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주무르는데", "네거티브 말라!", "질문 거부할게요" 뜨거웠던 체육회장 후보자 첫 정책토론회 열렸다 [고양 현장]

고양=김우종 기자 / 입력 : 2025.01.0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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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기흥, 김용주, 유승민, 강태선, 오주영, 강신욱 후보. /사진=대한체육회장선거 공식 홈페이지
이른바 '체육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 6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열띤 첫 토론을 펼쳤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운영위원회가 4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제1차 후보자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장에는 이기흥(70) 현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김용주(64) 전 강원특별자치도체육회 사무처장, 유승민(43)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강태선(76) 현 서울특별시체육회장, 오주영(40) 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강신욱(70) 현 단국대학교 명예교수까지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6명이 모두 참석했다.

토론은 오후 2시에 시작해 3시 50여분까지 약 1시간 50분 동안 진행됐다. 사회자 공동 질문(2분), 사회자 개별 질문(2분)에 이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던 후보자 정책 검증 토론이 이어졌다.

다만 후보자 정책 검증 토론의 방식으로 인해 상호 토론이 이어지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 먼저 한 후보자가 공약을 1분 30초 동안 발표했다. 이어 나머지 다른 후보자들이 30초 내로 질문을 하면, 이에 대해 공약을 발표한 후보자가 1분 내로 답변했다. 그렇지만 후보자끼리 한 차례 묻고 답하는 데 그쳤을 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까지는 할 수 없었다. 질문 혹은 답변 시간이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마이크가 꺼지면서 자신의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경우도 꽤 나왔다. 여기에 미디어와 청중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추가 질문 기회도 차단됐다.


토론회장이 열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의 주변 분위기는 조용했다. 지난달 23일 이기흥 후보의 체육회장 입후보 기자회견장이 열렸던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측과 그렇지 않은 측이 나뉘어 팻말을 들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는 정문 쪽에 현수막이 2개만 달렸을 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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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 정문 쪽에 설치된 현수막. /사진=김우종 기자
이날 토론에서 가장 날카로운 질문은 이기흥 후보를 향해 쏟아졌다. 이기흥 현 회장은 직원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 진천선수촌 시설 관리업체 입찰 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선거는 전국 228개 시·군·구 체육회에서 추천한 인사가 선거인단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지정선거인' 제도로 진행된다. 이에 현직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선거 구도는 '이기흥 vs 반(反) 이기흥' 구도로 흐르고 있다.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단일화 시도도 몇 차례 있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기흥 후보는 "온전한 자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진다. 또 그것은 현장을 존중한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둘째, 모든 관계자에 관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국가스포츠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이보다 앞서 오주영 후보는 "우리도 선수와 지도자들처럼 룰을 지키는 것, 그것이 공정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많은 사람이 봉사를 하기 위해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에게 봉사를 강요하지 않았다. 또 무보수 명예직이라 한다. 그런데 (예산) 5000억원을 주무르는 무보수 명예직이 어디 있나. 우리는 무한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런 책임을 가진 대한체육회장이 돼야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흥 후보는 앞서 체육회장 입후보 기자회견에서 "지난 8년 동안 열심히 했다. 체육회장은 월급이 없다. 기사도 내가 직접 고용하고, 유류비도 내 돈으로 쓴다. 체육회의 그 어떤 돈도 쓰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오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만약 국가스포츠위원회를 만든다면, 한 지붕 두 가족 시대가 열릴 것이다. 지방 체육 시대는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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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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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지난달 26일 서울특별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유승민 후보도 이 후보를 향해 날을 한껏 세웠다. 유 후보는 "대한체육회의 예산은 늘었다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도자들은 아비규환이다. 왜 지금까지 못 하셨는가"라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정부가 간섭하고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아예 이 후보를 향해 질문을 하지 않은 후보도 있었다. 강신욱 후보는 자신의 질문 순서가 돌아오자 잠시 생각한 뒤 "저는 이기흥 후보에게 질문하지 않겠다"며 이 후보를 향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단일화에 실패한 후보끼리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강신욱 후보는 유승민 후보를 향해 유 후보의 대한탁구협회장 시절 스폰서 페이백 의혹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는 "강 후보께서 저를 두려워하시는 것 같다. 이렇게 네거티브를 하시다니 실망스럽다. 자료는 다 준비해왔지만, 이 짧은 시간 안에 다 설명해 드리기 어렵다. 다만 당시 탁구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 스폰서를 유치했다. 근거 없는 비방으로 탁구인의 노력을 깎아내리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만약 근거가 없다면 도덕적으로 책임지셔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강 후보는 자신의 발언 기회가 돌아오자 "저는 유 후보께 이 자리에서 해명할 기회를 드린 것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서운하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이기흥 후보는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이라면서 "교육을 통해 사고와 문화를 바꾸는 거라 생각한다. 체육회 내에는 다양한 계층이 있다. 이 관계자들이 55만명 정도 된다. 선수가 42만명, 지도자가 3만 8천명, 심판은 1만 1천명 정도 활동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육이 그동안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시설도 없었다. 이제 전라남도 장흥에 1년에 5만명 정도 교육할 수 있는 시설의 완공을 눈앞에 뒀다.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아 구성원의 자질을 높여 나갈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한편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의 선거인단은 총 2244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를 위하여 법조계, 체육학계, 언론계 및 선거 분야 등 관계단체로부터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를 추천받아 주무부처(문화체육관광부) 협의 및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3일 선거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선거운영위원회는 "이번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 선거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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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후보자 정책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안내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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