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새 외인 패트릭 위즈덤(왼쪽)과 제임스 네일. /사진=김진경 대기자, KIA 타이거즈 제공 |
KIA는 26일 "우투우타의 외국인 타자 위즈덤과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무리에타 출신의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에서 세 시즌(2021~202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쏘아 올린, 뛰어난 장타력을 보유한 선수다. 메이저리그 7시즌 동안 455경기에 출장해 통산 타율 0.209(1311타수 274안타) 88홈런 207타점 23도루, 출루율 0.291 장타율 0.459 OPS(출루율+장타율) 0.750을 기록했다. 28홈런 61타점 OPS 0.823을 마크해 신인왕 4위에 오른 2021년은 커리어하이였다. KIA 구단에 따르면 장타력과 더불어 평균 이상급의 주루 스피드와 준수한 송구 능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위즈덤의 한국행 루머는 이달 초부터 꾸준히 돌았다. 하지만 영입이 쉽지만은 않았다. 위즈덤은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2번으로 지명될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장타력 하나는 확실해서 2022년 183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25개의 아치를 그렸고, 올해도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면서도 8개의 홈런을 쳐냈다. 그런 만큼 위즈덤은 일단 이번 겨울 멕시코리그 나랑헤로스 데 에모르시요에서 뛰면서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노리고 있었다.
KIA 심재학 단장은 26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위즈덤의 에이전트를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12월 10일~12일)에서 처음 만났다. 거기서 우리가 영입 의사를 밝혔고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오고 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즈덤은 좀처럼 KIA로 합류를 결정짓지 못했다. 돈이 급한 선수도 아니었고 3명의 아이도 아직 어려 가족 전체가 이역만리 아시아로 향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 심재학 단장은 "위즈덤이 굉장히 망설였다. 이번 멕시코리그 외에는 다른 나라 리그에서 뛰어본 적도 없고, 이미 미국에서도 누적 연봉이 500만 달러를 넘는 선수였다. 또 아이 3명과 아내가 움직이는 것에 굉장한 부담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KIA의 제임스 네일이 지난 9월 광주 키움전에서 시구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그때 KIA 외국인 에이스 네일이 나섰다. 네일은 올해 정규시즌 26경기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 149⅓이닝 138탈삼진을 기록하면서 KIA의 정규시즌 1위를 조기 확정을 도왔다. 또한 시즌 막판 턱관절 골절 악재에도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복귀해 KIA의 12번째 우승을 이끈 감동의 에이스였다. 자신을 기다려준 KIA 구단과 팬들에 애정을 보였고, 결국 지난달 27일 총액 180만 달러에 잔류를 확정했다.
네일은 올해 자신이 겪은 광주에서의 경험과 팬들의 사랑을 가감 없이 위즈덤에게 들려줬다. 심재학 단장은 "네일이 KIA 홍보대사였다. 위즈덤이 새로운 리그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우리가 제임스에게 부탁했다. 한국에서 겪었던 우리 팀 문화, 분위기 그리고 연고지 광주가 어떤 곳인지 들려주길 바랐고 몇 번의 통화를 통해 위즈덤이 KIA행을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위즈덤이 마음을 먹자 계약은 일사천리였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KIA는 위즈덤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고 100만 달러 전액 보장으로 계약을 완료했다.
관건은 위즈덤의 콘택트 비율이었다. 미국에서의 위즈덤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439경기 동안 타율 0.253에 488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볼넷은 176개를 얻어내는 등 꾸준히 낮은 타율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심재학 단장의 생각은 달랐다. 심 단장이 멕시코로 직접 가진 못했지만, 위즈덤의 멕시코리그 경기 영상을 모두 챙겨보면서 확신을 얻었다. 그는 "이번 멕시코리그 투수들이 지금 KBO 투수들보다는 수준이 조금 높다. 그런 곳에서 OPS를 1 이상 기록했다. 또 삼진을 당하더라도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의 공을 건드리는 타자가 아니다. 스트라이크존 안쪽의 공에 헛스윙이 조금 많은 유형인데 KBO리그는 메이저리그보다는 구속이 떨어지고 변화구 각도 날카롭지 않아 삼진율이 줄어들 거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기대대로 위즈덤이 삼진을 줄이고 장타를 생산할 수 있다면 KIA는 위즈덤-나성범-최형우라는 특급 클린업 트리오를 보유하게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장타 생산력을 생각하면 KBO 리그에서 30홈런 이상 기대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심 단장은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으면서 "올해 외국인 선수 교체로 너무 힘들었다. 위즈덤도 미국과 한국에서 교차 검진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워크에식은 미국에서도 좋기로 소문난 선수인 만큼 걱정하지 않는다. 소망이 있다면 올해 뽑은 3명의 선수가 바뀌지 않고 1년 내내 갔으면 한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