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허경민(위쪽)과 원상현이 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허경민은 "나도 이제 연차가 많아 KT에도 알고 지낸 선수가 많다. 이야기를 못 나눈 선수들도 빨리 친해지려 한다"며 특별히 친해진 후배로 원상현을 꼽았다.
원상현은 부산 태생에 가산초(부산진구리틀)-개성중-부산고 졸업 후 2024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KT에 입단한 우완 투수. 부산에서 나고 자라 기껏해야 그라운드에서 몇 번 봤을 뿐인 루키가 허경민과 접점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러나 허경민은 "인스타그램 DM도 자주 하는 사이"라며 "(원)상현이가 너무 싹싹하게 잘한다. 너무 귀여운 후배"라고 의외의 친분을 드러냈다.
계기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열린 KT 팬 페스티벌이었다. 허경민은 지난해 11월 8일 4년 총액 40억 원의 FA 계약으로 두산 베어스에서 KT로 이적했다. 2009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7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지 16년 만이었다.
그런 만큼 이적한 지 15일 만에 처음 KT 팬들 앞에 서는 팬 페스티벌 행사는 그에게 어색한 자리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긴장했던 베테랑의 마음이 원상현의 당돌한 한 마디를 시작으로 서서히 풀렸다. 허경민은 "(원)상현이는 첫인상이 굉장히 좋은 후배였다. 페스티벌 때 상현이가 옆자리에 앉았는데 내가 너무 긴장을 많이 하니까 내게 먼저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고 미소 지었다.
무슨 말을 건넸을까. 곧이어 만난 원상현은 "허경민 선배님이 마침 내 옆자리셨는데 문득 보니 나랑 신발이 같았다. 그걸 보고 '어? 선배님 저랑 커플 신발이네요?'라고 했다"며 "사실 나도 친해지면 장난을 많이 치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소심하고 말을 못 거는 편이다. 그런데 그때는 그랬다"고 두 달 전을 떠올렸다.
KT 허경민(오른쪽)이 23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T 팬 페스티벌에 참석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이때부터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원상현은 경험 많은 선배에게 조금은 더 편하게 야구 내적인 질문을 할 수 있었고, 허경민은 KT에 대한 것을 빠르게 알아갔다. 두산 시절에도 이병헌(22) 등 어린 투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냈던 그는 금방 살가운 후배를 얻었다.
허경민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선배에게 먼저 말하기 어려울 텐데 (원)상현이는 '제 공은 어떻습니까'라는 등 먼저 다가온다. 나는 반대로 KT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또 그걸 친절하게 답해준다. 상현이가 하는 걸 보면 좀 귀엽다"고 전했다.
새로운 팀 KT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허경민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계약한 11월부터 바로 2025시즌 준비에 들어갔고 최근엔 홈구장에서 기술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 시즌 좋았던 성적을 KT에서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허경민은 지난해 115경기 타율 0.39, 7홈런 61타점 69득점 5도루, 출루율 0.384 장타율 0.427을 마크하며 4년 만에 3할 타율을 올렸다.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3루 수비도 여전해서 2년 연속 KBO 수비상을 수상했다.
허경민은 "2023년에 너무 못해서 어떻게든 잘해보려 발버둥 쳤다. 시즌 전에는 개인 레슨을 받았고 시즌 중에도 많은 코치님의 도움을 받았다"며 "좋았을 때의 기량을 더 유지하고 싶다. '허경민' 하면 꾸준히 결과를 내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성적을 거둔다기보단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KT 원상현(오른쪽)이 23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T 팬 페스티벌에 참석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노력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이뤄진다. 최근 허경민은 유튜브 삼매경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 알게 된 것도 많았다. 허경민은 "빠르게 익숙해지려 유튜브로 지난해 KT 경기를 많이 찾아보고 있다. 더그아웃 분위기는 어땠는지, 어떤 경기를 해왔는지 보고 있다"며 "지난해 순위 싸움할 때나 가을야구 때 꽉 찬 수원 야구장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족 단위로 많이 오시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직접 가을야구에서도 상대해본 팀이기에 그 매력을 알고 있다. 허경민은 "내가 밖에서 본 KT는 빈틈을 보이지 않는 팀이었다. 강백호, 로하스 같은 스타 플레이어도 있지만, 다른 타자들도 평균 이상의 레벨을 갖춰서 항상 경기하기 어려웠다. 마운드 역시 선발 투수는 말할 것도 없고 뒷문도 너무 까다로웠기에 강팀이었다. 지난해 후반기에 보여준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반기 승패 마진 열몇 개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가을야구까지 갈 정도면 확실히 KT는 저력 있는 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팬 페스티벌에서 팬분들이 내게 'KT서 잘해달라'고 했다. 나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고 '허경민 잘 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새로운 팀, 새로운 홈구장에서 야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정말 독한 마음 먹고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팬 여러분께도 많이 다가갈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