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 사진=CJ ENM |
26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의 배우 박훈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 박훈이 일본을 향한 맹목적인 애국심으로 점철된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았다.
이날 박훈은 "'하얼빈' 대본을 보고, 작은 조각으로라도 참여하고 싶었다"면서도 "일본인 역할이라는 건 큰 부담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네이티브 입장에서 볼 때는 제가 (일본어를)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나. 근데 적어도 한국 작품, 그리고 쉽지 않은 역할에 함께해 준 릴리 프랭키 배우가 보기에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같은 배우로서 존경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근데 연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말을 배우는 게 아니라 그 말로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까다로웠다. 작업 방식을 복잡하게 가져갔는데 배우이자 일본어 선생님께 제 연기를 한국말로 설명해서 입력한 다음에 그 말을 다시 일본어로 출력했다. 그래서 저보다 그 선생님이 한국어 연기가 더 많이 늘었다. 제가 오디션 보라고 하고 있다"며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후회하지 않게 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또 많은 분이 그 노력을 알아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하기 전까지 계속 연습했다. 집 앞에 계속 불러서 귀찮게 할 정도였다. 안 만나는 날은 음성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게 맞냐고 물어보고, 최종 후시까지 신경 썼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여기서 마지막 수정을 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모든 노력을 다 동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연기하는데 갑작스럽게 애드리브를 할 수도 없고, 선택한 건 최소한의 움직임이었다. 연기하는 방식을 굉장히 다르게 가져갔다. 최소한의 움직임을 선택했고, 숨과 기운, 몸의 속도로 충분히 표현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훈 / 사진='하얼빈' 스틸컷 |
'하얼빈'에서 압도적인 비주얼로 등장하는 박훈은 "삭발을 데뷔 때 해봤고,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내 눈으로 믿을 수 있는 다른 얼굴이 필요했다"면서 "짧게 삭발하고, 두피 문신하는 곳에 가서 이마 라인, 구레나룻 라인을 다 바꿨다. 지금도 남아있다. 상상만으로 잘하는 배우들은 잘하지만, 저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얼굴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라트비아 가서 감독님께 보여드렸는데 너무 만족해하시더라. 영화를 보고, 정말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모습만으로 (캐릭터가) 함축돼서 더 몰입되고, 미장센으로 훌륭했던 것 같다. 과몰입된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