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태군(가운데)이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직후 그라운드에서 펑펑 울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IA-삼성전이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가 5차전 삼성에 승리히며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정해영이 경기를 매조지한 후 김태군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KIA 타이거즈 안방마님 김태군(35)의 꿈이 이뤄졌다. 찬밥 신세였던 백업이 우승 포수로 등극한 순간, 그는 그라운드 한켠에서 펑펑 울었다. 꿈이 이뤄진 순간 김태군이 4차전 만루포에 이어 5차전 결승타로 KIA의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KIA는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6-5로 승리하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승부처는 양 팀이 5-5로 팽팽히 맞선 6회말이었다. 선두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우전 안타로 출루해 상대 폭투와 최형우의 땅볼 타구에 3루까지 도달했다. 삼성은 마운드를 이상민에서 필승조 임창민으로 교체했으나, 변우혁을 볼넷으로 보내며 1사 1, 3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태군은 1B2S에서 직구를 걷어낸 뒤 5구째 포크를 때렸다. 이 타구는 유격수 쪽 깊숙이 향했고 이재현이 재빨리 2루로 뿌렸으나, 아웃 카운트를 잡는 데 실패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소크라테스가 홈을 밟아 KIA의 6-5 역전이 이뤄졌고 이날의 결승 득점이 됐다.
이로써 김태군은 한국시리즈 5경기 전 경기 출장에 이어 4차전 만루홈런과 5차전 결승 타점으로 당당히 우승 주역으로 거듭났다. 이번 한국시리즈 성적은 5경기 타율 0.353(17타수 6안타) 1홈런 7타점, OPS 1.047. 맹활약에 시리즈 MVP 기자단 투표에서도 99표 중 45표를 받았다. 한국시리즈 MVP가 된 김선빈에 딱 한 표 모자란 아쉬운 결과였다.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KIA전이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KIA 김태군이 3회초 2사 만루에서 좌월 만루 홈런을 날린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태군은 "다른 선수가 MVP를 받아도 인정했겠지만, 친구가 받아서 더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 17년 차가 된 김태군에게 있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 할 만하다. 김태군은 부산고 졸업 후 2008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17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NC 다이노스, 삼성을 거쳤고 통산 1400경기 타율 0.250(3170타수 791안타) 32홈런 337타점, 출루율 0.309 장타율 0.320의 기록을 남겼다.
2013년 신생팀 NC로 합류 뒤 주전 포수로 거듭나며 꽃길을 걷나 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제대 후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 합류했고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때 그는 백업 포수였다. 2022시즌 삼성으로 트레이드됐지만, 이때도 강민호에게 밀려 백업을 전전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주전 포수를 찾던 KIA로 트레이드되면서 반전 시나리오가 쓰였다.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2년 차인 올 시즌 정규시즌 1위를 이끌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프로 데뷔 첫 만루홈런을 터트리는 등 큰 임팩트를 남겼다.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 후 그는 그라운드 한켠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IA-삼성전이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김태군이 6회말 1사 1,3루에서 역전 1타점 내야안타를 날린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김태군은 "내게 군대 다녀와서 우승했다고 하는데 나는 (NC에서) 찬밥이었다. 2020년 우승은 했지만, 정말 재미없었다. 팀에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이었다"며 "KIA에 와서 큰 계약을 하며 책임감과 부담감이 함께 있었는데 좋은 시즌을 보냈다.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니 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한국시리즈 상대는 그의 전 소속팀 삼성이었다. 삼성은 그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은 팀이었다. 그는 "야구가 재미없었는데 NC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되고 야구에 재미를 붙였다. 삼성에서의 생활은 KIA에서 행복하게 야구 경기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며 "솔직히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오길 바랐다. LG도 신인 때 있던 팀이지만, 너무 먼 얘기고 내가 감사한 마음을 느끼는 팀과 붙어서 우승하면 선수로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제 KIA는 또 한 번의 우승을 노린다. 신구조화가 된 KIA는 내년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김태군은 "KIA에 온 지 1년 6개월이 됐는데 당연히 가능하다. 단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의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우승했다고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