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라이어스 |
가수 백지영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25년 전 데뷔 초를 회상했다.
백지영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데뷔 25주년 맞이 새 미니앨범 '오디너리 그레이스(Ordinary Grace)'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999년 7월 정규 1집 'Sorrow'를 발매하며 데뷔한 백지영은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이, '대한민국 대표 여성 보컬리스트'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백지영은 '목소리가 명함'이라는 말처럼 첫 소절만 들어도 '백지영 노래구나'라고 싶을 정도의 독보적인 음색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대중들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제는 '인간 백지영'보다 '가수 백지영'으로 살았던 기간이 더 길어지면서 데뷔 25주년을 대하는 마음 가짐도 달라졌을 것. 백지영은 "2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변한 게 엄청 많다"면서 "그때는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낮았고 활동하는 시스템상 나에게는 음악을 고를 권리나 거부할 권리 조차 없었다. 스케줄도 하고 싶다거나 거부할 권리가 없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보다 하기 싫은 걸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땐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피곤하고 불만스러워서 굉장히 고단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경험들이 앞으로 내가 30, 40, 50주년까지 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고 동력이 된 건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25년 전후로 변하지 않은 건 노래를 대하는 마음이에요. 전 어쩌다 보니 가수가 된 상황이었지만 한 곡 한 곡 노래를 대하는 마음은 굉장히 신기하고 정성스럽고 벅찼어요. 지금도 그래요.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요. 많이 변한 건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결과가 나쁘면 혼났고, 좋으면 '이렇게 더 할 수 있었는데 왜 못했냐'고 혼났어요. 그래서 항상 고되고 피곤했죠. 근데 지금은 결과가 좋든 안 좋든 그 상황을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이 됐어요. 그래서 저에게 양쪽 다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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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은 데뷔 후 25년 동안 연기, 예능, 프로듀서 등 다른 파트로 전향하지 않은 채 오롯이 보컬리스트로만 활동하는 이유도 고백했다. 그는 "이렇게 나누는 걸 싫어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굳이 나누자면 난 직업형 가수라고 생각한다. 난 내 직업에 굉장히 만족한다. 내 안에도 가사와 곡을 쓰고 싶고, 내 앨범을 내가 프로듀싱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을 때도 있었다. 가끔은 누군가가 표현해 줄 수 없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가 만들어내고 싶다는 열망이 당연히 있었다. 다만 그게 나의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나와 내 회사가 힘들지 않게 회사를 유지하고 가수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백지영은 "내 열망을 해결하려면 곡을 쓰고 뭔가를 하기 위해 공부를 할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동안 쉼 없이 일했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서 더 불가능해졌다. 다행인 건 내가 노래를 부를 때 내 감정을 많이 갖다 쓰는 편이 아니라는 거다. 내 노래에 슬픈 여주인공이 등장하면 옛날 나의 경험 혹은 슬픔을 가져다 쓰지 않고 지금 이 사람을 이해하고 이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 방법이 나와 더 맞는 것 같다. 난 내 감정을 녹여내는 것보다 이 사람을 표현하는 게 더 맞는 사람이다. 사실 내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에 대한 욕망이 들끓었으면 잠을 안 자고서라도 했겠지만, 난 직업형 가수에 더 탤런트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굳은 소신을 밝혔다.
"국내 여성 아티스트 중 노래 잘하는 가수로 손꼽히는 건 굉장히 성부스러워요. 왜냐하면 저도 아직은 '나도 저렇게 노래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가수가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수식어가 저에게 어떤 보상과 보람이 돼서 감사하지만, 주위에 노래 잘하는 친구들을 1위부터 50위까지 줄세워보면 전 그 안에 없을 것 같아요. 100위까지 하면 들어갈 것 같아요. 제가 저를 너무 잘 포장했는데 막상 열어봤더니 별 거 없는 기분이에요."
백지영의 새 미니앨범 '오디너리 그레이스'는 2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