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 시절 조상우(왼쪽)와 이우성. /사진=OSEN |
대전고 전국체전 준우승 배터리가 12년 만에 한 팀에서 뭉쳤다. KIA 타이거즈의 우승을 이끈 외야수 이우성(30)과 최근 키움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 이적한 조상우(30)가 그 주인공이다.
우승 후 아내와 인도네시아 발리로 여행을 떠났던 이우성은 KIA 단체 알림톡에서 한눈에 믿기 어려운 이름을 발견했다. 대전고 시절 절친 조상우의 이름이었다.
이우성은 최근 스타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여행 중 아내와 밥을 먹으러 가다가 KIA 알림톡에서 (조)상우의 이름을 봤다. 트레이드였다. 그걸 보자마자 국제 전화 상관없이 바로 상우에게 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전화하자마자 첫마디로 '야 우리 인연인가 봐'라고 했다. 그러니까 (조)상우도 '너무 좋다, 네가 KIA에 있어 다행이야'라고 했다. 그러면서 꼭 다시 우승해보자고 같이 다짐했다"고 웃었다.
앞선 19일 KIA는 202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 그리고 현금 10억 원을 키움에 보내고 조상우를 영입하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러면서 12년 전 대전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 절친이 호랑이 유니폼을 입고 해후하게 됐다.
조상우가 구단 유튜브를 통해 KIA 입단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구단 유튜브 갈무리 |
당시 '대전고 김동주'라 불리며 2학년 때부터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승선하던 이우성이 있는 팀에 동산고에서 전학 온 조상우가 합류하자 대전고는 단숨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당시 이우성은 전국체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조상우를 리드했고 준우승이란 성과를 얻었다. 그 후 대전고는 송영진(20·SSG 랜더스)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 전국대회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눈에 띄는 프로 선수도 나오지 못했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특별했다.
이우성은 "내게는 정말 하나밖에 없는 친구라 개인적으로 (조)상우가 우리 팀에 와서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2군 생활이 길었던 나와 달리 (조)상우는 어렸을 때부터 1군에서 잘 나가는 슈퍼스타였다. 그런 상우에게 내가 힘들 때마다 전화도 많이 하고 의지했는데, 그랬던 상우가 12년 만에 같은 팀에서 뛰게 될 수 있어 너무 기쁘고 영광이었다"고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조상우의 합류는 KIA의 2025년 우승 도전 의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필승조 장현식(29·LG 트윈스)의 이적으로 뒷문이 헐거워진 KIA는 FA 시장에 돈을 투자하는 대신 트레이드를 통해 빈자리를 메웠다. 비록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했지만, 우승으로 인해 10순위와 40순위 해당하는 것이어서 KIA의 부담이 적다는 평가가 많다. 내년에도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전력에 탄탄한 유망주 뎁스를 갖춘 KIA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선택이었다.
건강한 조상우는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였다. 조상우는 한때 시속 155㎞ 이상의 빠른 공을 뿌리며 프로 통산 9시즌 동안 343경기에 출장해 33승 25패 54홀드 88세이브,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과 2019년 프리미어 12,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마무리로 활약했다.
키움 시절 조상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
병역 의무를 다하고 돌아온 올해에는 우려도 낳았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시속 145.5㎞에 불과한 평균 직구 구속과 떨어진 구위는 정규시즌 44경기 0승 1패 9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3.18, 39⅔이닝 36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51, 피안타율 0.272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올 시즌을 통해 경기 감각을 되찾은 조상우는 2025시즌 극적인 반등을 꿈꾸고 있다. 2025시즌 후 커리어 첫 FA 자격을 갖추는 것 역시 크나큰 동기부여가 된다. 조상우에 발맞춰 이우성도 2025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가족 여행에 가서도 구단이 정해준 훈련 프로그램을 잊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중한 그는 식단 조절과 함께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꿈꾸고 있다. 1월 4일에는 존경하는 선배 최형우(41)의 주도로 최원준(27), 류지혁(30·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미국 괌으로 특훈을 떠난다.
이우성은 내년 시즌 목표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야기하면서 "내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이번엔 전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며 "그러려면 내가 9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 나도 부상 없이 풀타임 시즌을 치러 내가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내년에 조상우와 함께 인터뷰를 많이 하겠다'는 물음에는 "그러려면 내가 지금부터 잘 준비해야 한다. 나도 (조)상우에게 (적응 등에 있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고, 상우의 합류는 나에게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주지 않을까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이우성.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