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의 첫날밤' 측이 병산서원을 훼손했다. /사진=민선홍 건축가 페이스북 |
KBS가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이하 '남주의 첫날밤') 촬영팀의 문화유산 훼손 논란에 해명의 입장을 밝혔다.
KBS는 3일 오후 "경상북도 안동시에 위치한 병산서원에서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 중에 문화재를 훼손한 사안과 관련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공식 사과문을 전했다.
KBS는 "오늘 안동 병산서원에 드라마센터장과 책임 프로듀서를 급파해 현장 상황을 파악한 결과, 기존에 나 있던 못자국 10여 곳에 소품을 매달기 위해 새로 못을 넣어 고정하며 압력을 가했던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제작팀이 못을 넣었던 곳은 병산서원 만대루 기둥 보머리 8곳과 동재 보머리 2곳 등 10여 곳으로, 현재 일부 언론이 보도한 '만대루 기둥 못자국' 사진과는 관련이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기존에 못자국이 있는 곳이더라도 새로 못을 넣어 압력을 가한 행위는 문화재 훼손에 해당됨으로 이 사안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KBS는 "다만, 촬영과정에서 제작팀은 소품을 거는 것이 가능한 위치인지를 사전에 병산서원을 관리하고 있는 별유사님께 검토를 받았고, 별유사님 입회하에 촬영을 시작했다"라며 "KBS는 경찰 수사 및 안동시와 국가유산청 조사를 지켜보며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 또한 향후 훼손된 부분의 복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사진=KBS |
지난 2일 건축가 민선홍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주의 첫날밤' 제작팀이 사적 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병산서원에 '못질'을 했다고 밝혔다. 민 씨에 따르면 '남주의 첫날밤' 촬영팀은 지난해 12월 30일 병산서원에서 촬영 중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았다. 이에 중년 신사, 민 씨 등이 항의하자 촬영팀은 "이미 허가를 받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민 씨가 안동시청 문화유산과에 연락해 또다시 항의하자, 이 공무원은 철거지시를 내렸다.
안동시청 측은 이날 스타뉴스에 "촬영 허가를 내준 것은 맞다"라면서도 "허가 조건에 '문화유산 보호 구역 내 별도 시설물 설치와 문화유산 훼손 행위를 금한다', '촬영은 문화유산의 안전과 보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한다'고 쓰여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민원인이 (병산 서원에) 못질한다고 전화했고, 바로 촬영팀에 연락을 취해서 사실 확인하고 철거 조처해달라고 연락했다. 그때 병산 서원 관리자, 시청 담당자가 철거 확인까지 했다. 당일 철거가 완료됐다"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KBS는 뒤늦게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이라며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이다. 또한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한 시민은 3일 "KBS가 문화재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전혀 갖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KBS가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문화재 훼손을 반복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남주의 첫날밤' 촬영팀을 문화재 유산법 위반으로 안동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KBS 1TV 드라마 '대조영' 팬사인회 /사진=홍봉진 |
KBS는 지난 2007년 대하 사극 '대조영' 촬영지인 국가사적 147호인 문경새재 관문 곳곳에 대못을 박고 방치한 적이 있다고도 지적 받았다. 문경시 관계자는 "문경새재에서는 2000년부터 드라마 촬영이 이뤄졌는데 당시엔 지금보다 문화재 보존에 대한 의식이 약해 훼손되는 일이 더 많았다"며 "지금은 당시보다 나아진 상태지만 누적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했다.
당시에도 KBS는 잘못을 인정하며 "최근 촬영이 급하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미술팀이 복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수일을 방치하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사과했다.
KBS 입장 전문
KBS는 경상북도 안동시에 위치한 병산서원에서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 중에 문화재를 훼손한 사안과 관련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KBS는 오늘(3일) 안동 병산서원에 드라마센터장과 책임 프로듀서를 급파해 현장 상황을 파악한 결과, 기존에 나 있던 못자국 10여 곳에 소품을 매달기 위해 새로 못을 넣어 고정하며 압력을 가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제작팀이 못을 넣었던 곳은 병산서원 만대루 기둥 보머리 8곳과 동재 보머리 2곳 등 10여 곳으로, 현재 일부 언론이 보도한 '만대루 기둥 못자국' 사진과는 관련이 없는 곳입니다.
기존에 못자국이 있는 곳이더라도 새로 못을 넣어 압력을 가한 행위는 문화재 훼손에 해당됨으로 이 사안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촬영과정에서 제작팀은 소품을 거는 것이 가능한 위치인지를 사전에 병산서원을 관리하고 있는 별유사님께 검토를 받았고, 별유사님 입회하에 촬영을 시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KBS는 경찰 수사 및 안동시와 국가유산청 조사를 지켜보며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또한 향후 훼손된 부분의 복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드라마 외주제작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병산서원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는 교육을 실시하고, 향후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습니다.
KBS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겠습니다. 가이드라인에는 문화재와 사적지, 유적지에서 촬영을 진행할 경우 문화재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거나 전문가 입회 하에 촬영을 진행하는 내용 등을 담겠습니다.
드라마 촬영 중 벌어진 문화재 훼손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와 실망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수사기관과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