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허경민(왼쪽)과 황재균. /사진=김진경 대기자, OSEN 제공 |
KT 김상수. /사진=김진경 대기자 |
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허경민은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안 그래도 (황)재균이 형한테 '그날 그 말은 왜 했냐'고 물어봤다"고 한 달 전 이야기를 꺼냈다.
허경민이 말한 '그 말'은 황재균이 지난달 1일 열린 '2024컴투스프로야구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 3루수 부문 리얼글러브를 수상하며 한 발언이다. 당시 황재균은 김도영(KIA), 노시환(한화), 문보경(LG), 최정(SSG)을 제치고 선수들이 직접 뽑은 최고의 수비를 보여준 3루수가 됐다. 그 자리에서 황재균은 "내가 이 상을 받기 위해 여기 온 게 의아하다"며 "3루수로는 이 자리에 서는 게 마지막일 것 같다. 내년엔 다른 포지션으로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팬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안겼다.
깜짝 발언의 배경에는 허경민 이적이 있었다. 허경민은 지난해 11월 8일 4년 총액 40억 원의 FA 계약으로 두산 베어스에서 KT로 이적했다. 2년 연속 3루수 부문 KBO 수비상을 받은 허경민이 오면서 기존 3루수인 황재균은 올 시즌부터 1루로 보직을 옮길 예정이다.
허경민과 황재균은 국가대표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 모두 3루를 주 포지션으로 2015 프리미어12,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함께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정든 3루를 떠나는 게 아쉬울 법도 하지만, 황재균은 "이미 글러브도 여러 개 준비해 놨다. (허)경민이가 나보다 좋은 수비수다. 다른 포지션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후배를 응원했다.
그 마음을 허경민도 모르지 않는다. 허경민은 "(황)재균이 형이랑 워낙 자주 연락하는 사이라 불편함은 없다. 내가 잘 안될 때는 형이 나올 수도 있어서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마음을 다잡고 예년보다 일찍 준비를 시작했고 재균이 형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허경민. /사진=KT 위즈 제공 |
16년 만에 다른 팀으로 이적한 그를 든든하게 만드는 존재가 하나 더 있다. 기존 유격수 심우준(30)의 한화 이글스 이적으로 올해부터 다시 유격수 자리로 돌아온 김상수다. 허경민과 김상수는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그때부터 따져도 벌써 17년 지기 친구로 허경민이 KT 이적 당시 가장 먼저 떠올린 얼굴이기도 했다.
허경민은 "(김)상수와 이렇게 함께 할 줄은 전혀 몰랐다. 각자 다른 팀에서 워낙 많은 경기를 뛰어서, 솔직히 (김)상수가 팀을 옮길 때도 많이 놀랐다"며 "KT와 계약하러 온 날 상수가 '드디어 경민이랑 같이 야구하네'라고 해서 정말 기뻤다. 30대에 함께하게 됐는데 이곳에서 멋진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웃었다.
KT 내야는 최근 몇 년간 베테랑 위주의 탄탄한 수비로 유명세를 탔다. 캡틴 박경수(41)가 은퇴하고 허경민이 가세했어도 평균 연령은 웬만한 팀보단 높다. 하지만 허경민은 원숙함이 주는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이야기했다.
허경민은 "(김)상수와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지만, 친구라 오히려 더 이야기를 자주 할 수 있다. 또 워낙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 나도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며 "KT 내야가 연령이 많다고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 생각한다. 친한 선·후배들과 하는 야구가 많이 재미있을 것 같고 다들 실력도 있어서 기대가 크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