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은채 /사진제공=project hosoo |
정은채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 종영을 기념해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 분)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다.
정은채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많은 배우와 제작진이 피, 땀, 눈물로 일군 작품이 큰 사랑을 받서 감사하다. 이렇게 호응을 얻을지 생각 못 했다. 소재가 생소할 수도 있고 궁금했는데 상상 그 이상으로 사랑받았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극 중에서 문옥경 역을 맡았다. 문옥경은 여성 국극의 왕자님이라 불리는 배우로, 윤정년(김태리 분)을 발굴해 국극에 발을 내밀게 한 인물. 중성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문옥경은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에 "문옥경은 살면서 지표가 돼 주고 중요한 갈림길에 있을 때 길잡이가 돼 줄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캐릭터로 생각했고 그게 잘 표현되어야만 문옥경이 드라마 속에서 존재 의미를 발현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자이지만 남성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모습이 한눈에도 설득력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외형적인 큰 변화가 필요했고, 연기로 과하지 않게 중성적인 매력을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정년이'의 핵심 소재인 여성국극은 1945년 이후 해방 뒤 등장한 여성들끼리 모여서 했던 창극이다. 이는 대중 매체에서 거의 표현되지 않았던, 생소한 소재다. 정은채도 "'정년이'를 통해서 여성 국극을 알게 됐다. 처음엔 정말 미지의 세계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작품의 고유 매력이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라며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지만, 국극 신은 (극 중에서) 중요한 비율을 차지한다. 작품에서의 대한 문옥경 캐릭터와 (국극) 무대 위 캐릭터,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했다. 남성 스테레오 타입보다는 절제된 움직임을 쓰려고 노력했고, 무대 위에선 주인공처럼 느껴지게 하는 카리스마를 극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정은채 /사진제공=project hosoo |
'정년이'에서 문옥경은 정년이를 판소리 원석이라 보고 직접 가르치는 등 애정을 쏟는다. 과연 김태리와 호흡은 어땠을까. 정은채는 "호흡이 좋았다. 이번에 만난 배우들은 모두 '정년이'를 통해 처음이었다. 다들 작품들을 통해 좋아했던 배우들이다. 선물 같았다"라며 "태리는 큰 작품의 타이틀 롤이다 보니 기술적으로 많은 걸 연마해야 했다. 분명 심적으로도 무게감이 엄청났을 것이다.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감을 멋지게 해낸 거 같아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극에서는 (내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발견해서 키워내지만 실제로는 태리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멋있는 선배 같은 모습이 있고 훌륭하다"라고 극찬했다.
정은채는 "태리는 3년간 트레이닝을 받은 만큼, 무대를 잘했다.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무대를 볼 때 어떤 이질감도 느낄 수 없었다. 선생님들도 잘한다고 하더라. 결코 긴 시간이 아닌데 잘 보여줬던 거 같다. 노력과 타고난 기질로 멋지게 해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윤혜에 대해선 "윤혜와 같이 한 시간이 가장 많았다. 그 캐릭터도 단면적이지 않고 연민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였다. 각자 풀어야 할 내용이 있고 짊어져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김윤혜와 러브 라인이라 말할 법한, 약간의 애정신과 관련해 "특별히 멜로 기반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성장에만 매달려 있는 드라마도 아니다. 굉장히 여러 가지 색채가 묻어있는 작품이다. 캐릭터 간 관계성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 캐릭터를 대할 때 다양할 수가 있나 싶었다"라며 "문옥경의 과거를 시작으로 극단 초창기부터 중심이 될 때까지, 서로만 알 수 있는 얘기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보면 마음이 복잡하고 한마디로 표현이 안 된다"라고 했다.
배우 정은채 /사진제공=project hosoo |
국극을 이끌던 문옥경은 영화를 한다면서 결국 떠나게 됐다. 캐릭터가 강렬했던 만큼, 문옥경의 퇴장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정은채는 "문옥경의 퇴장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언젠가는 떠날 인물로 설정돼 있었고 떠날 마음을 품고 있는 캐릭터였다. 다만 본인도 언제인지 몰랐다가 떠나니 갑작스럽다고 느낄 순 있다"라며 "이렇게 마음을 먹기까지는 오랫동안 쌓여왔던 게 나오는 거일 수도 있고, 적절한 타이밍에 문옥경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그 캐릭터로서는 최선의 결말이었다"라고 전했다.
극중 정년이는 떡목의 한계를 느껴 좌절한다. 떡목이란 판소리에서 음색이 지나치게 탁하고 텁텁해 별다른 조화를 내지 못하는 성음을 칭한다. 정년이는 떡목으로 인해 관객의 비난을 받지만, 그런데도 꿋꿋하게 노래를 이어갔고 결국 마음을 울렸다. 정은채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을까. 그는 "살면서 조금씩 무너짐이나 쓰라림이 있었다. 최대한 그것들을 빠르게 극복한다기보단 체화시켜서 기억하고 연기할 때 그런 감정이나 상태를 꺼내 쓸 수 있게 한다"라며 "배우를 하는 데 있어서 나한테는 큰 힘이 되더라. 배우여서 다행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정은채는 올해 3월부터 김충재와 공개 열애 중이다. 김충재는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와 절친한 사이로 유명하며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나 혼자 산다' 출연 당시 코미디언 박나래와 미묘한 기류를 보였던 그는 정은채와 열애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주목받았다. 이후 김충재는 최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정년이' 시청 인증샷을 게재하며 연인인 정은채를 적극 지지했다.
그는 "(김충재의) 응원받으면 좋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응원을 받은 만큼 작품도 사랑받았고 (내가) 캐릭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봐 기쁜 마음으로 촬영하니 잘 된 거 같다"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