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재발방지 약속→또 음주운전 '되돌이표', 퇴출선수 보고도 느낀 바 없었나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12.2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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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단속 현장. /사진=뉴스1
대체 어떤 '철퇴'를 내려야 음주운전의 지긋지긋한 꼬리가 끊어질까. 이젠 구단이 아닌 선수들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0일, LG 트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단 소속 내야수 김유민(21)이 음주운전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LG 구단 등에 따르면 김유민은 지난 17일 밤 11시 30분경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결과 그는 면허취소처분 기준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김유민은 19일 구단에 자진 신고했고, LG는 사실 확인 후 즉시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신고했다.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이면 70경기 출전 정지, 면허취소라면 1년 실격 처분을 자동으로 받게 된다. 이에 LG가 김유민의 적발 사실을 밝힌 후 KBO도 곧바로 그에게 7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LG는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단은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재발 방지책 및 선수단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같은 날 차명석 LG 단장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 "팬 여러분 기대에 못 미치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자꾸 나와, 팬들께 어떤 비난과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너무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단장으로서 저도 구단에 자체 징계를 내려달라 요구한 상태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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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석 LG 트윈스 단장. /사진=LG 트윈스 공식 유튜브 갈무리
이같이 LG가 사과를 전한 건 올해 하반기에만 벌써 3번째 음주운전 적발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7월 30일 1군 보조타격코치로 일하던 최승준(36)이 전날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LG는 최 코치를 퇴단 조치한 후 "재발 방지와 선수단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불과 46일 만인 지난 9월 14일에는 투수 이상영(24)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앞 차량의 뒷범퍼를 충격하는 사고를 냈고, 최근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 여파가 가시지 않았는데 벌써 3번째 음주운전이 터진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는 '음주운전은 곧 살인'이라는 인식이 새겨졌다. 지난 2018년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고(故) 윤창호 씨 사건 이후 이러한 시선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KBO가 2003년 처음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 조항을 규약에 삽입한 당시에는 5경기 출전 정지 정도의 징계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그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KBO나 구단들도 음주운전자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강정호(37)가 한국 복귀를 시도하자 KBO는 1년 유기실격 징계를 내렸고, 2022년에는 선수계약을 승인하지 않으며 철퇴를 가했다. 또한 2021년 송우현(전 키움), 2022년 김기환(전 NC), 지난해 배영빈(전 롯데)과 박유연(전 두산) 등은 음주운전 적발 후 구단에서 곧바로 방출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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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지난 2020년 6월 자신의 음주운전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구단과 선수들은 꾸준히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켜줬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신인 선수나 2군 선수를 대상으로는 음주운전 등 여러 일탈행위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1군 선수들에게는 코칭스태프나 선수단 내부에서 서로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의 주장직을 맡았던 A선수는 "우리도 프로이고 성인이다 보니 구단에서 이래라저래라하는 건 맞지 않는다. 베테랑 선수들이 쓴소리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듯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음주운전 사례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징계도 점점 세지고, 심지어 방출까지 당하는 선수가 있는 데도 마찬가지였다. 이쯤 되면 결국 구단의 문제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인식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로선수라면 구단의 통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면 항상 구단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하지만 정작 정말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할 선수들은 침묵을 지킨다. 만약 이런 사건이 계속 터지게 된다면 KBO의 징계 수위도 점점 올라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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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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