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예진원이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마무리캠프를 떠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7년 만이자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는 11월이 시작되자마자 일찌감치 2025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외국인 선수들의 재계약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내부 FA 자원들의 경중을 따지기 시작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지난 4일 일본 오키나와 킨으로 2025년 신인 선수 7명 포함 31명의 선수를 보낸 마무리캠프도 그중 하나였다. 외야에는 중견수가 가능한 백업 자원들이 모두 모였다. 올해 1군에 66경기 69타석으로 가장 많이 나온 박정우(26)부터 시즌 도중 팀을 옮긴 예진원, 이번 캠프부터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꿀 신인 박재현(18)이 그들이다. 박재현은 빠른 발과 준수한 야구 센스로 중견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의 성장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2025시즌 이후 FA가 되는 최원준(27)의 이탈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원준은 어린 나이부터 꾸준히 1군 경기를 나오면서 746경기 타율 0.285, 25홈런 239타점 377득점 110도루, 출루율 0.353 장타율 0.383을 기록했다. 공격과 수비가 매우 빼어나다 볼 순 없었으나, 이 두 가지를 리그 평균 이상으로 갖춘 중견수는 리그 전체를 둘러봐도 찾기 힘들다.
그동안 KIA는 최원준의 존재로 인해 중견수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었다. 최원준이 있어 수비에서 아쉬움을 보이던 김호령(32)을 백업으로 내릴 수 있었고, 어깨가 약한 소크라테스 브리토(32)를 코너 외야로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원준이 내년 시즌 후 FA로 떠난다면 KIA 외야 중앙은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다. 그나마 중견수 수비가 가능한 소크라테스의 재계약도 불투명해짐에 따라 미래를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 예진원.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지난 7월 17일 키움 히어로즈에서 웨이버 공시된 예진원을 영입한 건 그에 대한 대비책 중 하나였다. 양정초-부산중-경남고를 졸업한 예진원은 2018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넥센(현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키움에서의 7년은 실망스러웠다. KIA에 오기 전까지 1군 통산 117경기에 출장해 타율 0.174(190타수 33안타), 2홈런 13타점 23득점 출루율 0.255 장타율 0.263의 성적을 냈다. 결국 7월 9일 키움의 선수단 정리 때 방출 명단에 포함됐고 웨이버 최하위 순번인 KIA가 그를 낚아챘다.
영입 당시 KIA 구단은 "예진원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번 영입을 결정했다. 외야 선수층 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예진원은 어느 한 시즌도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낸 적이 없음에도 키움이 좀처럼 포기하지 못하던 유망주 중 하나였다. 잠재력을 만개했을 때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KIA 예진원이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타격훈련에 나서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경남고 시절 예진원은 한동희(25·롯데 자이언츠), 노시환(24·한화 이글스) 등이 있는 쟁쟁한 유망주들 사이에서도 3번 타자를 하던 선수였다. 명문 경남고에서 1학년부터 경기에 나섰고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 능력에 넓은 수비 그리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도 갖춘 다재다능한 선수였다. 3학년 시절인 2017년에는 청소년 대표팀에도 발탁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KIA도 예진원의 잠재력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본 것.
올해 박정우가 퓨처스 리그 33경기 타율 0.354(113타수 40안타), 13도루, 출루율 0.444 장타율 0.381로 한 단계 올라선 타격을 보여준 가운데, 예진원도 한 단계 발전을 이뤄낸다면 2025시즌 이후 외야 구성 전략을 조금 더 폭넓게 짤 수 있다.
선수 본인도 새로운 팀 KIA에서는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충만하다. 지난 4일 마무리 캠프 출국 당시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예진원은 "트레이드 당시에는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올스타브레이크가 있어 공식 발표까지 시간이 좀 길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갑작스러운 경험이었지만 다른 데 가서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아직 잘한 적이 없고 보여드린 게 없다 보니 다음 팀에서는 더 확실히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내 가장 큰 장점은 타격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극대화하려 한다. 수비도 외야 모든 포지션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근성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