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WBSC 프리미어 12' 평가전 한국-쿠바전이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국 김서현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비 1차 평가전에서 쿠바에 2-0으로 승리했다.
마운드가 압권이었다. 선발 곽빈으로 시작된 대표팀 투수진은 쿠바 타선을 상대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곽빈이 2이닝 1피안타 1몸에 맞는 볼 2탈삼진 무실점으로 기세를 올렸다. 뒤이어 김택연-유영찬-이영하-김서현-김시훈-조병현-박영현으로 이어지는 철벽 마운드가 각각 1이닝씩 책임졌다.
각 팀의 마무리 4명이 포함된 7인의 계투진이 허용한 안타는 단 2개뿐이었다. 그중에서도 김서현의 투구는 류중일 감독의 호평을 받았다.
이날 김서현은 한국이 2-0으로 앞선 6회초 등판해 요엘키스 기베르트(중견수)-요안 몬카다(3루수)-발바로 아루에바루에나(유격수)로 이어지는 1~3번 타순을 상대했다. 초구부터 시속 154㎞의 빠른 직구를 뿌리더니 최고 시속 155의 빠른 공으로 3타자 모두 땅볼 아웃 처리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메이저리그 통산 93홈런의 거포 내야수 몬카다를 상대로 한 피칭이었다. 초반 직구 3개가 스트라이크존 밖으로 향하자, 김서현은 슬라이더 2개를 연거푸 몸쪽 낮게 찔러 넣어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이어진 6구째 슬라이더를 몬카다는 건드렸고 2루 땅볼로 아웃됐다.
'2024 WBSC 프리미어 12' 평가전 한국-쿠바전이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국 김서현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이 장면은 류중일 감독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승리 후 가장 인상 깊었던 투수를 묻는 말에 류 감독은 "김서현이었다. 사실 난 김서현이 변화구 제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째 타자(몬카다) 때 볼 3개를 넣고 변화구 3개로 잡아내더라"고 경탄하며 "보통 공이 빠른 선수는 변화구 제구가 떨어진다고 생각할 텐데 김서현은 변화구로 타자를 잡아낸 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김서현이 들었던 혹평을 떠올리면 감개무량이다. 서울고를 졸업한 김서현은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빠른 공과 묵직한 구위를 인정받아 입단 계약금만 5억 원을 받았고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도 받았다.
프로에 와서는 좀처럼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첫해인 지난해 20경기 평균자책점 7.25, 22⅓이닝 30사사구(23볼넷 7몸에 맞는 공) 26탈삼진으로 이닝당 볼넷이 1개를 넘어갔다. 전광판과 트랙맨 데이터상 시속 160㎞의 빠른 공을 여러 차례 던졌으나, 존 안에 들어가지 않는 공은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 차츰 적응하고 나름의 투구 메커니즘을 개선하면서 올해는 37경기를 등판해 1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76, 38⅓이닝 43탈삼진을 기록, 왜 자신이 전체 1번 유망주인지를 증명했다. 볼넷도 36사사구(32볼넷 4몸에 맞는 공)로 어느 정도 우려를 불식시켰다.
성장세를 보인 김서현을 류 감독과 KBO 전력강화위원회를 과감하게 발탁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제구 잡힌 시속 160㎞의 빠른 공은 국제무대에서 매우 경쟁력 있기 때문. 6일 있을 국군체육부대(상무)와 국내 최종 평가전 전후로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다고 예고한 가운데 김서현의 대표팀 승선 가능성도 더는 꿈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류 감독도 섣부른 기대는 자제했다. 김서현이 경기 후반 특급 카드로 등판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기를 통해 계속 성장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고, 안타를 맞아도 다음에는 막아내야 한다. 그게 야구다"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