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김혜성은 2024시즌을 앞두고 일찌감치 메이저리그(ML) 도전을 선언했다. 소속팀 키움도 이미 2024시즌 돌입 전 김혜성의 빅리그 진출을 허락했다. 이후 김혜성은 지난 6월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미국 소속사인 CAA스포츠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는 등 차근차근 메이저리그로 갈 준비를 했다. 일주일에 2번씩 영어 과외를 받았고 지난달 29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해 본격적인 포스팅 준비에 들어갔다.
친구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비슷한 행보다. 1년 앞서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이정후는 지난해 11월 28일 미국으로 출국했고, 12월 4일 포스팅을 고지했으며 12월 5일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관계자들이 총출동하는 윈터 미팅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올해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은 10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진행된다. 윈터 미팅은 구단에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선수들에게는 자신을 다양한 구단에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좋은 무대다. 이곳에서 대형 FA들의 거취가 매년 정해지는 이유다.
윈터 미팅을 앞두고 김혜성을 향한 시선은 적어도 언론으로 알려진 바로는 뜨뜻미지근하다. 11월 종료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예상 총액은 메이저리그트레이드루머스의 3년 2400만 달러(약 335억 원)가 최대치다. 또 다른 미국 매체 ESPN은 3년 1650만 달러(약 230억 원)를 예측하기도 했다.
김혜성.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그 이유는 김혜성의 포지션과 타격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김혜성은 2017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7순위로 키움에 넥센(현 키움)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부터 1군 무대를 밟은 그는 올해까지 8시즌 동안 953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4(3433타수 1043안타) 37홈런 386타점 591득점 211도루, 출루율 0.364 장타율 0.403 OPS(출루율+장타율) 0.767을 마크했다. 주전으로 도약한 2021시즌부터 유격수(2021년), 2루수(2022~2023년) 골든글러브를 차례로 수상했고, 2021시즌에는 도루왕을 차지했다.
KBO에서는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2루 수비를 갖췄다는 평가이나, 메이저리그에서 통할지는 미지수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스타뉴스에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기준에서 보면 원석에 가깝다. 포지션은 2루를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어깨만 보면 2루가 아닌 외야가 맞는데, 외야를 본 지 오래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홈런은 많이 기대해봤자 5개인데 최근 메이저리그 2루수 트렌드는 장타력이다. 그럼 타격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일관성 있는 스윙이 아니다. 콘택트는 김혜성이 김하성보다 낫지만, 김혜성 역시 불규칙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KBO 톱클래스의 운동 능력과 야구를 향한 열정을 비롯한 워크 에식(직업윤리 및 태도)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스카우트 A는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서 김혜성은 옵션으로 가지고 있으면 좋은 선수다. 워낙 메이크업(인성 및 성실성) 자체가 좋은 선수여서 그건 믿을 만하다. 여기에 운동 신경도 워낙 좋아 그걸 더해지면 어떻게 발전할지 모른다"고 높게 봤다.
김혜성의 워크 에식은 부정적인 평가에도 꾸준히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은 이유였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2루로 못 박은 그의 재능이 미국에서는 유격수 혹은 외야수로 성장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봤다. 히어로즈 선배 김하성의 성장도 좋은 근거가 됐다.
김혜성.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스카우트 A는 "과거 김하성도 한국에서는 메이저리그 평균의 수비를 하지 못할 거라 봤다. 하지만 지금은 그 평가를 뒤집고 플러스 급 수비를 한다. 그래서 운동 신경과 워크 에식이 정말 중요하고 김혜성의 그 부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본인 노력이 또 뒷받침된다고 하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어떤 계약을 체결할지는 예측이 쉽지 않았다. 예상 금액이 저조하다 해도 김혜성을 확고한 주전 2루수로 보는 한두 팀만 경쟁이 붙으면 가격은 금세 치솟는다. 그런 면에서 미국 매체들의 꾸준한 시애틀 언급은 김혜성에게 호재다. 대표적으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일(한국시간) 포지션별로 가장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팀을 소개하면서 시애틀과 김혜성을 연결했다.
MLB.com은 "시애틀 2루수가 0.7 이상의 OPS를 기록한 지 7년이 지났다. 구단은 올해 초 호르헤 폴랑코를 영입하며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는 왼쪽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타율 0.213, OPS 0.65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이어 "시애틀은 폴랑코의 1200만 달러짜리 2025년 옵션을 포기했고 다시 답을 찾고 있다. 그 해결책은 해외에서 나올 수 있다. 시애틀은 최근 몇 년 동안 KBO 최고 타자 중 하나인 김혜성에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주전 2루수를 찾고 있는 뉴욕 양키스도 후보로 나왔다. 지난달 30일 미국 매체 뉴스위크는 미국 스포츠 팬 칼럼니스트 사이트 '팬사이디드'의 글을 인용해 "지난 시즌 양키스의 수비는 아쉬웠기 때문에 김혜성은 그들에게 환영할 만한 일이 될 것"이라고 눈여겨봤다. 양키스 역시 올해 주전 2루수 글레이버 토레스(28)가 FA로 나간 상황이어서 보강이 필요하다. 토레스는 올해 154경기 타율 0.257, 15홈런 63타점, OPS 0.709로 부족한 면이 많았다. 그 빈자리를 수비가 뛰어난 김혜성으로 채운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스카우트 A는 "김혜성을 주전으로 볼지, 백업으로 볼지가 중요하다. 백업으로 본다면 금액이 저조할 수 있지만, 붙박이 주전으로 본다면 금액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