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찬승이 지난 9월 시구자로 나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시도는 했었지만 뜻대로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홈런이 쏟아져 나오는 홈구장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 대한 투수들의 부담감이 있다.
보강은 없었으나 기대할 부분은 있다. '역대급 신인'으로 분류되는 배찬승(18)이 있기 때문이다. '지옥에라도 가서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로서 삼성의 불펜에 너무나도 필요했던 자원이다.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은 전체 3순위로 배찬승의 이름을 호명했다. 당초 1,2순위가 기정사실화됐던 정현우(키움)와 정우주(한화)와 함께 '톱 4'로 분류됐던 광주일고 좌완 김태현(롯데), 덕수고 우완 김태형(KIA) 가운데 하나를 고를 것이 유력해보였으나 삼성은 의외의 픽을 했다.
대구고 출신의 로컬보이라는 매력이 있지만 이런 점은 부수적인 문제였다. 이종열 단장은 최근 "대만 국제대회에 직접 가서 보니 너무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14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 라이온즈파크를 방문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배찬승.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고교 통산 50경기에서 133이닝을 소화하며 12승 7패 평균자책점(ERA) 2.91을 기록한 그는 지난 9월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2경기 6⅔이닝 5피안타 7탈삼진 ERA 0의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종열 단장의 눈을 사로잡는 계기가 됐다.
이 단장은 배찬승을 당초부터 '왼손 불펜 자원'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엔 마땅한 좌완 필승조가 부족하다. 올 시즌 이상민이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정작 왼손 타자가 즐비한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에선 1경기 ⅔이닝만 소화할 만큼 활용도가 제한적이었다.
특히나 라이온즈파크는 전국 9개 구장에서 가장 많은 홈런이 나오는 곳으로 투수들에겐 매우 부담스러운 곳 중 하나다. 라팍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최대한 홈런을 허용하지 않고 특히 좌타자를 상대하기에 용이한 투수라는 점에서 배찬승보다 삼성에 적합한 투수를 찾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대는 계약금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배찬승과 4억원에 신인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역대 삼성이 영입한 신인 선수들 가운데 2001년 1차 지명자 이정호(5억 3000만원)의 뒤를 잇는 역대 2위의 기록이다. 1차 지명자인 2018년 최채흥(LG), 2019년 원태인, 2021년 좌완 이승현의 3억 5000만원도 넘어섰다.
배찬승.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이종열 단장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의 전략을 '파워'라고 밝혔는데 이는 거포형 타자들을 싹쓸이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배찬승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이 단장은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 멀리 칠 수 있는 타자를 뽑는 게 전략이었다"며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불펜이 없어서 상위권 팀 좌타자들에게 약점을 보였는데 향후 배찬승 선수가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불펜에서 이닝보다 더 많은 삼진을 잡아낸 건 최지광이 유일했다. 35경기에서 36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 2패 7홀드, ERA 2.23을 기록했는데 삼진 38개를 낚았다. 후반기 삼성의 필승조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였다.
배찬승은 고교 통산 133이닝 동안 157탈삼진을 기록했고 볼넷은 49개에 그쳤다.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에서도 6⅔이닝 동안 7탈삼진을 기록하는 괴물 같은 면모를 보였다.
벌써부터 좌타자를 상대할 왼손 투수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는 동시에 화끈한 삼진쇼로 삼성 팬들의 미소를 흐뭇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자아낸다.
배찬승이 지난 11월 팬행사 더 블루 웨이브에서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