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도발' 외인 코치→결국 고개 숙였다 "조롱 의도 아냐,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인천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12.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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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레 흥국생명 코치(왼쪽)가 17일 정관장과 경기 2세트 도중 고희진 정관장 감독(오른쪽)에게 향해 불만의 표시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그런 일은 안 일어나야 한다."

인천 흥국생명의 15연승을 저지하고 5연승을 이어간 뒤 기분 좋게 인터뷰를 하던 고희진(44) 대전 정관장 감독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경기 중 있었던 상대 외국인 코치의 도발에 관한 질문이 나온 뒤였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은 1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방문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2, 25-23, 14-25, 25-22)로 이겼다.

여자배구 단일 시즌 역대 최다연승(15연승)과 최다연승 신기록(17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흥국생명의 기록을 깬 것만큼이나 화제가 된 게 있었다. 2세트 막판 벌어진 소동이었다.

1세트를 내준 흥국생명은 2세트 도중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마르첼로 아본단자(54) 흥국생명 감독은 세터 이고은의 후위 경기자 반칙에 납득하지 못했다. 경기 후에도 "폴트에 있어선 이해가 안 됐다"며 "그런 상황이 일어나고 나면 경기에 더 긴장감이 돈다. 나뿐 아니라 충분히 경험이 있는 선수들도 그렇게 된다"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이후 상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길어진 항의에 아본단자 감독에겐 결국 옐로카드가 주어졌는데 코칭스태프 또한 이와 관련해 불만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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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과 이야기를 나누는 고희진 감독(왼쪽)에게 다가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다니엘레 코치(오른쪽).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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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 정관장 감독(왼쪽)이 이를 확인 후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흥국생명 구단 스태프가 다니엘레 코치(오른쪽)을 제지하고 있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이후 19-17로 추격을 허용하자 정관장이 작전타임을 불렀고 고희진 감독이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투리노 다니엘레 흥국생명 수석 코치가 정관장의 진영 쪽으로 넘어와 고희진 감독을 조롱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흥국생명 스태프가 다급하게 말렸지만 상대 진영 쪽까지 넘어와 직접 상대 감독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었다. 이후 상황이 일단락됐지만 고희진 감독은 강한 불만의 뜻을 표했고 다니엘레 코치는 흥국생명의 벤치로 온 이후에도 손으로 입모양을 내며 고희진 감독의 어필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했다.

지난 시즌까지 서울 GS칼텍스의 감독을 맡았던 차상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저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배구는 네트를 갈라놓고 하는 신사적인 스포츠다. 저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며 "승패도 중요하지만 지켜야 할 매너를 지키면서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독 생활을 해봤지만 심판에 대한 불만이나 감독 간의 싫은 말이나 액션, 싸울 수도 있지만 코치가 상대팀 감독을 조롱하는 듯한 행동은 본적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언제부터 한국 배구에서 코치들이 나와서 감독을 조롱하는 듯한 행동을 했느냐. 이건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후 만난 고희진 감독은 이와 관련된 스타뉴스의 질문에 "그 얘기는 하기 싫다. 연맹이나 흥국 구단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면서도 "그런 일은 안 일어나야 한다.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이지 감독이나 코치가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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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레 흥국생명 코치의 자극적인 행동 이후 황당해하는 고희진 정관장 감독.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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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나선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경기 중 있었던 논란의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이후 문제의 장면을 인식한 흥국생명 측에선 다급히 수습에 나섰다. 구단 측은 다니엘레 코치와 대화를 나눴고 입장을 전달했다. 구단 관계자는 "조롱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항의 후 경고를 받았지만, 고희진 감독은 포인트마다 항의를 했고 이에 대한 공평성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사람들 특유의 과한 몸짓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된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상대 진영을 넘어가 감독을 자극한 것에 대한 해명이 되지는 못했다. 다니엘레 코치도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구단에 따르면 다니엘레 코치는 "다시는 그럴 일 없게 하겠다. 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구단 또한 "코치에게 따끔히 이야기를 했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스타뉴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본단자 감독에게 "판정과 관련한 불만이 있었고 이후 다니엘레 코치가 상대 감독을 자극하는 행동도 나왔는데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 게 있나" 묻자 아본단자 감독은 "그 부분은 별개의 이야기"라며 판정 불만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놨다.

추후 구단에 문의한 결과 아본단자 감독은 이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계화면상에도 다니엘레 코치가 고희진 감독에게 향했을 당시 아본단자 감독은 벤치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불러모아 지시를 내리고 있었고 다니엘레 코치가 스태프에 의해 끌려올 때까지도 그는 선수들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희진 감독의 발언처럼 흥국생명에선 다급히 상황 수습에 나섰다. 향후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어떠한 조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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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 정관장 감독(오른쪽에서 2번째)에게 불만의 표시를 하고 있는 다니엘레 흥국생명 코치(왼쪽).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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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레 코치(가운데)가 흥국생명 벤치로 돌아온 상황에서도 아본단자 감독(빨간색 원)은 선수단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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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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