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종합운동장 일대 조감도. 왼쪽 아래가 잠실 돔야구장. /사진=서울시 제공 |
2014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시작으로 2015년 고척스카이돔, 2016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2019년 창원NC파크가 차례로 개장했고 2025년에는 대전 신구장(베이스볼 드림파크)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SSG의 청라돔이 2028년, 잠실 돔구장이 2032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축은 아니지만 수원KT위즈파크도 2015년 리모델링으로 거듭났다.
야구장 신축은 프로야구의 인기와 직결된다. 올해 KBO리그의 1000만 관중은 최근 10년간 야구장 신축이나 리모델링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년부터 대전-인천-부산-서울에 차례로 신축 야구장이 들어서는 데다 인천, 서울에는 돔구장이 지어진다. 프로야구 르네상스가 기대되는 로드맵이다.
그런데 야구장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설계 단계이다. 필자는 문학 야구장(현 SSG랜더스필드), 강화 연습구장(현 SSG퓨처스필드)의 건설을 지켜봤는데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신축 사직야구장 조감도. /사진=부산광역시 제공 |
2002년 개장한 문학 야구장은 당시 메이저리그급 신식 구장으로 홍보됐다. 필자도 당시 SK 와이번스 직원으로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막상 문학 야구장을 보니 다소 실망스러웠다. 우리나라에서 1989년 수원 야구장에 이어 13년 만에 야구장이 건설된 것인데 숭의 야구장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지만 메이저리그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원정팀 선수단 버스가 지하 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할 정도로 주차장 입구 턱이 낮다. 이 때문에 원정팀 선수들은 지하 주차장 앞에서 하차해 걸어서 야구장을 입장하는 불편함을 아직도 겪고 있다.
1990년대 메이저리그 야구장들은 '오픈 콘코스' 구조였는데 문학 야구장은 그렇지 않았다. 오픈 콘코스는 관중이 화장실이나 매점에 갈 때에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구조다. 문학 야구장 착공을 시작한 1994년 직전에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1992년에 신 구장을 오픈했으나 인천시는 1962년 개장한 다저 스타디움을 본따서 문학 야구장을 만들었다. 지금은 외야 정중앙에 빅보드가 있지만 처음의 문학 야구장은 다저 스타디움처럼 두 개의 전광판이 있었고 오픈 콘코스 구조가 아니었다.
청라돔(가운데) 예상도. /사진=신세계그룹 뉴스룸 유튜브 캡처 |
물론 두 가지 계획 모두 예산 부족으로 실행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못했다. SK는 2007년부터 스포테인먼트를 천명하면서 거의 매년 야구장 시설 개선에 투자를 했다. 그러면서 문학 야구장은 팬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팬들은 '성형'한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오픈 콘코스나 스카이 워크와 같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진행하지 못한 아이템들도 있었다.
SSG의 강화 2군 연습 구장인 SSG퓨처스필드(구 SK 퓨처스 파크)는 2013년 착공해 약 2년 만인 2015년 완공했다. 공사비 여유가 없다 보니 설계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필자는 설계 단계에서는 참여하지 않았다가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육성팀장을 겸직하게 되면서 몇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기는 어려웠다.
허구연(가운데) KBO 총재가 지난 9월 대전 신축구장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KBO |
과거에 비하면 최근 10년간 야구장 신축은 프로야구단이 비용 투자를 하고 있어 야구단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 현존 야구장 가운데 가장 우수한 구조는 창원NC파크라고 생각한다. 원정 선수단 버스가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동선 자체가 탁월하다. 2014년 완공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만 해도 원정 선수단 버스가 외부에 노출돼 있는 단점이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전국에 4개 야구장이 새 단장을 한다니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설계 단계에서 야구팬들과 선수단의 요구 사항이 최대한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류선규 전 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