대는 또 다르니까 이런 경기에서 꼭 증명해 보이고 싶은 그런 마음이 컸는데 다행히 큰 경기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모든 분들에게 조금은 증명을 하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도 이때까지 야구하면서 어떻게 보면 중요한 경기, 큰 경기에서 아마추어 때부터 늘 잘 던져와 이번에도 자신감이 많았고 그런 평가를 제가 더 좋은 쪽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다행히 제가 생각한 대로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

자신감은 넘친다. 원태인은 "저희는 모든 평가를 뒤집고 있다. 정말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고 플레이오프도 2등으로 시작을 했는데도 LG 쪽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을 했고 이번에도 KIA 쪽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을 한다"며 "플레이오프에도 비가 내리면 LG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셨는데 다 저희가 뒤집었다시피 이번에도 그런 평가를 저희가 충분히 뒤집을 수 있어 오히려 좋은 것 같다. 이게 상대방한테 좋다고 얘기를 하면 그게 상대방이 더 부담을 가지지 저희는 오히려 좋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늘 그래왔듯 모든 평가를 뒤집을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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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을 잡아내고 기뻐하는 원태인.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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