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황동재가 지난 10월 17일 LG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호투하고 주먹을 불끈쥐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먼 이국 땅에서 외롭게 훈련에 나서던 황동재(23·삼성 라이온즈)는 장시간 비행을 통해 자신을 보러 온 이종열(51) 단장에게 먼저 제안을 했다. 익숙한 자리를 고집하기보다는 팀에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는 뜻에 이 단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황동재는 지난 3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야구 전문 프로그램 시설인 CSP (Cressey Sports Performance)에 내야수 이재현과 함께 참가해 3주간 훈련을 마친 뒤 23일 귀국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삼성의 준우승. 그러나 구단은 시즌 후 바쁘게 움직였다. 보완점이 보였던 선수들을 내년도 더 완전한 구단의 핵심 전력으로 키워내기 위함이었다. 특히나 황동재는 제구를 안정화할 수 있는 루틴을 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경북고를 거쳐 2020년 삼성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로컬보이 황동재는 계약금 2억 3000만원을 받을 만큼 많은 기대를 업고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지만 아쉬움이 컸다. 1군에서 4시즌 동안 24경기에 나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 4100만원에 불과한 그의 연봉이 지난 4년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올 시즌에도 6월말에서야 처음 1군에 발을 들였지만 이전과는 다른 활약을 보였다. 첫 경기 임시 선발로 나서 5이닝 1실점 호투한 황동재는 7월을 불펜에서 보낸 뒤 8월부터 다시 선발로 이동해 활약했다.
황동재.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플레이오프에서도 황동재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코너 시볼드와 백정현이 부상 이탈, 좌완 이승현이 불펜으로 빠진 상황에서 데니 레예스-원태인 이후 나설 마땅한 투수가 없었고 황동재가 3차전 선발로 나서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선 ⅔이닝 5피안타 1볼넷 5실점하는 등 아직까진 다듬어야 할 게 많은 투수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시즌 종료 후 휴식을 취한 황동재는 미국행 의지를 나타냈고 현지에서 몸 상태 분석과 신체 역량 측정 등을 토대로 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에 맞춰 훈련에 나섰다.
구단에서도 지원 인력 3명이 동행했으나 이종열 단장은 최원태와 FA 계약을 마친 뒤 이들을 살피기 위해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보완점에 대한 구단 내의 자료도 있었지만 스스로 느끼고 판단해보길 바랐고 이를 경험한 뒤 더욱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다. 보완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황동재는 먼 길을 날아온 이 단장에게 직접 끓인 라면까지 대접하는 등 반갑게 맞았고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내놨다.
원태인과 데니 레예스에 새로 합류한 아리엘 후라도와 최원태, 올해 선발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좌완 이승현까지 보유한 상황에서 선발 로테이션 경쟁을 뚫어내기는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상황과도 같았다. 이 단장도 고심이 깊었던 차에 황동재가 직접 불펜진으로 준비를 해보겠다고 어필을 했다는 것이다.
FA로 삼성으로 이적한 최원태(오른쪽)와 이종열 단장.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터다. 그동안 기대치를 밑돌며 삼성의 아픈 손가락과 같았던 황동재가 드디어 선발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찾았는데 내년 시즌 경쟁도 치르기 전 불펜에서 뛰기로 마음을 먹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팀을 먼저 생각했고 스스로에게도 시즌 전부터 불펜에 무게감을 두고 훈련을 하는 게 더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비시즌을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 판단한 것이다.
선발 투수는 물론이고 불펜진도 더 화려해졌다. 후반기 전역해 가을야구에서 특급 존재감을 뽐낸 파이어볼러 김윤수와 전체 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좌완 자원 배찬승까지 합류했다. 올 시즌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여전히 클래스를 무시할 수 없는 오승환과 김재윤, 임창민도 건재하다. 최지광과 김태훈, 우완 이승현 등 1년 전과 비교해보면 쓸 수 있는 카드가 훨씬 다양해졌다.
지난해 11월 드라이브라인 도쿄 세션에 선수 10명을, 지난 4월말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푸시 퍼포먼스에 최채흥을 파견하기도 했던 삼성은 황동재와 이재현에 이어 이달 말 좌완 이승현과 우완 이호성에 새 얼굴 최원태까지 미국 CSP에 보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도울 예정이다.
황동재(오른쪽에서 2번째)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호투를 펼치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