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서브는 딸에게' 韓 배구 전설, 감동의 은퇴식 "많은 분의 사랑 덕에 43세까지 뛰었다" [인터뷰]

장충=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11.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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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오른쪽)이 딸 김보민 양과 함께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은퇴식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국 배구 레전드 정대영(43)이 25년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서브는 딸 김보민(14·제천여중 2) 양이 직접 받아 감동을 줬다.

정대영은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1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은퇴식을 가졌다.


정대영은 1999년 양백여상을 졸업한 후 당시 실업팀이었던 현대건설에서 성인 배구 무대에 데뷔했다. 프로 출범 이후 2007년 GS칼텍스로 이적한 정대영은 팀의 간판선수로 맹활약하며 2007~2008시즌과 2013~2014시즌 2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2014년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해서는 기복 없는 꾸준한 활약으로 2017~2018시즌과 2022~2023시즌 2번의 우승에 일조했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다시 GS칼텍스로 복귀한 정대영은 V리그 통산 19시즌 523경기 1968세트에 출전해 5653득점을 기록했다. 미들블로커로서 정규시즌, 챔피언 결정전, KOVO컵 MVP를 각각 한 차례 수상하는 등 커리어 내내 기복 없는 활약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말년의 정대영을 한국도로공사에서 직접 지도했던 김종민 감독은 "정대영은 여자 배구 레전드 선수다. 우리 팀에 있을 때는 나이가 많았는데도 몸 관리에 철저했고 후배들한테 모범이 되는 선수였다. 우리팀에 있을 때는 끝까지 잘한 것 같다"고 찬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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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가운데)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 행사에서 한국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과 주장 배유나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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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가운데)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 행사에서 GS칼텍스 이영택 감독과 주장 유서연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은퇴식은 정대영의 지난 25년을 돌아보는 영상으로 시작했다. 그의 소속팀이었던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 후배들의 축하를 받았다. 정대영은 "팬분들 덕분에 오랫동안 선수 생활할 수 있던 것 같아 감사하다. 많은 나이까지 선수 생활할 수 있게 해준 내가 지나온 모든 구단의 트레이너님과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 또 우리 가족도 마지막까지 응원해주고 기다려줘서 감사하다. 오늘 배구선수 정대영으로서 마지막 인사드린다. 행복한 은퇴식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은퇴 소감을 남겼다.

현재 제천여중에서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 중인 딸과 함께 시구를 맡아 뜻깊은 추억을 만들었다. 배구선수로서 마지막 서브를 딸에게 넣고, 딸 보민 양은 가볍게 받아내며 팬들을 뭉클하게 했다.

딸과 함께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난 정대영은 "다들 (은퇴가) 서운하지 않냐고 하는데 난 너무 오래해서 그건 덜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이 나를 너무 생각하고 사랑해 주셔서 43세까지 뛸 수 있었다"고 웃었다.

한국 여자배구계에 출산 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정대영은 2009~2010시즌 V리그 최초로 육아 휴직을 받았고 이후에도 꾸준한 활약으로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공교롭게도 최초의 출산 휴가를 허용한 팀이 이날 행사를 마련한 홈팀 GS칼텍스였다.

정대영은 "(출산 후 복귀가)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당시 구단(GS칼텍스)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다른 선수들도 쉽지 않겠지만, 나처럼 기회가 생긴다면 꼭 다시 코트로 복귀했으면 좋겠다. 그런 선배들이 많아져야 (따라하는) 선수도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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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오른쪽)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 행사에서 딸 김보민 양과 시구 행사를 가졌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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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오른쪽)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 행사에서 딸 김보민 양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딸과 함께 선수로서 코트를 서고 싶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을 따라 배구 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딸과 함께하는 걸 자랑스러워했다. 정대영은 "(딸과 선수 생활은) 은퇴를 고민했던 이유였다. 하지만 오늘 GS칼텍스에서 이벤트를 마련해준 덕분에 딸과 코트에 설 수 있었다. 반대편에 (김)보민이가 서 있는데 굉장히 새로운 기분이었다"며 "보민이가 배구를 늦게 시작한 편이라 또래 선수들과 갭 차이를 줄이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요새는 나때와 달리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느라 힘들 텐데 집에 와서 힘들다는 소리를 한 마디도 안했다. 그걸 보면서 고맙고, 나를 닮아 독한 면이 있다고 느꼈다"고 미소 지었다.

딸에게도 엄마이자 선수 정대영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김보민 양은 "언니 같은 엄마였다. 어쩔 때 보면 나보다 이해가 더 빠를 때도 있는 친구 같은 엄마"라고 소개하면서 "선수 정대영은 내 롤모델이기도 하다. 엄마처럼 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과 화답했다.

25년 만에 코트를 떠난 한국 배구의 전설은 은퇴 후의 삶에 100% 즐기고 있었다. 정대영은 "안그래도 주위에서 은퇴를 왜 하냐고 한다. 하지만 은퇴 후의 삶이 행복해서 다시 선수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선수 때는 숙소 생활이 많아 가족들과 주말에만 함께 있었는데 은퇴 후에는 항상 집에 같이 있다. 요즘은 보민이에게 공도 때려주고 같이 훈련한다"며 "지금은 지도자 공부를 하고 있다. 유소년 쪽에서 먼저 시작할 것 같다. 프로 구단에서 제의가 오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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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중앙의 검은색 옷)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 행사에서 GS칼텍스 선수단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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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오른쪽)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 행사에서 딸 김보민 양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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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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