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촬영날, 셋이 안고 울어"..정채연에게 황인엽·배현성이 곧 '조립식 가족'[★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4.1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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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H엔터테인먼트


"셋이 정말 빠져들어서 했던 것 같고 가족 같았어요. 마지막 촬영 D-DAY 한 달 전에는 그렇게 서운해서 촬영장에 가기가 싫더라고요. 마지막 촬영 때는 셋이서 안고 울었어요. 10년 동안 오빠가 없을 때 주원이가 의젓하게 사는 장면도 있는데, 산하가 '그 동안 고생 많았다'라는 대사를 할 때 저도 모르게 슬펐고 북받쳤어요.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드라마였죠."

배우 정채연이 JTBC 수요드라마 '조립식 가족'(극본 홍시영, 연출 김승호)을 통해 또 하나의 가족 같은 인연을 만났다. 극중에선 정채연이 두 양오빠를 둔 막내 여동생이었는데, 현실에선 동생 배현성과 함께 오빠 황인엽을 놀리며 '유쾌한 타격감'을 맛봤단다. 정채연이 먼저 리드하면 황인엽과 배현성이 따라나서며 세 배우는 맛집도 찾아가고 놀이공원도 가는 노력을 했고, '조립식 가족'에서 진짜 가족 못지 않은 케미를 보일 수 있었다.


'조립식 가족'은 10년은 가족으로 함께 했고, 10년은 남남으로 그리워했던 세 청춘이 다시 만나 펼친 로맨스. 정채연은 달달베이커리 사장 윤주원 역을 맡았다. 윤주원은 엄마를 잃은 아픔 속에서 윤정재(최원영 분)와 살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웃 김대욱(최무성 분)과 그의 아들 김산하(황인엽 분), 부모에게 버림받은 강해준(배현성 분)과 가족을 이뤘다. 주원은 산하, 해준과 친오빠 동생처럼 지내다가 산하와 지낸 10년의 세월에 이성적인 마음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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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베이스스토리, S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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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베이스스토리, SLL


-'조립식 가족' 종영 소감은?


▶정말 열심히 다같이 찍은만큼 많은 시청자께서 사랑해 주시고 해외에서 반응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

-'조립식 가족'이 해외 OTT 플랫폼에서 시청 순위 1위를 많이 차지했다. 어떻게 해외의 인기를 얻었을까.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다 같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컸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많이 사랑해 주신 것 같다.

-'조립식 가족'에 대한 가족들의 시청 반응은?

▶최근 본집에 다녀왔는데, 엄마 아빠께서 거의 주무시는 시간 빼고 '조립식 가족'을 시청하고 계시더라. 저희 부모님이 원래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잘했다', '고생했다'라고 반응을 보내시더니 많이 공감하시고 슬퍼하신 것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조립식 가족' 대본을 보고 어떤 부분에서 출연을 결정했나.

▶제가 따뜻한 내용에 끌리는 편이다. 주원이가 너무 매력있고 사랑스러운데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보다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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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H엔터테인먼트


-중국 원작 드라마와 비교될까봐 부담스럽진 않았는지.

▶원작 팬들에게는 해가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저도 원작을 시청했는데 보다 보니 너무 빨려들어가고 너무 훌륭한 작품이더라. 내가 이걸 하기로 한 만큼 이 캐릭터를 다른 매력으로 살려봐야겠다 생각했다. '원작 팬들이 많아서 주원 역을 어떻게 하지? 걱정했는데 잘 표현한 것 같다'라는 댓글이 있어서 기뻤다.

-주원이는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제가 제 모습을 잘 모르기도 한데, 감독님께서 제 브이로그를 보고 '채연아 네가 아이스크림 먹을 때 이런 모습을 보이니 주원이를 그렇게 표현하면 좋겠다'라고 도움을 주셨다. 또 배우들끼리 빨리 친해지려고 했고 촬영 내내 텐션을 유지하려고 했다. 주원이가 오빠들과 서로 의지할 수 있었던 부분,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했던 부분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

-주원이와 실제로 닮거나 공감했던 부분이 있다면?

▶'주원적 사고'라고 많이들 말씀해 주셨는데, 단순히 생각하려고 하는 부분을 닮고 싶었다.

-주원의 왈가닥스러운 부분, 눈치 없는 부분도 정채연 배우와 닮았을까.

▶제가 제일 텐션이 좋을 때가 주원이의 80%정도 된다. 매일 그렇게 기쁜 일이 찾아오면 좋지만 그렇게까지 텐션 높게 좋은 일이 있을까 싶다. 주원이를 연기하면서 밸런스가 맞춰진 것 같다. 주원이의 눈치 없는 면은 그런 척하는 것도 있을 것 같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렇게 생활하는 것이 익숙해졌을 수도 있다. 그 안에서는 누구보다 단단하고 따뜻함이 있겠다. 저는 눈치가 반반? 모를 때도 있고 '눈치 없네'란 소리를 가끔 들어보기도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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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H엔터테인먼트


-어려운 것도 단순하게 생각하려는 점에서 '조립식 가족'에서는 '주원적 사고'가 있다고 했는데, 요즘의 '채연적 사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는 물음표가 많다. 관찰을 많이 하면서 걸리는 감정이 있으면 '내가 뭐가 불편하지?'라며 스스로를 진찰한다. 그렇게 해서 해답을 찾으면 좋은데 결국 해결이 안 되면 '에이 때려쳐~'라면서 고민을 덜 하려고 한다. 주원적 사고와 비슷하다.

