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부키리치가 17일 흥국생명전 승리를 이끈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인천 흥국생명의 여자부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이 눈앞에서 좌절됐다. 김연경(36·흥국생명)도 넘어선 대전 정관장의 에이스 반야 부키리치(25·등록명 부키리치)가 있어 가능한 성과였다.
정관장은 1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방문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2, 25-23, 14-25, 25-22)로 이겼다.
올 시즌 14전 전승을 거두고 지난 시즌 막판 2연승 포함 16연승을 이어가던 흥국생명은 단일 시즌 최다 연승(15연승)과 최다연승 신기록(17연승) 타이 기록을 눈앞에 두고 고개를 숙였다.
고희진(44) 정관장 감독은 경기 전부터 자신감을 나타냈다. "흥국생명이 워낙 좋다. 14연승을 달리고 있다. 연승을 깨고 그런 것보다 우리 경기를 하고 싶다"며 "관심이 많은 경기인데 현대건설전 같은 집중력을 보이고 공격과 미들에선 블로킹 등을 잘 해내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키리치가 상대 블로킹 벽을 앞두고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정관장은 1,2세트를 따내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부키리치는 1세트 팀 공격의 50%를 담당하며 10득점, 2세트엔 56.25%의 공격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11득점으로 팀을 승리에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서게 했다.
3세트 흥국생명에 반격에 주춤했지만 승부를 4세트에서 끝냈다. 이번에도 부키리치가 9득점하며 반대편에서 9점을 지원한 메가와 함께 쌍포로 경기를 매조졌다. 부키리치는 양 팀 최다인 34득점으로 김연경(26득점)에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 후 고희진 감독은 "(부키리치가) 메가와 같이 들어가면 좌우 쌍포가 가동되니 블로커가 분산될 수 있다. 하면 할수록 자신감도 갖고 원하는 블로킹 전술도 부키리치가 있어 가능하다. 그 부분을 잘 받아주고 있다. 너무 고마운 존재"라고 극찬했다.
부키리치는 올 시즌 들어 아포짓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서브 리시브를 책임져야 하기에 흔치 않은 일이지만 성공적인 변신을 해냈다. 지난 10월 컵대회에서 부키리치의 성공적인 변신을 지켜본 강성형 수원 현대건설 감독은 부키리치를 두고 '배구 천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리시브 효율도 34.31%로 이 부문 전체 7위에 올라 있다. 리베로를 제외하면 김연경(42.44%·2위), 위파위 시통(현대건설·41.44%·4위)에 이어 3번째다.
흥국생명의 서브를 받아내고 있는 부키리치(오른쪽). /사진=KOVO 제공 |
부키리치는 "아직 사실 힘들다. 아포짓으로 있을 땐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은데 공격 앵글이나 이런 게 납득이 된 줄 알았는데 아직 어렵기는 하다. 열심히 해보고 있는 중이라 조금 더 쉬워질 것 같다"며 강성형 감독의 극찬에 대해 "고맙다. 김연경이 첫 번째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테크닉을 따라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존중을 나타냈다.
부키리치는 "공을 찾아가는 스텝 등이 빨라진 것 같다. 항상 강타를 때리는 게 아니라 여유가 생기다보니 빈곳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런 부분이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1위를 이길 수 있어 정말 너무 기쁘다"고 말할 정도로 꼭 이기고 싶었던 흥국생명이었다. 부키리치는 "처음엔 조금 두렵고 무서웠던 것 같다. 이 구장 팬들의 함성을 아시지 않나. 겁을 먹었던 것 같았는데 문득 '왜 그걸 두려워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승도 하고 있었기에 경기력으로 나온 것 같다. 자신감도 확실히 충만해졌다"고 전했다.
메가와 염혜선이 복귀하며 완전체로 경기를 치르게 된 것도 부키리치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는 "처음엔 세터가 없었고 두 번째엔 메가가 없었는데 확실히 지금 팀이 좋고 편하다. 계속 훈련을 해왔기에 믿음도 있고 편했던 것 같다"며 "작년엔 지아가, 올해는 내가 있는데 두 날개가 공격이 같이 잘 되는 건 좋은 일이다. 서로의 책임감을 덜어줄 수 있는 것도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고희진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며 "부키리치의 3라운드 MVP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전해들은 부키리치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아직 3번이나 더 이겨야 한다"면서도 "만약 남은 경기에서 이겨서 그럴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욕심을 나타냈다.
부키리치(왼쪽)가 팀 득점 후 메가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