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중시 SSG, 왜 '12년 현장 공백' 박정태에게 2군 감독 맡겼나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1.0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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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전 해설위원. /사진=SSG 랜더스 제공
2028년 청라돔 시대를 목표로 육성을 중시한 SSG 랜더스가 오랜 고민 끝에 박정태(55) 전 해설위원을 퓨처스 감독으로 낙점했다. 12년 현장 공백에 얼마 전 부임한 추신수(42) 구단주 보좌역과 혈연관계도 있어 논란이 예상됨에도 심사숙고 끝에 고민을 마쳤다.

SSG는 12월 31일 "박정태 전 해설위원을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2025시즌 퓨처스 코치진 개편을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2025시즌 SSG 퓨처스 코치진은 박정태 감독을 비롯해 류택현 투수코치, 이영욱 불펜코치, 이명기 타격코치, 와타나베 마사토 수비 코치, 나경민 작전/주루코치, 스즈키 후미히로 배터리코치로 구성됐다. 잔류군은 정진식 총괄 코치, 배영수 투수코치, 이윤재 야수코치, 윤요섭 재활코치가 각 파트를 담당한다.

박정태 감독을 임명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앞서 퓨처스 감독 선임 조건을 밝혔다. SSG는 "퓨처스 감독 선임에 앞서 구단 육성 방향성에 부합하는 지도자상을 수립했다. 기본기, 근성, 승부욕 등 프로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리더를 원했다. 또 기술, 심리, 멘탈, 체력, 교육 등 선수 매니지먼트에 대한 이해력, 선수별 특성에 맞게 육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을 최우선 선임기준으로 세웠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후보군을 리스트업했고 경력 검토 및 평판 확인 후 심층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 박정태 전 해설위원을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했다는 것이 SSG의 설명이다.


예상 밖 선택이다. 박정태 감독은 KBO 전설이자 부산 출신의 롯데 자이언츠 원클럽맨으로서 인천 연고의 SSG와 연관성이 전무했다. 무엇보다 2012년 롯데 1군 타격코치를 역임한 이후 프로 현장을 떠나 있었기에 이젠 잊혀가는 야인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얼마 전 은퇴 후 구단주 보좌역 및 육성총괄로 선임된 조카 추신수와 연관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추신수 구단주 보좌역과 박정태 감독의 선임 과정은 별개였다는 것이 SSG의 설명이다. SSG는 수비 강화를 위해 지난 10월 손시헌 퓨처스 감독을 1군 수비 코치로 보직을 옮겼고 바로 후보군 물색에 들어갔다. 박정태 감독은 올해가 아니어도 전부터 SSG의 2군 사령탑 후보군에 있었다. 이번에도 후보에 올랐으나, 유력 후보는 아니었다. 오히려 수도권 구단 A 코치와 지방 구단 B 코치가 유력했고, 이 중 한 명은 선임 직전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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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SG 랜더스 코치진 명단. /사진=SSG 랜더스 제공


하지만 그즈음 있었던 KBO 단장 회의에서 계약 기간이 남은 코치를 데려가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거기서 SSG의 선임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고 그사이 김재섭(50) SSG 대표이사가 새로이 선임됐다. SSG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대 출신의 김재섭 대표이사는 확실한 데이터와 정확한 근거로 이야기하길 원했고, 퓨처스 감독 선임도 원점에서 진행됐다.

한때 외국인 감독 선임과 퓨처스 감독 없이 총괄 코치 체제로 가는 안도 논의됐다. 그러나 경험이 있는 SSG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김재섭 대표이사도 부정적이었다. 결국 선입견을 지우고 경험 있고 헌신할 수 있는 감독 후보군을 다시 물색했고, 이 과정에서 박정태 감독이 선택받았다. 오히려 추신수와 연관성을 걱정해 더 명확한 선임 기준을 갖고 절차를 밟았다.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더 있었다. 박정태 감독은 과거 음주운전 및 버스 운전 방해 논란이 있었다. 최근 KBO 리그에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에서 전력이 있는 박정태 감독의 선임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SSG는 먼저 당시 공판 자료와 언론의 보도를 꼼꼼하게 살펴 객관적인 사실만 추려냈다. 이후 박정태 감독이 보여준 행동과 진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SS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박정태 감독은 2019년 이후 술에는 아예 입을 대지 않으면서 야구에만 몰두했다. 롯데와 SSG를 비롯한 KBO 각 구단 경기를 관중석 제일 꼭대기 층에서 보는 것을 시작으로 아마야구 발전에도 공을 들였다. 기존의 레인보우희망재단 일을 비롯해 경남 밀양에서는 동강중 야구부 설립에 힘쓰는 등 유소년 야구 발전에 공헌했다. 레인보우희망재단은 박정태 감독이 장애인, 비행 청소년, 다문화 가정 등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공익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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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초등학생부터 성인 프로 선수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접하고 지도한 경험이 팀이 추구하는 육성 분위기 조성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최근 KBO 구단들은 과거와 다르게 자신이 왜 이 훈련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듣고 싶어 하는 어린 선수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그에 따른 훈련 방식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박정태 감독은 이 부분을 정확히 캐치했고 현장의 선수, 코치들과 교류를 통해 최신 야구 트렌드에도 뒤처지지 않았다. 프로필상 12년의 현장 공백에도 박정태 감독이 SSG의 마음을 산 이유였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과 함께 일했던 이들의 의견까지 청취하는 등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거라는 걸 SSG도 박정태 감독도 알고 있다. 하지만 오랜 반성과 노력으로 달라진 박정태 감독이 '악바리'라 불렸던 현역 시절처럼 투지와 끈기의 육성 문화를 선수단에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정태 감독 본인으로서도 이번 퓨처스 감독 선임은 한 사람이 과거 잘못을 딛고 얼마나 달라지고 발전할 수 있는지 입증할 좋은 기회다.

박정태 퓨처스 감독은 "기회를 주신 구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빠른 시간 내에 선수별 장단점을 파악해 맞춤형 선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 유망주들이 기본기와 승부욕은 물론 상황에 맞는 야구를 펼칠 수 있는 지혜도 겸비할 수 있도록 퓨처스 코치 및 프런트와 함께 육성에 힘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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