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위즈덤. /AFPBBNews=뉴스1 |
소크라테스 브리토.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MLB 트레이드 루머스 등 주요 미국 매체는 15일(한국시간) 일제히 "내야수 위즈덤이 KBO 리그 KIA와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위즈덤의 현 소속팀인 멕시코리그 나랑헤로스 데 에모르시요와 KIA 구단 역시 이를 확인해줬다. 에모르시요는 최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위즈덤이 한국 프로야구팀과 계약하면서 양측의 합의하에 윈터리그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KIA 구단 관계자도 이날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위즈덤은 현재 메디컬 테스트 중이다. 특별한 이상만 없으면 조만간 계약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새 외국인 타자 영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시즌 후 소문만 무성했던 소크라테스 교체설은 현실이 됐다. 이로써 2022년 KIA를 통해 처음 KBO 리그에 발을 디뎠던 소크라테스는 3시즌 만에 한국을 떠나게 됐다. KBO 통산 성적은 409경기 타율 0.302(1613타수 487안타) 63홈런 270타점 266득점 40도루, 출루율 0.352 장타율 0.491.
소크라테스는 매 시즌 20홈런 두 자릿수 도루 그리고 OPS(출루율+장타율) 0.8 이상을 올려주는 A급 타자였다. 인성과 워크 에식(직업 윤리 및 태도)도 훌륭해서 매년 새로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올해는 그 장점이 극대화된 시즌이었다. 외국인 투수만 5명(네일, 윌 크로우, 캠 알드레드, 에릭 라우어, 에릭 스타우트)을 쓴 올해, 선수들이 올 때마다 광주의 맛집을 다니고 KBO 타자 개개인의 성향을 알려주면서 도움이 됐다. 개인 성적 역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크게 아픈 곳 없이 시즌 내내 클린업 트리오를 지키며 정규시즌 140경기 타율 0.310(552타수 171안타) 26홈런 97타점 92득점 13도루, 출루율 0.359 장타율 0.516으로 KIA의 통합 우승에 공헌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맨 오른쪽)는 외국인 선수들과 통역들을 데리고 자주 식사를 했다. /사진=박재형 통역 제공 |
그와 동시에 매년 KIA가 재계약을 고민하게 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4월까진 빠르게 폼이 올라오지 않는 슬로 스타터였고 폼이 올라온 뒤로도 결국 최종 타율 3할 OPS 0.850 언저리에서 시즌을 마쳤다. 2022시즌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 2024시즌 120만 달러(계약금 30만, 연봉 50만, 옵션 40만 달러)로 3년 차임에도 연봉은 제자리걸음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동안 마땅한 외국인 타자 매물이 없었던 것도 KIA가 도전보단 재계약을 선택한 이유였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모처럼 좋은 외국인 선수가 나온 오프시즌이었고, KIA로서도 한 번쯤 모험을 해볼 만했다. 위즈덤이 그런 선수 중 하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위즈덤은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2번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지명될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2018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컵스를 거치면서 메이저리그 통산 455경기 타율 0.209(1311타수 274안타) 88홈런 207타점 23도루, 출루율 0.291 장타율 0.459 OPS 0.750을 기록했다. 28홈런 61타점 OPS 0.823을 기록하며 신인왕 4위에 오른 2021년은 커리어하이였다.
다만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꾸준히 지적된 선구안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위즈덤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439경기 동안 488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볼넷은 176개를 얻어내는 데 그쳤다. 백업으로 시작한 올해는 그의 커리어 최악의 시즌이었다. 메이저리그 75경기 출전에 타율 0.171(158타수 27안타)에 그쳤고 결국 시즌 종료 후 컵스로부터 방출됐다.
다소 위험부담이 있음에도 KIA가 도전을 감행한 데에는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확실한 장타력이었다. 위즈덤은 올해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면서도 8개의 홈런을 쳐냈고 2022년 183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25개의 아치를 그렸다. 한국 KBO 리그는 미국과 달리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빠르게 적응한다면 삼진은 줄어들고 홈런은 유지하는 강점이 극대화된다는 것이 KIA의 계산이다.
최형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
패트릭 위즈덤. /AFPBBNews=뉴스1 |
확실한 장타력은 클린업 트리오 노쇠화를 대비하는 측면에서도 필요했다. 올해 KIA는 팀 OPS가 0.828로 리그 평균(0.772)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타격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20홈런 이상 친 타자는 김도영(38홈런), 소크라테스 브리토(26홈런), 최형우(22홈런), 나성범(21홈런)으로 4명에 그쳤다. 그다음으로 많이 친 타자가 9홈런의 이우성, 김선빈, 최원준일 정도로 홈런 불균형이 심했다.
타격 스타일 면에서도 최형우, 나성범, 김도영은 전형적인 슬러거 유형은 아니다. 최형우와 나성범은 해를 넘길수록 다치는 확률이 늘어나고 있고 김도영은 홈런 외에도 맡아줘야 할 역할이 많다.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KIA에는 홈런에 강점이 있는 확실한 강타자가 필요했다.
KIA 구단 관계자 역시 "소크라테스가 아쉬워서 교체를 결정한 것이 아니다. 소크라테스도 3년간 공·수·주 정말 잘해줬고 고마운 선수"라고 강조하면서 "그보단 소크라테스가 가진 장점과 다른 부분에서 접근하려 했다. 전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측면에서 조금 더 확실한 장타력, 특히 홈런이 필요하다는 것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위즈덤의 주 포지션은 3루수였지만, 멀티 포지션을 선호하는 컵스의 운영철학에 따라 1루수, 2루수, 외야수까지 다양하게 소화했다. 3루수로서 277경기 2119⅔이닝, 1루수로서 83경기 464⅔이닝을 뛰었고, 외야에서도 중견수(7이닝)를 포함해 280이닝을 소화했다.
위즈덤은 주전 1루수로 나서면서 때때로 외야로 나가 팀 공격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KIA의 선택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패트릭 위즈덤.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