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한국-도미니카전이 지난 16일 대만 티엔무 야구장에서 열렸다. 한국 박영현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2년 연속 국제대회 미친 존재감으로 '제2의 오승환' 이미지를 확고히 한 박영현(21·KT 위즈)이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대만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조별 라운드에서 탈락한 후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대만, 일본, 호주,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와 함께 B조에 속했다. 21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슈퍼 라운드(4강) 진출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대만과 일본에 패하며 3승 2패·조 3위를 기록,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대신 일본이 5승 무패, 대만이 4승 1패로 나란히 B조 1, 2위를 차지하고 A조 1, 2위 베네수엘라와 미국이 기다리는 도쿄행 티켓을 차지했다.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가 시작된 이후 첫 조별리그 탈락이다. 2015년 초대 대회에서 미국을 꺾고 정상에 오른 한국은 2019년 준우승, 2024년 조별리그 탈락으로 쭉 내리막을 걸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소득은 있었다. 박영현의 국제무대 경쟁력 재확인도 그중 하나였다. 박영현은 이번 대회 김서현(20·한화 이글스), 곽빈(25·두산 베어스)과 함께 몇 안 되는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한 퍼펙트 투수였다.
3경기 3⅔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안정적인 제구와 폭발적인 구위를 한껏 보여주면서 대표팀 뒷문을 원천 봉쇄했다. 류중일(61) 대표팀 감독이 귀국 후 "우리도 중간 투수들이 강해 해볼 만했는데 초반에 점수를 주다 보니 박영현 같은 선수를 투입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고 돌아볼 정도였다.
박영현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2024 프리미어12 대회 관련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박영현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지난해 아시안게임과 별다른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큰 대회라 그런지 긴장됐다. 많이 이기고 싶었는데 아쉬운 결과로 돌아와 나도 아쉽다. 다음 국제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된다면 좀 더 좋은 성적으로 꼭 돌아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즌 때보다 컨디션이 더 좋았다. 직구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더 자신 있게 던졌다. 회전수도 잘 나와서 타자들이 못 친 것 같다. 이렇게 국제무대에서 잘 던지게 돼 많이 뿌듯하다"며 "부모님이 좋은 몸을 물려주셨다. 던지면 던질수록 더 좋아졌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렇게 던지니까 공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제2의 오승환 이미지를 더 공고히 한 대회였다. KBO 최다 세이브(427개)의 주인공 오승환은 전성기에 뛰어난 직구 회전수와 무브먼트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며 '돌직구'라는 애칭을 얻었다. 이번 대회 박영현 역시 꾸준히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2500rpm 이상의 분당 회전수를 보여주면서 돌직구를 재현해냈다.
박영현은 오승환과 비교에 "너무 좋다. 내 롤모델과 함께 부각된다는 이야기는 내게 너무 좋은 소리고, 나한테는 오승환 선배님께 조금 더 다가간다는 느낌이다. 나도 이제는 내 자리를 찾고 조금 더 '(제1의) 박영현'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큰 대회에 나가서 조금 더 경험하고 더 많은 실력을 쌓아서 마무리로서 자격을 충분히 갖춰 후배들에게도 롤모델이 되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 태극마크를 단 박영현은 국제무대 공식 경기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4경기 승패 없이 2홀드 1세이브, 5⅓이닝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이번 대회 3경기 3⅔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으로 7경기 9이닝 동안 14개의 삼진을 솎아내면서 실점은 하지 않고 있다.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한국-호주전이 18일 대만 티엔무 야구장에서 열렸다. 한국 마무리 박영현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오승환을 비롯해 숱한 KBO 최고 마무리들을 경험한 최일언 대표팀 투수코치와 류중일 감독의 찬사도 이어졌다. 이에 박영현은 "최일언 코치님이 내겐 이야기를 잘 안 하신다. 2년째 함께 해봤는데 너무 잘 가르쳐주시고 내가 하는 것을 코치님도 다 인정하고 내버려 두신다"며 "KT에서 하던 내 루틴을 코치님도 좋아해 주시고 다른 선수들한테도 많이 알려주려는 것 같아 나도 되게 뿌듯했다"고 화답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28 LA 올림픽을 목표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박영현의 시선도 자연스레 다음 무대로 향했다.
동기부여도 충분하다. 공식 대회는 아니지만, 올해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가진 서울 시리즈 평가전에서 박영현은 크게 흔들린 적이 있다. 당시 박영현은 선두타자 크리스 테일러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홈런을 맞고 헌터 페두시아에게 안타를 맞는 등 ⅔이닝 2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시속 140㎞대의 낮은 구속이 나오는 등 한창 몸을 끌어올리는 상태인 것이 보였으나, 그 점이 박영현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영현은 "WBC를 비롯해 모든 대회에 국가대표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내겐 너무 감사한 일"이라면서 "서울시리즈에서 홈런 맞았는데 그땐 컨디션이 엄청 올라오지 않았다. 시즌 초반이기도 하고 몸이 다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던지다 보니까 많이 아쉬웠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런 타자(메이저리그)들에게 삼진을 잡아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