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해주고 싶은데..." 홍창기-고우석 '팬퍼스트의 정석', 후배들에 제대로 보여줬다 [논현동 현장]

논현동=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12.0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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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오른쪽)과 홍창기가 30일 2024년 유소년 지도자·학부모 대상 KBO 의무세미나 행사 종료 후 자청해서 사인회에 나서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유소년 선수들) 사인 해주고 싶은데..."

홍창기(31·LG 트윈스)는 자신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유소년들 앞에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일정이 있어 발길을 재촉하려던 고우석(26·마애이미 말린스)도 홍창기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홍창기와 고우석은 30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비스타홀에서 2024년 유소년 지도자·학부모 대상 KBO 의무세미나에 참가했다.

2022년 42세이브로 구원왕에 오르는 등 국내 최고 클로저로 활약한 뒤 올 시즌 미국 진출에 나섰던 고우석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첫 시즌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직접 자신의 신장을 177㎝라고 소개할 만큼 크지 않은 키에도 시속 150㎞ 중반대 공을 어렵지 않게 뿌리며 미국 진출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고우석은 어린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긴 강의에도 고우석 등장에 눈을 반짝였고 그는 '구속 증가를 위한 나만의 훈련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어떻게 그토록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었는지 특별한 비법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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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후배들을 위한 자신의 강속구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고우석은 "구속은 결코 한 번에 급성장하지 않는다. 튜브 운동 혹은 팔굽혀 펴기 등 다양한 부상 방지 운동을 병행해야만 한다"며 "강속구를 던지려면 아프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운동을 열심히 한 덕에 아직 팔꿈치나 어깨에 큰 부상이 없었다. 지루하고 하기 싫은 운동이고 좋아지는 게 눈에 쉽게 보이지 않지만 1년, 2년, 3년이 쌓이다보면 '내 팔꿈치와 어깨가 이렇게 두꺼웠나' 싶은 생각이 든다. 150㎞의 공을 꾸준히 던지려면 보강 운동을 삼시세끼 먹듯이 진행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창기가 무대에 섰다. '타석에서 집중력 향상을 위한 나만의 훈련 방법'이란 주제로 ABS 시대에서도 다시 한 번 출루왕에 오를 수 있었던 비법과 타석에서 멘탈 관리 방법, 유소년 시절 경험담 등을 전했다.

홍창기는 '타석에 어떤 생각을 하며 들어서나'라는 까마득한 후배의 질문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상대 투수가 아닌 나와 싸우게 된다. 고민하는 게 있다면 미리 관련된 영상을 보거나 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타석에 나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어린 후배들을 감동시킨 건 말보다 행동이었다. 행사가 종료된 뒤 기념촬영에 나선 강연진들 앞으로 유소년 선수들이 빠르게 몰려들었다. 좀처럼 가까이에서 마주하기 힘든 홍창기와 고우석에게 사인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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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후 유소년 선수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고우석(왼쪽에서 2번째)과 홍창기(왼쪽에서 3번째). /사진=안호근 기자
그러나 행사는 이미 30분 이상 지연된 상황이었다. 고우석은 이후 일정이 있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스태프들은 무대 위로 접근하려던 유소년들을 제지하며 아쉬움을 안고 집으로 향할 것처럼 보였다.

그때 홍창기가 퇴장을 유도하던 스태프를 향해 말을 건넸다. 그는 "(유소년들) 사인을 해주고 싶다. 사인 조금 해주면 안 되나"라고 말을 꺼냈다. 평소 팬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한 홍창기는 어린 선수들의 애처로운 눈빛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고 누구도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먼저 선뜻 팬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제안했다.

이를 들은 고우석 또한 이내 발길을 돌렸고 무대 위엔 예상치 않은 작은 사인회 테이블이 마련됐다. 이후에도 20여분 가량 사인회가 진행된 뒤에야 행사가 비로소 마무리됐다.

고우석은 옛 동료 홍창기에게 인사를 건넨 뒤 빠르게 행사장을 떠났다. 이후 스타뉴스와 만난 홍창기는 "후배들을 만나니 어렸을 때 생각이 났다"며 "김용일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님께서 초대해 주셨는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자리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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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유소년 지도자·학부모 대상 KBO 의무세미나 강연자들이 기념촬영에 나서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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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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