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 사진=샘컴퍼니 |
26일 '하얼빈'의 박정민과 온라인을 통해 만났다. 박정민은 현재 영화 '휴민트' 촬영을 위해 라트비아에 머무르고 있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 박정민은 대장 안중근의 결정을 늘 지지하는 충직한 동지이자 독립군 우덕순 역을 맡았다.
박정민은 실존 인물인 우덕순을 연기한 데 대해 "자료가 없어서 상상에 많이 기댔어야 하는 인물이었다.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긴 했는데 유의미한 기록을 찾아내진 못했다. 그래서 대본상에서 표현되는 우덕순이라는 인물에 딥중했다"면서 "저희 영화가 소설 '하얼빈'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지만, 소설 '하얼빈'에 등장하는 우덕순이라는 인물도 지울 순 없었다. 차용하려고 노력했던 건 아닌데 소설 속의 우덕순이라는 인물도 뇌리에 남아있어서 그런 모습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동주'(2016) 당시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데 부담감을 토로한 바 있는 박정민은 "시간이 지나서 그 감정을 망각한 것도 있지만, 그에 앞서서 너무 해보고 싶었던 감독님과 선배님들이었다. 또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그 안에 담고 있는 의미가 좋은데 개인적인 부담감 때문에 포기하는 건 용납이 안 되더라"라며 "안중근 장군의 이야기지만, 안중근 장군을 앞세운 그 시대 독립군의 이야기라고 느꼈다. 제 안에서 독립군은 '영웅'이었는데 그 영웅에 앞서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인 사람이라는 생각에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해봤지?'하는 충격마저 들었다"고 전했다.
사진='하얼빈' 스틸컷 |
이어 "저는 사실 이 인물이 고개를 돌리면 항상 옆에 있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튀지 않지만 우직하고, 중요한 거사가 있을 때는 항상 우덕순이 있었을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고, (독립을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안에서도 그런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또 고독한 인물이기도 하다. 편집된 신 중에서 좋아하는 건 기차에서 일본군이 표 검사하러 왔을 때 셋이 뿔뿔이 흩어진다. 그러고 나서 다시 모이기 전까지의 과정이 그려지는데 거기서 안중근 의사는 자기 부인에게 편지를 쓰고, 김상현(조우진 분)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쓴다. 근데 우덕순은 안중근, 김상현에게 편지를 쓴다. 그만큼 고독한 인물이다. 마지막 편지도 옆의 동지들에게 편지를 남긴다"고 말했다.
그는 우민호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밝히기도. 박정민은 "제가 지금까지 작품에서 관객들에게 보여드렸던 얼굴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조금 더 사내답고, 우직하고, 강한 느낌의 인간을 표현해 주길 원하셨던 것 같고, 저도 최대한 감상에 치우치지 않은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그 사람이 할 만한 행동이 예측되고, 단단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정민은 '하얼빈'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육체적으로 많이 춥고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뭐가 힘들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힘들었던 기억이 별로 없어서 신기한 작품"이라며 "촬영할 때 좋았고, 영화 안에서도 서로가 서로의 동지였던 것처럼 촬영할 때도 해외, 지방에서 함께 있으면서 한마음으로 한곳을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었다"고 애정을 전했다.
사진='하얼빈' 스틸컷 |
이어 "근데 나중에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으로서, 또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의인을 연기하는 시간 동안 내가 과연 형님한테 조금이나마 의지가 됐던 적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요즘 홍보하면서 형님께서 갖고 계셨던 부담감이나 책임감 같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조금 죄송스러웠다. (한국에) 돌아가면 찾아뵙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김상현 역의 조우진과 기억이 남다르다면서 "함께 나아가는 동지였기 때문에 우리 둘이 만들어냈어야 하는 장면도 많았다. 사실 이번에 촬영하면서 우진이 형 보면서 많이 배웠다. 한 명의 배우가 영화를 대하는 오롯한 태도가 놀라웠다"며 "내가 어렸을 때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어서 취했던 영화에 대한 태도는 나를 정신적으로 고립되게 했고, 나름대로 굉장히 괴로웠다. 개인적으로 그걸 반복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존경하는 형님이 그런 태도를 아직도 유지하며 그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 걸 보면서 반성도 했고, 많이 배웠다. 역할이 역할이다 보니까 형님께서 자신을 어느 한 곳으로 내몰아가는 그 과정을 보면서 내가 과연 (조) 우진 형님이 하는 저걸 또 한 번 해낼 수 있을지,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너무 같이 작업해 보고 싶은 배우였다. 강원도의 한 동굴에서 연기할 때 풀리지 않는 장면이 있어서 같이 리딩하며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선배가 후배한테 어떤 장면이 잘 풀리지 않아서 같이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하는 걸 처음 들어봤다. 나는 어떤 후배한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꽤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기도, 놀라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우진과 함께한 채가구역 기차역 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실 촬영이 일찍 끝나서 우진이 형과 리허설을 했다. 첫 대사가 나오는 순간 뭔가 느낌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신을 끝까지 이어 나갔고,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 녹음 기사님까지 마음이 맞았다"며 "본 촬영 스케줄 때도 찍었는데 리허설만 한 장면이 안 나왔다. 감독님도 리허설 장면이 마음에 드셨는지 영화에 들어가 있더라. 하나의 마법 같은 순간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특별 출연한 이동욱에 대해서도 "이번에 처음 뵀는데 그 사람 자체에 반했다.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질 못해서 얘기도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편하지 않으면 대립각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내가 저 사람을 신뢰하고, 뭘 하더라도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대립하는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동욱이 형님한테 그런 믿음이 있었다. 많은 장면을 함께하진 못했지만, 이동욱 형님 덕분에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자 배우랑 연기할 기회를 많이 얻는 것 같은데 저도 좋아하는 형님들과 같이하는 것에 있어서 매일 감회가 새롭다"며 "'네가 열심히 해서 좋은 형님들과 촬영도 하는구나'라고 스스로 칭찬해주는 날도 있다. 그분들한테 누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커서 매번 쏟아내야겠다는 각오로 현장에 간다"고 전했다.
박정민 / 사진=샘컴퍼니 |
박정민은 현재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의 촬영을 위해 라트비아에 머물고 있는 상황. 그는 앞서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해 "내년에는 쉬려고 한다. (작품을) 제안해 주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거절하고 있다"고 밝힌바.
그는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활동 중단이라는 말을 쓴 적은 없고, 좀 쉰다고 한 것뿐이다. 좀 창피하다. 2월 되면 또 새로운 작품이 나와서 관객들 만날 거고 찍어놓은 작품도 좀 있다. 관객들은 제가 거짓말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웃으며 "그래도 확실하게 내년은 좀 쉬려고 한다. 휴식이 오래 느껴지지 않게 언젠가는 저를 선택해주는 분을 찾아서 또 일할 거다. 사실상 활동 중단 선언을 자연스럽게 철회하게 되는 순간이 올 거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의 엔딩과 '무빙' 세계관이 연결된 가운데, 박정민은 강풀 유니버스의 주요 역할인 김영탁 역으로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강풀 작가가 3년 전부터 점찍어둔 캐스팅으로 알려진 박정민은 "'조명가게'는 재밌게 찍고 왔고, '무빙2' 출연에 관해서는 얘기를 나눈 바 없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