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선수들이 3일 현대캐피탈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토미 틸리카이넨(37) 대한항공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2024~2025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22-25, 19-25, 25-22, 23-25)로 졌다.
연승 행진이 5경기에서 끊겼고 2라운드 전승도 무산됐다. 설상가상으로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대한항공(승점 25)은 현대캐피탈(승점 26)에 선두 자리마저 빼앗겼다.
V리그 역대 최초 통합 4연패를 이어간 대한항공은 이 기간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24경기에서 무려 20승 4패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이 워낙 빼어난 기세를 보였던 건 사실이지만 현대캐피탈이 2위를 차지했던 시즌에도 좀처럼 넘어서지 못했던 게 대한항공의 벽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천적 관계가 뒤집히는 모양새다. 컵 대회 조별리그에서 현대캐피탈을 풀세트 끝에 꺾었지만 결승에서 만나선 풀세트 끝 패배했고 시즌 들어 1라운드 풀세트 끝에 졌고 이날도 치열한 승부를 펼쳤음에도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기대대로 풀리지 않은 경기였다. 특히 서브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경기 전 틸리카이넨 감독은 "플로터를 위주로 서브를 때린다고 하면 미스는 별로 없을 것이지만 반대로 연속 득점을 하긴 어려워질 것이다. 반대로 스파이크를 때리면 범실은 올라가지만 연속 점수 딸 확률은 커진다"며 공격적인 서브를 강조했지만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를 타깃으로 공격적인 서브를 공략했지만 레오의 리시브 효율은 25.93%로 시즌 기록(29.69%)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서브에서 현대캐피탈에 크게 고전했다. 서브 득점에서 2-7로 크게 밀렸다.
블로킹에서 14-7로 대승을 거뒀음에도 현대캐피탈의 리시브 라인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결과는 뼈아팠다. 레오는 서브 에이스 4득점 포함 양 팀 최다인 25점으로 맹활약했고 허수봉(17점)과 신펑(11점)의 봉쇄도 여의치 않았다.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틸리카이넨 감독(오른쪽에서 2번째). /사진=KOVO 제공 |
이어 "1,2세트를 내줬지만 3세트를 우리의 흐름으로 가져와서 경쟁할 수 있었다는 건 고무적"이라면서도 "우리 배구를 보여줄 수 있었다. 공격에서 더 영리했고 5세트에 갔으면 좋았겠고 달라졌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결론적으로 오늘 패배를 통해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레오가 리시브를 잘 받아줬다. 흥미진진했다. 서브부터 블로킹 수비까지 잘 준비했는데 블로킹도 잘 이뤄졌다. 승리도 기분 좋고 경기력도 만족스럽다"며 대한항공전 강점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특정한 팀을 목적을 두고 준비하기 보다는 우리 경기를 준비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챔프전에 가면 특정팀을 상대로 준비해야 하지만 V리그 안에서 6팀과 계속 준비를 하기에 매 경기 전술과 시스템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경기 전 기자회견 때 우리 팀에 좋은 계기가 될 경기라고 했는데 이런 경기를 해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틸리카이넨 감독은 '현대캐피탈 공포증'에 대한 질문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음 경기는 0-0부터 시작된다. 압박감은 없다"며 "상대 신체조건이 좋고 잘하고 있다. 메인 공격수들도 잘하고 있다. 우리가 (상대 공격수를) 더 맡아줘야 한다. 상대팀 때문에 부담감이 온다기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 우리의 상황에 대한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25일 천안 원정에서 다시 한 번 현대캐피탈을 만난다. '성탄 빅매치'에선 앞선 3경기와 '천적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승리 후 기뻐하는 현대캐피탈 선수단과 아쉬워하는 틸리카이넨 감독(가운데). /사진=KOVO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