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수홍 /사진=뉴스1 |
방송인 박수홍 친형 부부의 횡령 혐의 재판의 끝은 여전히 보일 기미가 없다. 고소장을 제출한 지도 무려 1321일이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 항소심 결심조차 도달하지 못했다.
박수홍은 지난 2021년 4월 횡령 혐의로 박씨, 이씨 부부를 고소했다. 이후 박씨 부부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박수홍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는 과정에서 연예기획사 라엘과 메디아붐을 운영, 박수홍의 출연료 약 6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박씨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매입 목적 11억7000만원, 기타 자금 무단 사용 9000만원, 기획사 신용카드 사용 9000만원, 고소인 개인 계좌 무단 인출 29억원, 허위 직원 등록을 활용한 급여 송금 수법으로 19억원 등을 빼돌린 것으로 봤지만 박씨는 일부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법인카드 사용, 허위 직원 급여 지급 등 횡령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왔다. 당초 박씨 등이 횡령한 금액은 61억7000만원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이 최근 박씨가 박수홍의 개인 자금에서 횡령한 액수를 당초 28억여원에서 중복된 내역 등을 제외한 15억원가량으로 수정해 공소장 내용을 변경했다.
이후 1심 재판 진행만 1년 4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선고기일 포함 총 11차례 재판이 진행됐고 2차례 증인으로 출석한 박수홍을 비롯해 박수홍 부모와 막냇동생, 회사 직원과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담당 세무사 등이 증인석에 서서 최소 1시간 이상 쟁점에 대해 이야기를 전했다.
박수홍은 친형 부부를 '저들'이라고 표현하며 두 사람에 대한 엄벌을 거듭 강조하고 엄벌탄원서까지 제출했지만 박씨 부부 역시 강경한 태도로 일관, 오히려 "박수홍은 언론플레이의 귀재"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제3자 입장에서는 결코 쉽게 보기 힘든 안타까운 가족사가 법원에서 알려지고 있었다.
1심 선고도 나름 반전이었다.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7년, 이씨에게 3년을 구형했지만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는 2월 14일 친형 박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도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는 없다고 보고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고 더욱이 이씨에게는 무죄 판결을 내리며 "단독범행을 한 정황이 보이지 않으며, 메디아붐에 명목상 등재만 돼 있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박수홍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박수홍씨의 정산금을 주지 않았다기보다는 수익금을 다시 빼돌려 횡령했는지가 중요하다"며 박씨의 횡령 금액을 20억원 정도로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박씨가 운영하던 연예기획사 라엘과 메디아붐에서 각각 7억원, 13억원가량을 횡령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씨가 라엘을 통해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한 후 이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점을 가장 큰 횡령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라엘을 통해 백화점 상품권을 샀는데, 회사 업무에 맞게 사용했는지 봐야 한다. 피고인은 사용처를 대부분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피고인은 박수홍의 지인, 방송 관계자에게 명절 선물을 줄 목적으로 상품권을 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인으로 구입한 상품권이 박수홍과 부모님을 위해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라엘과는 구별돼야 한다. 개인적 소비를 위한 비용, 부모의 생활비까지 제출된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백화점 외에 테마파크, 학원비로 사용된 금액도 있는데 피고인은 복리후생으로 썼다고 했다"며 "그러나 라엘의 복리후생에 이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내용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횡령죄는 모두 유죄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라엘에 근무하지 않은 이들을 근무하는 것처럼 횡령금 6억 8000만원 쓴 공소사실이 있다"라며 "허위 급여는 박수홍이 아니라 피고인과 가족을 위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절세 내지 탈세를 위해 외형적으로도 탈법적인 방식을 썼다. 라엘은 근로자가 아닌 제3자에게 급여를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라엘에서) 횡령이 주장된 금액은 19억 661만 51원이었으나, 모든 판단으로 볼 때 횡령 금액은 7억원 정도이며, 나머지 횡령 금액은 무죄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은 가운데 쟁점 판단을 놓고 재판부가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앞선 3차 공판에서 박수홍 일가와 라엘, 메디아붐 등의 법인 계좌를 담당했던 세무사 A씨는 검찰 증인 신문을 통해 "10여년 전부터 박수홍 가족의 세무 상담을 봐줬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박씨 부부의 부동산 분석 결과 내용을 1심 재판 당시 보고서로 제출한 사실을 언급했다.
A씨는 세무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박수홍 가족에게 컨설팅 조언도 해줬다면서 "(박씨 부부가) 부동산을 이렇게 취득할 계획인데 우리가 만약에 세무조사가 나오면 박수홍한테 피해가 가지 않겠냐, 어떻게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느냐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후 분석한 결과 그 당시에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금액이 있다고 저희가 판단을 했고 그래서 부동산을 굳이 취득하시려면 법인 명의로 변호사를 취득해야 된다고 조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반대 신문에서 박씨 변호인들은 A씨를 향한 여러 지적을 이어갔다. 박씨 변호인은 A씨의 당시 주된 업무에 대해 추가 질문을 계속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직원으로 등재된 박수홍 부모님이 진짜 직원이라고 생각하냐?"라고 질문하기도 했고 이를 들은 재판부가 "이걸 왜 물어보는 거죠?"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피고인 자격으로 재판에 참석한 박씨는 A씨의 증언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모습을 보였다.
4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박씨 부부의 혐의와 관련해 문제가 되고 있는 회계 장부를 놓고 어떻게 판단해야 하느냐를 놓고 검찰과 박씨 변호인단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검찰이 재판에 앞서 감정촉탁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예산 문제를 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하는 것으로 대신하자고 제안하며 "공인회계사를 지정해서 양측이 자료를 제출하고 횡령 관련 자금들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지를 분석해보면 유의미한 것 같다. 양형에도 상당히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씨 변호인은 "현금을 주로 주고받았기에 고소인이 아직 현금을 들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답했지만 결국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변호인은 "12월 20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라고 전했다.
다음 기일은 내년 1월 22일로 잡혔다. 햇수로는 4년째 박수홍 일가의 재판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