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7.24.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두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19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안승훈, 심승우)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과 그의 지인 최 씨의 항소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유아인은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타났다. 앞서 그는 지난 9월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바. 생애 처음으로 수의를 입은 유아인은 짧게 자른 머리에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쓰고 항소심을 이어나갔다.
유아인 측은 검찰 측에서 주장하는 양형 부당 사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유아인 측은 총 네 가지로 나눠 검찰 측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가장 먼저 유아인 측은 유아인이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해외에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검찰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미국 LA에서 대마를 흡연한 점은 깊이 반성하지만, 해외 여행 중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마약을 흡연했을 뿐 해외 원정을 다니며 마약을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의사를 속여 마약을 투약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해명했다. 유아인 측은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전문 시술을 통한 외모 관리가 필요했다면서 "마약 사건 전에도 월 1회 주기로 미용 관련 시술을 받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프로포폴을 투약했었다. 또 피고인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한 일부 의사는 피고인이 다른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관련자들을 상대로 입막음을 시도하고 출석 요구를 불응하도록 하며 연락을 회피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실체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유아인이 마약 투약 목격자들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협박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면서 "검찰은 피고인이 증거 인멸, 수사를 방해했다는 무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아인 측은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감내해야 할 몫이긴 하지만 대중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드리기 위해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나머지 배우로서의 삶에 큰 타격을 입고 앞으로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라며 유아인의 양형 사유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어 유아인 측은 "피고인은 우울증이 수반된 수면장애로 잘못된 선택을 하긴 했지만, 피고인이 치르게 되는 대가는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부친상도 언급했다. 유아인 측은 "피고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다"면서 자신 때문에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는 죄책감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아인 부친은 지난 8월 8일 별세했다.
뿐만 아니라 "이보다 더 큰 벌은 없다"면서 초범임을 강조하는가 하면, 평소 자신의 수익을 사회취약계층에게 기부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중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지만 사회를 위해 다방면으로 긍정적인 활동을 펼쳤으니 잘못된 선택과 별개로 감안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유아인의 다음 공판은 28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다.
유아인은 지난해 10월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 인멸 교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 씨에게는 대마 흡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보복협박), 범인도피죄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의료용 프로포폴을 181회 상습 투약하고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44회에 걸쳐 다른 사람의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았다.
이후 유아인은 지난 9월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함께 기소된 최 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유아인의 대마 흡연·마약류 상습 투약·타인 명의로 의료용 마약 상습 매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대마 수수·대마 흡연 교사·증거 인멸 교사 혐의는 무죄가 됐다.
하지만 검찰은 범죄가 중대함에도 검찰의 구형인 징역 4년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형량이 선고됐다며 항소했다. 유아인 측 역시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유아인은 지난달 22일, 최 씨는 25일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유아인은 지난 12일 두 번째 반성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