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이치로. /AFPBBNews=뉴스1 |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BBHOF, 이하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모으는 사이트인 BBHOF Tracker는 4일(한국시간) 기준 득표율을 소개했다.
4일 자정 기준으로 유권자 총 388명 중 94명 투표로 개표율 24.2%까지 진행됐다. 그 가운데 이치로는 유일하게 94명의 표를 모두 싹쓸이해 득표율 100%를 기록했다.
이치로 외에는 카를로스 벨트란(3번째 도전) 76.6%, CC 사바시아(1번째) 89.4%, 빌리 와그너(10번째) 85.1%로 3명 만이 헌액 기준인 75%를 넘겼다.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르려면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 이상 활약하고 현역에서 은퇴한 뒤 5년이 지나야 한다. 단 5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세상을 떠날 경우에는 바로 입후보된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이 참가하는 투표에서 75% 이상의 표를 획득해야 한다. 올해는 총 388명의 투표인단 중 291표를 획득해야 헌액된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만장일치로 입성한 선수는 불세출의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56)뿐이었다. 리베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팀 뉴욕 양키스에서만 19시즌 동안 활약하며 통산 1115경기에 나와 82승 60패 652세이브,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다. 투표에 불리한 마무리 포지션임에도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5회 우승을 이끌고 19년 동안 성실한 태도와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스즈키 이치로 특유의 타격폼. /AFPBBNews=뉴스1 |
이치로는 리베라의 뒤를 이어 만장일치에 도전할 몇 안 되는 후보로 여겨졌다. 일단 기록만으로 명예의 전당 입성은 확실시됐다. 이치로는 만 27세의 늦은 나이에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데뷔 첫해부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품었다. 2004년에는 262안타로 단일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타격왕 2차례(2001년, 2004년), 실버슬러거도 3차례(2001년, 2007년, 2009년) 수상했다. 수비도 올타임 레전드급이어서, 2001~2010년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2012년 트레이드를 통해 뉴욕 양키스로 이적했다. 이후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쳐 2018년 시애틀로 돌아왔다. 2019년 일본 개막전 2경기를 뛴 후 공식 은퇴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2653경기 타율 0.311(9934타수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 출루율 0.355 장타율 0.402 OPS(출루율+장타율) 0.757을 마크했다.
일본 야구 시절까지 포함하며 통산 4000안타를 넘는다. 1992년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치로는 일본프로야구(NPB)에서는 장타율 0.522, 118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장타'도 갖춘 5툴 플레이어에 가까웠다. 일본에서 9년간 1278안타를 때려내 미·일 통산 4367안타로 세계 최고의 안타왕이라 불렸다.
스즈키 이치로. /AFPBBNews=뉴스1 |
올해 명예의 전당 투표가 시작될 당시,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이치로는 만 27세의 나이에 미국 야구 커리어를 시작했음에도 역대 최다 안타 24위, 출루율 48위, 도루 35위, 득점 90위 등 메이저리그 역대 상위 100명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외야에서는 10번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고 주목했다.
만장일치 명전행에 근거가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는 점이다. 2001년 당시 미국 전역에는 이치로의 타격폼을 따라 하는 어린아이들이 흔할 정도로 열풍이 일었다. 이치로의 성공 이후 수많은 일본 선수들의 빅리그 러시가 이뤄졌고, 최근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의 등장으로 그 절정을 이뤘다.
MLB.com은 "통계에는 이치로의 엄청난 문화적 영향력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일본의 야수가 미국 땅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증명했다. 이치로의 NPB 시절 성과가 투표하는 이유에 포함해야 할지는 찬반이 갈리겠지만, 올해 명예의 전당 모든 투표용지에 이치로가 포함되는 걸 반대할 논리적인 주장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이치로가 만장일치를 달성하기 쉽지는 않지만, 미국 현지에서도 이에 대한 기대감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이치로를 체크한 투표용지를 공개한 MLB.com의 마크 파인샌드 기자는 자신의 SNS에 "만장일치가 안 나와도 내 잘못은 아니다"고 말했다. BBHOF Tracker에 따르면 최대 10명을 찍을 수 있는 투표에서 2명을 선택한 사람도 있었는데, 이들도 이치로에게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