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리더였다, 나서는 성격 아닌데도..." KIA 우승 숨은 공신, '왜' 조건 없이 풀렸나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12.2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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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브리토(가운데).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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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제임스 네일, 에릭 라우어, 소크라테스 브리토, 나성범.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가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효자 외인' 소크라테스 브리토(32)를 보류권을 묶지 않고 조건 없이 계약을 만료했다. 단숨에 KBO 다른 구단의 대체 외인 1순위로 자리매김해 부메랑이 염려되는 상황. 그러나 KIA는 그 선택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심재학 단장은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소크라테스는 우리와 함께 3년 동안 굉장히 열심히 해준 선수다. 올해 우리가 우승하는 데 굉장히 좋은 활약을 해줬기 때문에 보류권을 푸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KBO 다른 팀에 가서 잘할 수도 있지만, 그런 소크라테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그동안 우리에게 해준 것에 대한 걸맞은 예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클린업 트리오의 노쇠화와 홈런에 대한 갈증으로 외국인 타자를 패트릭 위즈덤(33)으로 교체한 결과다.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에서 세 시즌(2021~202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쏘아 올린 거포로서 소크라테스보다 확실히 장타력이 기대됐다. 위즈덤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455경기 타율 0.209(1311타수 274안타) 88홈런 207타점 23도루, 출루율 0.291 장타율 0.459 OPS(출루율+장타율) 0.750.

위즈덤 영입을 결정했을 때 KIA는 소크라테스의 보류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KBO 규약에 따르면 보류 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원소속 구단만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원소속 구단이 보류권을 쥐고 있는 5년간 KBO 리그 내 다른 팀 이적은 불가능해 위즈덤이 실패했을 때의 대안을 대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KBO 다른 구단이 소크라테스를 데려가 맹활약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슬로 스타터에 매 시즌 최종 성적이 타율 3할, OPS 0.850 언저리로 수렴한다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다른 구단에는 이만큼 견적이 나오는 타자도 없다. 대체 외국인 선수가 이 정도 성적이 기대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KIA는 과감하게 소크라테스에게 KBO 재취업의 길을 열어줬다. 소크라테스가 3년간 KIA에 해준 헌신 그리고 올해 외국인 투수 부상 릴레이에서 보여준 태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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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브리토(가운데).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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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브리토(가운데).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2시즌 처음 한국에 발을 디딘 소크라테스는 통산 40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1613타수 487안타) 63홈런 270타점 266득점 40도루, 출루율 0.352 장타율 0.491을 마크했다. 3년 차인 올해는 부상 없이 시즌 내내 중심 타순을 지키며 정규시즌 140경기 타율 0.310(552타수 171안타) 26홈런 97타점 92득점 13도루, 출루율 0.359 장타율 0.516으로 KIA의 통합 우승에 공헌했다.

소크라테스가 팀에 기여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라운드 밖에서 소크라테스의 리더십은 KIA 우승의 또 다른 숨은 공신이라 할 만했다. 올해 KIA는 외국인 투수만 5명(네일, 윌 크로우, 캠 알드레드, 에릭 라우어, 에릭 스타우트)을 활용하는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이 중 KBO 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는 없었기에 짧은 시간 안에 선수들의 한국 문화와 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위험 부담도 존재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올해 KIA 외국인들은 유독 적응이 빠르고 심성이 착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외국인 투수들은 잡음 없이 한국을 머물다 떠나갔다. 투수 통역을 맡았던 박재형 씨에 따르면 투수들이 낯선 환경에도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소크라테스의 공이 컸다.

박재형 통역은 우승 후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도 광주가 처음이라 소크라테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무래도 휴식일에는 외국인 선수들끼리 소통하곤 하는데 소크라테스가 광주 3년 차다 보니 맛집이나 명소 웬만한 곳을 다 알았다"고 말했다.

KIA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시끌벅적한 타입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하게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지만,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조금 더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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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브리토(맨 오른쪽)는 외국인 선수들과 통역들을 데리고 자주 식사를 했다. /사진=박재형 통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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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브리토(오른쪽).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박 통역은 "그렇게 통역을 대동해서 외국인 선수 3~4명이 잘 몰려다니곤 했다. 어떻게 보면 소크라테스가 외국인 선수들의 리더였다. 소크라테스가 본인이 직접 나서거나 이끄는 성격은 아님에도 최대한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썼다"며 "KBO 리그 3년간 쌓인 데이터로 투수들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KBO 타자들의 스타일을 고려해 많은 조언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소크라테스가 만든 분위기는 2025시즌에도 KIA에 이어질 전망이다. 소크라테스의 리더십은 유일하게 재계약에 성공한 네일에게 이식됐다. 네일은 소크라테스와 함께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행을 망설이던 위즈덤의 마음을 돌려 결국 KIA 입단을 끌어냈다.

중독성 있는 응원가와 안무 그리고 '테스형'이란 정감 있는 별명으로 3년간 활약했던 소크라테스는 끝까지 KIA 팬들에게 다정했다. 소크라테스는 위즈덤 영입이 발표된 후 자신의 SNS에 한글로 '테스형'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직접 쓰면서 "지난 3년간 이 팀의 일부가 될 수 있게 해준 KIA 타이거즈 구단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항상 우리 가족들을 챙겨줘 고마웠고, 항상 옆에서 가족처럼 있어 준 동료들과 내가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게 해준 코치들에게 감사하다"며 "항상 응원해주고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준 팬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여러분 모두를 내 마음 한구석에 담겠다"고 이별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 "한 시즌 고생한 결과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다. 이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믿음, 감사 그리고 기쁨. 내가 이 순간을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나는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내가 잘했다는 확신을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모두 감사합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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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브리토(가운데).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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