-'조립식 가족' 촬영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감독님께서 사전에 배우들끼리 서로 친해졌으면 했는데, 셋 다 극 I에 성향이 비슷했다. 서로 친해지는 속도가 비슷하면 확 친해지더라. 사람과 사람이 일할 때 성향이 중요한데, 뭔가 아이디어를 내면서 하려고 하면 같이 신나게 신을 만들었다.

-황인엽, 배현성 배우와 세 명의 케미스트리는 어땠나.

▶저랑 (배)현성 씨랑 J(계획형)인데, (황)인엽 오빠는 P(즉흥형)다. 또 셋 다 F(감정형)다. 저는 평소에도 쉬는 날 '뭘 맛있는 걸 먹지?' 생각하는 편인데, 둘은(황인엽, 배현성) 찾아서 먹는 편은 아니더라. 제가 '이거 맛있겠더라' 하면 둘이 '가자'라고 하면서 잘 따라줬다. 저희 단톡방이 활성화가 잘 돼 있는데, 제가 뭘 하자고 하면 따라주는 오빠들 속에서 저랑 현성이가 인엽 오빠를 많이 놀린다. 요즘 밈도 현성이가 잘 알아서 친구 같더라. 인엽 오빠한테 저희가 작은 걸 갖고 '이걸 몰라?'라고 놀린다든지, 현성이와 제가 노랫말로 이어서 카톡을 하면 인엽 오빠가 몰라서 '이거 뭐야?'라고 하면 저희가 놀린다. 타격감이 좋더라.(웃음) 현성 씨는 현장에서 묵묵하게 힘든 티를 안 내고 하는 편이더라.

-황인엽, 배현성과 셋 중에서 교복이 제일 잘 어울렸던 멤버가 있다면?

▶인엽 씨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저라도 얘기하겠다.(웃음) 교복을 좋아하는 편이다. 교복은 입으면 그 나이대로 돌아간 것 같은 타임머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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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H엔터테인먼트


-최원영, 최무성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두 분 모두 뿌리 깊은 나무의 기둥이 돼 주셨다. 다섯 명이서 밥을 먹는 일이 많았는데, 제가 어려워하는 신이 있으면 선배님들께서 기다려 주시고 조언도 해주시면서 배려심 넘치게 저희를 대해주셨다. 오히려 선배님들과 함께 하는 신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주원이가 산하를 오빠에서 연인으로 받아들이는 신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했다.

▶주원이가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부분이 짧기도 했는데, 11부, 12부쯤에 '주원아 그거 사랑 맞아. 너만 모르고 있었어'라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조립식 가족' 중 가장 감동스러웠던 장면, 설렜던 장면이 있다면?

▶8부에 잠깐 회상신으로 나오는데, 해준이 아빠한테 농구 잘한다는 말을 듣고 손에 굳은살이 생길 때까지 농구를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설렜던 장면은 산하와 주원이의 '동굴 탐험 신'이다. 촬영할 때가 새벽이었는데 스태프분들이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현실 가족으로는 정채연 배우에게 언니가 있는데.

▶제가 친인척 중에도 오빠가 없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오빠 갖고 싶다'고 했고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저는 친언니랑 2살 차이여서 옷도 뺏어입으면서 많이 싸우고 티격태격했다. 그런데 성인이 되니 언니만큼 의지할 만한 데가 없더라. 가장 아플 때, 힘들 때 달려와주는 존재인 것 같다. 언니는 이번 드라마를 보는 줄도 모를만큼 표현을 잘 안 했는데 저희 가족이 다들 표현을 잘 안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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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H엔터테인먼트


-정채연 배우는 실제로 어떤 딸인 것 같나.

▶말로 부모님께 표현하는 게 낯간지럽다고 생각했는데, 성인이 된 후에는 편지로 마음을 표현한다. 저희 아빠께서 엄청난 딸 바보라고 엄마가 말하시더라. 제가 계속 혼자 생활을 하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아빠가 바로 달려오셨다.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셔서 제가 못 알아차린 것 같다. 최근엔 지난 8월에 엄마한테 편지를 썼다. 그때가 친언니 생일이었는데, 언니도 회사생활을 하고 저도 일을 하다 보니 그 날짜에 챙기기 힘들었다가 겨우 만났다. 언니가 첫째여서 엄마가 '고생했다'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저도 편지로 엄마에게 '나에게 좋은 친구를 만들어줘서 고마워'라고 썼더니 엄마가 액자로 만들었더라.

-요즘 정채연 배우에게 가족 못지 않게 소통을 하는 존재가 있다면?

▶가족이 언제 봐도 편하고 언제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냐. 저의 10년지기 친구가 있는데, 가끔 연락해도 제일 편하고 제일 의지가 되고 제가 펑펑 울면서도 얘기할 수 있는 존재다. 제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가장 먼저 달려와주는 친구다.

-'조립식 가족'을 통해 연기적으로 어떻게 성장한 것 같은가.

▶사실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주원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해맑고 텐션이 높은 친구여서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부딪혀 봐야지' 하는데 호불호가 있을까봐 걱정이 됐다. 그런데 주원이를 연기하면서 저도 밝아졌고 밝음을 던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제 주변 분들은 저와 대화할 때 '표정이 많다'고 하던데, 이 작품을 모니터링 하면서 '내가 표정이 많구나' 싶었다. 다음 작품에서도 밝고 코믹한 것을 해보고 싶었다.

-배우 데뷔 초에 비해 현재는 어떻게 성장한 것 같은가.

▶그 동안의 작업이 없었다면 지금도 없었을 것 같다. 부딪혀보고 좌절도 해보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확실히 아이돌 직업을 하면서 많은 걸 경험해봤다. 그래서 가끔 어떤 상황에 놓여졌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편인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이 좋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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