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KIA전이 지난 8월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최주환(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9회말 끝내기 역전 투런포를 날리고 홈인한 후 동료들로부터 물폭탄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최주환(왼쪽)과 고형욱 키움 단장.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최주환은 지난 5일 원소속팀 키움과 계약 기간은 2+1+1년, 최대 12억 원을 받는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다소 독특한 구조의 계약에 키움은 "구체적으로 2025년부터 2026년까지 2년을 보장하고, 옵션 충족 시 다음 시즌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형태다. 매 시즌 연봉 3억 원으로 계약기간 4년을 모두 채우면 12억 원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계약 후 저녁 무렵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최주환은 "어린 선수들과 밝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야구하는 것이 좋았다. 또 모든 선수가 똑같겠지만, 계속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계약에 있어 그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솔직하게 이유를 밝히면서도 "팬분들이 날 '주환 아빠'라고 불러주는 것도 좋았고, 다른 것보다 팬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걸 보니 잘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독특한 계약 옵션은 스타뉴스 취재 결과 홈런, 타율 등 숫자로 구성된 것이 아닌 최주환이 건강하게 뛰면 충족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는 이 옵션에 동기 부여를 강하게 느꼈고, 키움 구단 역시 건강한 최주환이라면 제 몫을 해줄 거란 믿음에서 제안했다. 최주환은 "난 이 계약을 4년 계약이라고 받아들였다. 건강하게 잘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면서 "옵션 있는 계약도 해봤는데 아무래도 충족하고 싶은 마음에 그 옵션이 신경 쓰이고 부담될 때가 있었다. 이번 계약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최주환이 부진한 전반기를 어떻게 보내고 극복했는지 그 과정을 인상적으로 봤다. 지난해 11월 KBO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SSG 랜더스에서 키움으로 향한 최주환은 전반기 71경기에서 타율 0.223(265타수 59안타) 6홈런 4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11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KIA전이 지난 8월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최주환이 9회말 끝내기 역전 투런포를 날리고 홈인한 후 동료들로부터 물폭탄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그러나 홍원기 감독 이하 코치들의 믿음과 응원 속에서 후반기 타율 0.300(213타수 64안타) 7홈런 41타점 OPS 0.845로 기대했던 최주환의 모습을 보여줬다. 고형욱 단장은 "최주환이 후반기에 잘해준 부분도 있지만, 본인의 성적이 좋든 안 좋든 티 내지 않고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준 점이 좋았다. 물론 주장 송성문이 리더 역할을 했지만, 최주환도 송성문을 도와 선수단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고 모범이 됐다. 최주환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선수단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계약을 건강하게 무사히 마치면 최주환은 40세가 된다. 선수 생명이 늘어난 요즘 야구에서도 쉽지 않은 도전. 하지만 전 소속팀 동료이자 만 40세의 나이로 이번 FA 시장에 뛰어든 노경은(40)을 보며 다시 힘을 냈다.
최주환은 "난 항상 나이가 들어서도 몸 관리를 잘하고 노력하면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이번 계약이 그런 의미에서 내 평소 마음과 공통점이 있었다. 좋은 사례가 올해 FA를 신청한 (노)경은 선배"라고 밝혔다.
이어 "경은 선배의 활약은 후배들이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근거와 발판이 됐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부분에서 베테랑으로서 '계약해서 다행이다'가 아닌 책임감을 느낀다. 나도 나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을 위해서도 몸 관리를 잘하면 이렇게 오래 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키움 최주환. /사진=김진경 대기자 |
우승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최주환은 우승 복을 타고난 선수 중 하나다. 2006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46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두산에서 15년, SSG에서 3년을 있으면서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만 4차례(2015년, 2016년, 2019년, 2022년) 획득했다.
그가 3번째로 찾아온 팀은 안우진(25)·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잇따른 투·타 에이스의 이탈로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먼저 발견했다.
최주환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이란 시간을 키움에서 함께 보냈다. 성적은 2년 연속 최하위였지만, 분명히 반등할 부분이 있다고 느꼈고 희망을 봤다. 구단이 원하는 방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안)우진이가 돌아오는 2026년을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반등해서 가을야구에 도전하고, 어린 선수들과 힘을 합쳐 한 번 우승하고 싶다"며 "내가 있었던 팀은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이곳에서도 정상에 올라 우승 청부사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