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제임스 네일이 박수로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
KIA 심재학 단장은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팀들보다 시즌이 조금 늦게 끝나다 보니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서도 이제 검토 중이다. 네일은 분명히 잡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른 두 선수(에릭 라우어,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잡아야 할지 어떨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네일은 올 시즌 26경기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 149⅓이닝 138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27, 피안타율 0.259로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명실상부한 에이스였다. 시즌 말미에 턱관절 골절이란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재활에 매진하며 한국시리즈 무대에 극적으로 복귀했다. 어렵게 복귀한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53, 10⅔이닝 13탈삼진을 기록, KIA의 12번째이자 7년 만의 우승을 이끌었다.
KIA가 네일을 외국인 선수 중 재계약 1순위로 올려놓은 데에는 실력 외적인 이유도 있었다. 심재학 단장은 "네일 선수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올 시즌 팀에 정말 감동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그런 부분도 (재계약을 목표로 하는데) 비중을 많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네일은 지난 8월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턱관절 골절 부상 이후 한국시리즈 복귀까지 감동적인 이야기로 많은 화제가 됐다. 수술 후 동료들의 응원 영상을 보며 펑펑 우는가 하면, 재활 과정에서 선수단과 동행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청했다. 9월 6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자신에게 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던 팬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팀 동료들도 몰랐던 깜짝 시구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KIA가 단순히 재활 과정 이후 모습만 보고 재계약을 목표로 한 건 아니었다. 올해 유독 팀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성 좋은 외인들이 많았음에도 네일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눈에 띄었다. 올 시즌 네일과 함께한 박재형(27) 통역에 따르면 팀에 녹아들기 위해 이토록 진심인 외인은 없었다. 박 통역은 스타뉴스에 "네일은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었다. 스프링캠프부터 이미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야구 용어보다는 다른 한국 선수들과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해지고 알아가기 위해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굉장히 많이 물어봤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실제로 그걸 습득해서 활용하는 데도 굉장히 빨랐다. 시즌 초반부터 한글이 적힌 낱말 카드를 본인이 직접 작성해서 외웠고, 자기가 배운 걸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내 선수들이 '네일, 너 벌써 그런 말도 할 줄 알아?'라고 놀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KIA 제임스 네일(가운데)이 지난 2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정재훈 코치(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KIA 제임스 네일이 홈팬들 앞에서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KIA 홈팬들을 의식해 광주 사투리를 익히는 데도 열심이었다. 박 통역은 "항상 우리가 홈 경기에서 이기고 나면 팬들 앞에서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한다. 여기서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홈팬들 앞에서 하는 것인 만큼 '너땀시 살아야' 같은 사투리를 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네일도 굉장히 만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오면 마사지실에서 치료받으면서 그 말을 연습해서 마지막 인터뷰할 때 덧붙이곤 했다. 그런 노력이 네일이 팬들에게 굉장히 사랑받는 이유가 됐던 것 같다. 팬들이 붙여준 '임네일'이란 한국 이름도 굉장히 좋아했다. 오죽하면 라우어가 질투해서 자기도 만들어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미소 지었다.
네일은 볼끝이 지저분한 투심 패스트볼과 변화가 심한 스위퍼를 주 무기로 한다. 맞춰 잡는 땅볼 투수인 데다 독특한 무브먼트로 인해 불규칙 바운드가 많이 나와 유독 네일의 경기에서는 내야 실책이 잦았다. 그 탓에 정규 시즌 69실점 중 자책점이 42점이었다. 취재진에게 시즌 내내 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박 통역은 "사실 네일이 많이 의아해했다. 네일에 따르면 자신은 땅볼 투수라 당연히 타구가 강하게 갈 때가 많다.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고 당연히 그런 장면(실책)이 자주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인터뷰에서 왜 많이 나올까 궁금해 했다. 오히려 '내가 더 잘 던졌으면 강한 땅볼 타구도 안 나오는 건데'라면서 실책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실책 1위를 기록한 3루수 김도영(21)을 챙긴 것도 네일이었다. 박 통역은 "네일이 김도영을 항상 괜찮다며 챙겼다. 홈런 하나 치고 오면 똑같은 거라고 하고, 시즌 중반 김도영이 실책으로 힘들어할 땐 '좋은 수비마다 5000원이나 1만 원 줄 테니까 기죽지 마'라고 했다. 늘 야구 바지 뒤에다 돈을 넣어놓고 다니면서 '(김)도영, 나 항상 돈은 준비돼 있다, 경기 끝나면 줄 테니 잘해보자'라고 장난을 많이 쳤다"고 전했다.
KIA 제임스 네일(왼쪽)이 김도영과 미소 짓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KIA 김도영이 3루 방면 땅볼 타구를 잡은 모습. |
김도영만 챙긴 것이 아니었다. 같은 투수의 입장에서 어린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하며 성장을 도왔다. 박 통역은 "(황)동하와 (김)도현도 있었다. (김)도현이가 투심 패스트볼을 쓰려고 하니까 네일 자신이 나서서 많은 도움을 줬다. 단순히 그립만 조언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써야 (김)도현이의 시속 150㎞ 포심 패스트볼과 잘 어울리고, 어떤 상황에 써야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상세히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황동하는 네일의 멘토링에 크게 발전한 선수 중 하나였다. 박 통역은 "특히 네일이 애정을 보인 선수 중 하나가 황동하였다. 사실 (황)동하는 네일이 시즌 초반 굉장히 답답해했다. 마운드에서 던질 때 보면 정말 좋은데 왜 항상 소극적이고 위축된 상태에서 던지냐고 내게 물어봤다. 어린 선수라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 대놓고 말은 못 하다가 결국 하루 날 잡고 옆에서 알려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동하에게 던지고 나서 타자에게 등을 보이지 말라고 했다. 항상 어깨 피고 그냥 그 상태에서 뒤로 걸어 마운드로 돌아오라고 했다. 그런 자신감 있는 자세 하나가 너의 그런 투구 내용을 바꿀 수 있다. 전혀 주눅 들지 말고 자신 있게 던지라 했다. 그게 4~5월쯤이었는데 그때 이후 동하가 자신감을 많이 얻었고 굉장히 좋은 활약을 해줬다"고 떠올렸다.
국내 선수 못지않은 친화력과 젊은 선수들을 향한 애정은 어린 선수들에게 또 다른 안식처가 됐고, 자연스레 한 구 한 구 최선을 다하는 네일표 생각하는 야구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촉진했다. KIA가 네일과 재계약을 고려한 데 있어 실력 외적인 면에 주목한 이유다. 박 통역은 "네일이 항상 강조하는 것이 공을 던지고 나면 타자의 반응을 보고 다음 공은 어떻게 던져야 할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매번 2구, 3구째 구종도 준비하고 생각하면서 던져야 한다고 굉장히 말을 많이 해줬다. (황)동하도 그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KIA 황동하.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KIA 제임스 네일(맨 오른쪽)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김도현(60번 유니폼)을 반기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KIA 제임스 네일.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