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드라마 '대조영' 팬사인회 /사진=홍봉진 |
지난 2일 건축가 민선홍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주의 첫날밤' 제작팀이 사적 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병산서원에 '못질'을 했다고 밝혔다. 민 씨에 따르면 '남주의 첫날밤' 촬영팀은 지난해 12월 30일 병산서원에서 촬영 중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았다고. 이에 중년 신사, 민 씨 등이 항의하자 촬영팀은 "이미 허가를 받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민 씨가 안동시청 문화유산과에 연락해 또다시 항의하자, 이 공무원은 철거지시를 내렸다.
안동시청 측은 이날 스타뉴스에 "촬영 허가를 내준 것은 맞다"라면서도 "허가 조건에 '문화유산 보호 구역 내 별도 시설물 설치와 문화유산 훼손 행위를 금한다', '촬영은 문화유산의 안전과 보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한다'고 쓰여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민원인이 (병산 서원에) 못질한다고 전화했고, 바로 촬영팀에 연락을 취해서 사실 확인하고 철거 조처해달라고 연락했다. 그때 병산 서원 관리자, 시청 담당자가 철거 확인까지 했다. 당일 철거가 완료됐다"라고 설명했다.
사건이 점차 커지자, KBS는 뒤늦게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이라며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이다. 또한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진=민선홍 건축가 페이스북 |
이 네티즌은 ▲문화재 보호에 대한 심각한 인식 부족 ▲촬영팀의 적반하장 태도 ▲공영방송으로서의 품격과 공적 책임 실종 등을 이유로 들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공공의 자산인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상업적 목적을 위해 문화재를 훼손한 것은 심각한 범죄"라며 "이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방기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적 신뢰를 저버린 중대한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KBS의 문화유산 훼손은 이미 과거에도 존재했다. 지난 2007년 KBS는 대하 사극 '대조영' 촬영지인 국가사적 147호인 문경새재 관문 곳곳에 대못을 박고 방치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6일 "문경새재에서는 2000년부터 드라마 촬영이 이뤄졌는데 당시엔 지금보다 문화재 보존에 대한 의식이 약해 훼손되는 일이 더 많았다"며 "지금은 당시보다 나아진 상태지만 누적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피해 관련 조사를 하고 관련 시정 내용을 KBS 측에 공문을 보내 알렸고 향후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며 "현재는 촬영과 관련한 보수가 마무리돼 오늘 시 관계자들과 함께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당시에도 KBS는 잘못을 인정하며 "최근 촬영이 급하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미술팀이 복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수일을 방치하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사과했다.
벌써 문화유적 훼손을 두 번이나 한 KBS의 행태에 대중은 물론 서경덕 교수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서경덕 교수는 "이젠 단순 처벌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문화재의 중요성에 관한 '시민의식'을 개선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등학교 때부터 문화재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K 콘텐츠의 전 세계 확산으로 인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자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가 먼저 우리의 문화재를 아끼고 잘 보존하는데 완벽히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