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성담장'과 추억의 LG 'X존'... 외야 펜스에도 '비전'이 필요하다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입력 : 2025.01.0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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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왼쪽)과 2024년 말 부산 사직야구장 외야 펜스 변화. 오른쪽 사진의 빨간 원 안의 보조 펜스가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스타뉴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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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시즌 뒤 부산 사직야구장 외야 보조펜스 공사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해 12월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 사직야구장의 외야 보조 펜스를 철거했다. 3년 전인 2022시즌 개막을 앞두고 기존 4.8m였던 외야 펜스를 6m로 높였는데 이를 다시 낮춘 것이다.

당시 롯데 구단은 홈런을 칠 타자가 많지 않은 선수단 구성을 감안해 홈런이 나오기 힘든 구장을 만들 목적으로 사직야구장의 외야 펜스를 올렸다. 높아진 펜스는 당시 이를 추진한 단장(성민규)의 이름을 따 '성담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성담장'이 3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사실 '성담장'은 최근 3년간 홈런 억제 효과가 있었다. 사직야구장의 홈런은 '성담장' 이전인 2021년 123개에서 이후인 2022년 76개로 38.2%나 급감했다. 홈팀 롯데의 홈런 마진(홈런-피홈런) 역시 좋아졌다. '성담장' 이전인 2021년의 롯데는 홈런 마진이 -21이었는데 2022년부터 3년간은 각각 -4, +7, 0이었다. 그럼에도 '성담장'은 철거됐다. 롯데 구단이 앞으로 공격 야구를 표방하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동안 KBO리그에서 외야 펜스를 조정한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사례는 2009년 잠실야구장의 'X-존'이다. 두산 베어스와 공동으로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LG 트윈스는 당시 현장의 요청으로 잠실야구장 외야 펜스 앞에 간이 펜스를 설치하는, 이른바 'X-존'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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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년 잠실구장의 LG 'X존' 모습. 사진 왼쪽이 간이 펜스. /사진=OSEN
원래 명칭은 엑스(X)캔버스 존이지만 줄여서 X-존이라고 불렀다. 엑스캔버스는 LG 트윈스의 모기업인 LG 전자의 TV 브랜드였다. 당시 LG 선수가 'X-존' 홈런을 치면 관계사인 LG전자가 엑스캔버스 TV 1대씩을 기부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X-존'은 팀 홈런 증대를 목적으로 추진했는데 두산 베어스는 동의를 하지 않아 LG 트윈스는 홈경기 다음에 두산 홈경기가 열리면 'X-존'을 철거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X-존'은 2010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홈런 마진이 개선된 것도 아니고 팀 성적이 올라간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2007, 2008년 LG의 팀 홈런 마진은 +15, -4였는데 'X-존'을 운용한 2009, 2010년엔 -36, -4였고, 팀 성적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8개 팀 가운데 각각 5, 8, 7, 6위에 머물렀다.

지금은 많이 잊혔지만 예전 인천야구장(숭의야구장)은 외야 펜스가 높기로 유명했다. 1.5m 높이의 콘크리트 펜스 위에 3~6m 높이의 철망 펜스를 덧댄 형태였다. 야구장이 좌우 91m, 중앙 110m의 소규모이다 보니 홈런이 너무 쉽게 나와 철망 펜스를 올린 것이다. 인천야구장의 철망 펜스 높이는 팀 사정과 감독 성향에 따라 바뀌었다. 외야 펜스는 6m→5m→3m로 점점 낮아졌다.

지금은 KT 위즈의 홈구장인 수원KT위즈파크는 현대 유니콘스가 원래 연고지인 인천을 떠난 2000년부터 구단을 운영한 2007년까지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이 시기에 현대는 기존의 외야 펜스(좌우 100m, 중앙 125m) 앞에 가설 펜스를 설치해 구장 규격이 좌우 95m, 중앙 120m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KT 위즈가 창단하면서 가설 펜스를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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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SSG랜더스필드에 설치된 가설 펜스(사진 아래 부분). /사진=SSG랜더스 제공
인천SSG랜더스필드는 2002년 개장부터 지금까지 외야에 가설 펜스가 설치돼 있다. 가설 펜스와 본 펜스 사이 공간에는 양팀의 불펜이 좌우에 위치해 있고 2010년부터 현재까지 홈런 커플존이라는 좌석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 가설 펜스를 철거하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불펜 이동 장소가 마땅치 않아 추진하지 못했다. 불펜이 이동한다면 잠실야구장처럼 1, 3루 펜스 앞쪽이 가능한데 그 위치에 2009년부터 프렌들리존이 자리 잡고 있어 공간 확보가 어려웠다.

홈팀인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는 홈런 마진 마이너스(2014년 -38, 2015년 -8)를 극복하기 위해 외야 펜스를 변경하는 대신에 파워툴 타자 영입에 집중했다. 2015년부터 3년간 정의윤, 최승준, 김동엽, 제이미 로맥을 영입해 홈런 군단을 구축했고 2017년 KBO리그 한 시즌 팀 최다 홈런 기록(234개)을 경신하며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야구장에 맞게 선수단을 구성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같이 외야 펜스를 높이고 당기는 사례는 거의 전부가 팀 성적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기대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다. 외야 펜스 높이를 변경하는 건 현장의 요구 사항을 구단이 수용할 것이 아니라 구단이 팀 컬러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선택할 사안이다. 과거 인천야구장처럼 감독이 바뀔 때마다 외야 펜스의 높이가 달라지는 건 그 시대에나 있을 법할 현상이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전통적으로 공격 야구의 팀이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도 YY포(김용희-김용철)가 팀의 간판이었고 부산 출신의 마해영, 이대호 등 홈런 타자들이 뒤를 이었다. 이번 '성담장' 철거의 배경에 외야 일부 좌석이 관중 시야를 방해하는 민원의 해결이 있는 점은 긍정적 대목이다. 공격 야구나 투수 야구보다 '팬 퍼스트(Fan First)'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홈런 타구를 집어삼켜 타자들로부터 '통곡의 벽'으로 불린 사직야구장 외야 펜스의 변화가 2025시즌 롯데 자이언츠 야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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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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