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왼쪽)과 김영웅이 지난달 24일 팬 행사 더 블루웨이브에서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2015년 이후 삼성 라이온즈는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다. 2021년 타이브레이크 끝에 아쉽게 2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연속성은 없었다. 그렇기에 삼성의 올 시즌 행보는 더욱 놀라웠다.
외국인 선수들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고른 활약이 돋보인 한 해였지만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선수들의 놀라운 반등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낸 건 캡틴 구자욱(31)이 언급한 김영웅과 이재현이었다. 둘은 각각 삼성의 주전 3루수와 유격수로 시즌 내내 맹활약했다.
김영웅은 올 시즌 삼성의 최고 히트상품이었다. 2022년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으나 앞선 두 시즌 부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올 시즌 126경기에서 타율 0.252 28홈런 79타점 65득점 9도루, 출루율 0.321, 장타율 0.486, OPS(출루율+장타율) 0.806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득점권에서도 타율 0.310으로 삼성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운도 따랐다. 이재현이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김영웅이 그 자리를 메웠는데 가능성을 보였고 이후 삼성의 3루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타격이 잘 이뤄지지 않아 방망이를 짧게 잡아보라는 제안도 했지만 김영웅은 뜻을 꺾지 않았고 이러한 신념은 결국 그를 삼성의 대표 거포로 만들어줬다.
김영웅이 플레이오프에서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이재현도 돋보였다. 2022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그는 첫 시즌부터 가능성을 보였고 지난해 143경기에 출전하며 삼성의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올 시즌 행보는 더 놀라웠다. 부상으로 인해 109경기에만 나섰지만 타율 0.260 14홈런 66타점 71득점, 출루율 0.365, 장타율 0.419, OPS 0.78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실책도 11개로 골든글러브 후보 경쟁자들에 비해 훨씬 적은 수치를 써냈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유격수 골든글러브도 도전해볼 만한 성적이었다.
지난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삼성의 주장 구자욱은 강민호와 나란히 황금장갑을 꼈다.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한편으론 향후 팀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기를 소망했다.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난 구자욱은 "올 시즌 또 김도영 선수가 너무 잘했지 않나. 김도영 선수 같은 또래 선수들이 우리 팀에도 있다. 김영웅과 이재현"이라며 "김도영 선수가 올해 처음 받았듯이 내년에는 김도영 선수보다 더 잘해서 영웅이가 수상했으면 좋겠고 재현이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열심히 훈련해서 이 자리에 꼭 같이 서서 감격적인 순간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현은 시즌이 끝난 뒤 남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에도 타국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위치한 야구 전문 프로그램 시설 CSP(Cressey Sports Performance)로 향해 투수 황동재와 함께 특훈을 하고 있다.
구자욱이 지난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수상을 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
결국 구단에선 이러한 점을 체계화된 분석을 통해 스스로 판단해보길 바랐고 이재현을 미국으로 보냈다. 이후 이 단장이 미국으로 넘어가 각종 데이터를 함께 살피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영웅이 홈런형 타자라면 너는 컨택트형 타자로 가도 충분하다"며 간결한 스윙을 중요성을 어필했는데 이재현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는 것.
이 단장은 이재현의 달라진 스윙 영상을 보여주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지켜본 이재현의 스윙 가운데 가장 좋아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삼성의 가을야구 돌풍의 주역이었던 데니 레예스와 르윈 디아즈가 삼성에 잔류했고 키움에서 뛰었던 정상급 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합류했다. 추가 이탈 전력은 없는 가운데 최원태를 데려왔다.
그러나 내년 시즌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장담하긴 힘들다. 올 시즌 '반짝'했던 선수들의 활약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김영웅과 이재현이 있다. 이들의 활약이 수반돼야만 삼성은 올해 아쉽게 놓쳤던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다. 김영웅은 확실히 자신감을 얻었고 이재현은 희망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여전히 타국에서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이 2025시즌 삼성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한다면 삼성은 충분히 올 시즌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현의 타격 자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